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선진당 "안상수, 충청사람 흔들지 마라"

자유선진당의 12일 오전 회의는 '안상수 성토장'이었다.

전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선진당과 정치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두 사람이 나서서 안 대표 발언을 두고 '엄중 경고' 하고 나섰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까진 나오지 않았으나 '충청인 무시'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탐탁치 않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과의 정치적 연대를 고려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공당의 대표가 그것도 집권여당의 발언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어제 발언은 그런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당은 그런 말 한마디에 왔다갔다하고 좌고우면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고 쏘아붙였다. 그러곤 "더이상 충청인과 선진당을 흔드는 행동은 자제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뒤이어 발언한 김창수 사무총장도 "안 대표의 발언은 공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다른 당에 대한 적절한 자세가 아니다"고 가세했다. 김 사무총장은 "앞으로 이런 정치의 불명예, 원인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무지막지한 발언을 집권당 대표가 하는 이런 사태는 재발돼선 안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또 여당이 최근 감세철회나 당의 노선을 두고 소속 의원간에 혼선을 빚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나라당은 여러가지로 온탕과 냉탕을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한편, 이회창 대표는 이에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안 대표는 지역언론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선진당과 정치연대도 고려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선진당과의 정치연대를 통해 충청지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가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나라-선진 정치연대는 '제2의 DJP 연대'에 버금갈 정치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보수기조, 충청민심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선진당과의 정책연대?"
"사전조율도 없는데 언론에 흘려....충청권 볼모삼겠단 오만"

이날 오찬에 참석했던 한 지역신문 기자는 "안 대표의 '선진당 정책연대' 발언이 상당한 물밑 작업 후 나온 발언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최근 충청권에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대항마로서 선진당 이회창 대표와의 연대를 구상해 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며 "안 대표로선 정권 재창출과 보수기조 그리고 충청 민심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선진당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선진당 관계자는 "잊을만 하면 이렇게 한번씩 연대다 뭐다,하면서 흔드는데 대체 저의가 뭐냐"고 따진 뒤 "안 대표 발언에 오늘 이 대표가 대응하지 않은 것은 허설(虛說)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표명으로 보인다. 이는 충청권을 볼모로 삼겠다는 오만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당직자 역시 "한나라당이 '연대하자'고 하면 우리당이 쌍수들고 '환영'이라는 입장도 아닌데 사전조율도 없이 기자들끼리 밥먹는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라며 "안 대표가 '정책연대'라고 말했는데 UAE파병이나, 한미FTA 등 최근 정책에 있어서도 판이하게 다른 입장인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과연 어떻게 연대가 가능한지 묻고싶다"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