‘코란도 C’, 정숙성과 차체 강성 우수한 듬직한 ‘신사’‘스포티지 R’ 강력한 성능과 예쁜 디자인의 ‘아이돌’
  • 24일 제주에서 코란도 C와 스포티지 R을 같이 시승비교해본 결과 가격을 제외한 부분에서 코란도 C는 실내소음과 거친 노면에서의 승차감, 차체 강성 등에서 ‘듬직함’을 느낄 수 있었고, 스포티지 R은 체감할 수 있는 토크와 제동력, 패셔너블한 면이 돋보였다.

    ‘코란도 C’의 경쟁자는 현대차의 ‘투싼 IX’와 기아차의 ‘스포티지 R’이다. 기본 모델의 배기량은 모두 2,000cc이며 최대출력 180마력 대, 최고토크는 36~40kg.m 내외다. 가격대 또한 1,995만 원(코란도 C 2WD 수동 변속기)부터 3,011만 원(투싼 IX 4WD) 사이다. 

    코란도 C와의 비교에 쓰인 차는 스포티지 R. 렌터카 업체들을 수배했으나 투싼IX는 마침 이 시기에 모두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 비교하지 못했다.

    일단 이번 비교시승에서 코란도 C의 강점인 ‘가격’과 ‘AWD’는 논외로 했다. 이를 포함시키면 다른 차종들과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전문용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정비사를 할 것도 아니고, 그들이 원하는 게 ‘슈퍼카’가 아니라 ‘저렴하고 튼튼하고 안전한 차’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국내 소비자들이 SUV를 실제 운전할 때 겪을 수 있는 점을 위주로 살펴봤다.

    ‘듬직하고 터프한 신사’ 코란도 C

    코란도 C 시승은 23일 제주 중문단지 신라호텔에서 출발, 일성비치콘도에 갔다가 다시 신라호텔로 돌아오는, 약 26km 구간이었다. 시승단 2인이 1조가 되어 각각 한 번씩 운전을 했다. 예상 소요 시간은 40여 분. 하지만 네비게이션 설정을 잘못해 실제로는 약 50km 가량을 운전했다.

    코란도 C를 타자마자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우선 전후방 시야가 경쟁 차종보다 조금 더 넓다는 점이다. 특히 운전석 앞 양쪽의 A필라가 얇고 뒷좌석 각도조절이 가능해 좋았다. 또한 사이드미러의 사이즈가 무척 커 측면에 사각이 거의 없는 듯 느껴졌다.

    운전대에는 크루즈 컨트롤 버튼과 변속기의 수동기능 조작 시 기어 변속을 하는 버튼, 오디오 조절버튼 등이 있다. 센터페시아는 위에서부터 CD 플레이어, 매립형 네비게이션, 풀 오토 에어컨 등 공조장치, USB와 AUX 단자 등이 위치해 있다.

     

    브레이크를 밟은 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가솔린 엔진의 세단보다 조용하게 시동이 걸렸다. 아이들링 중에도 시동이 켜져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시동이 걸리자 계기판 Led 디스플레이가 켜지며 차량의 상태를 나타냈다. 속도, RPM 창 중앙에는 현재 주행거리, 연비, 외부온도, 기어 상태 등이 표시됐다.

    60~70km/h 속도까지는 다른 SUV와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토크 또한 경쟁차종들과 큰 차이 없이 무난한 수준으로 차를 밀어주는 게 느껴졌다. 곡선 주행에서도 80~90km/h까지는 운전대와 차체 움직임 등에서 밀리거나 위태로운 부분을 느낄 수 없었다. 출발지로 돌아올 때 다른 2.0급 세단을 추월할 때의 가속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코란도 C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80~100km/h로 주행할 때 창문을 열어도 풍절음이 심하지 않았고, 바람이 안으로 들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거친 도로나 간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충격이 예상 외로 심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실제 시내나 국도변을 주행할 때 곳곳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은 탑승자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차체에도 충격을 주게 되는데 코란도 C는 엔진 마운트, 서브 프레임 등으로 이 같은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시켰다. 일반 주행 시 풍절음이 적다는 점 또한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장점이 될 듯 했다.

    하지만 아이들링 시 미세한 엔진소음이 실내로 들어 왔다. 차체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운전대 감각과 차문의 중량감도 ‘든든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뭔가 아쉬움을 줬다. 또한 수동변속이 가능토록 한 장치가 기어노브와 운전대 버튼에 자리잡고 있는 점도 어색했다.

    이런 장단점들을 종합해 봤을 때 코란도 C는 ‘예쁘고 잘 생긴 온로드 전용 SUV’ 보다는 ‘남성적인 SUV’에 가까웠다.

    ‘이쁘장한 아이돌’ 스포티지 R

    25일 렌트한 차종은 기아 스포티지 R lx급. 시승한 코란도 C의 트림보다는 낮다. 하지만 동력성능, 섀시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 오전 11시 30분 인수 후 약 4시간 동안 민속박물관에서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와 제주시내 등에서 100km 가량을 시승했다.

  • 스포티지 R의 첫 인상은 ‘예쁘다.’ 렌터카인데다 lx급이어서인지 전동시트와 매립형 네비게이션이 달려 있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차이는 없어 보였다. 스포티지 R은 ‘차고가 높은 승용차’ 같았다. 실내도 조용하고 아이들링 시 소음도 거의 없었다. 핸들링도 굼뜨지 않고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디자인도 수려했다.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실내를 둘러보니 코란도 C와 큰 차이는 없었다. 계기판이나 센터페시아도 동급과 별 차이가 없었다. 시인성은 오히려 코란도 C보다 좋았다. 다만 시야는 조금 좁았다. 운전석 양 옆의 A필라가 두텁고 뒷 창문의 크기가 작아 전후방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주행 중 후방에 높이가 낮은 쿠페가 있다면 주의가 필요했다. 또한 운전에 서툰 여성이라면 후방카메라는 꼭 달아야 할 듯 했다.

  • 일단 차를 돌려 제주자연사박물관을 들렀다 성산 일출봉 방향으로 향했다. 이동하면서 차량 소통이 적은 길을 찾았다. 전방에 차량이 거의 없는 해안도로를 만났다. 가속페달을 밟자 150km/h까지 거침없이 속도가 올라갔다. 미세한 느낌이지만 속도가 높아지면서 운전대가 약간 무거워졌다. 신호를 보고 급제동을 했을 때의 제동력은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소음도 없었고 밀리는 느낌도 크지 않았다. 순발력도 좋고 힘도 넉넉했다. 

    가속과 제동을 반복한 뒤 제한속도에 따라 운전하며 창문을 열었다. 50km/h 대에서는 소음이 별로 없었지만 60km/h를 넘어서자 갑자기 바람이 세차기 들어치기 시작했다. 80km/h에서는 실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판단됐다.

    이번에는 노면이 거친 곳과 간이 과속방지턱이 설치된 곳을 찾아 달렸다. 간이 과속방지턱의 충격은 40km/h를 넘어서자 운전석에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일반 주행 중의 느낌으로는 서스펜션이 단단한 것 같지 않았는데도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는 게 의외였다. 타이어 소음도 거슬렸다. 노면이 조금만 거칠어도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음이 실내로 그대로 들어왔다. 이 소음은 노면이 좋은 시내로 들어가자 상당 부분 사라졌다.

    같은 ‘급’ 다른 ‘감성’

    코란도 C와 스포티지 R을 비교하면 ‘남자다운 남자’와 ‘여성스러운 남자’로 느껴졌다. 코란도 C는 튀지 않는 외모에 주행성능, 승차감, 강성 등에서 ‘듬직함’을 강조한 반면, 스포티지 R은 예쁘고 잘 생겼지만, 조금 약해 보이는, ‘세련됐지만 연약한 남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이를 굳이 연령대의 선호 경향으로 따진다면 스포티지 R은 20대들이 좋아할 ‘아이돌’ 같다면, 코란도 C는 연령과 관계없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탤런트’ 또는 ‘터프한 역도 어울리는 신사 같은 배우’의 느낌이었다.

    코란도 C는 매니아층을 거느린 쌍용차가 5년 만에 내놓은 차종이고, 스포티지 R은 기아차의 베스트셀러로 모두 두터운 매니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실용성에 비슷한 가격, 비슷한 성능이라면 어느 차가 더 좋고 나쁘다는 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차량 선택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안전’과 ‘감성’이다. 이런 점에서 코란도 C는 국내 SUV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기존의 ‘온로드 SUV’와는 다른 ‘감성’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