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에서 패트병 한 병당 1000원...고객 줄이어아프리카 어린이들 마시는 물...행인들 “안타깝다”
  •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흙탕물을 판다.
    행상이 아니라 자판기에서 한 병당 1000원씩 패트병에 담은 흙탕물을 판다. 
    페트병에는 자신만만하게 ‘Dirty Water’라고 밝히고 있다.
  • ▲ 강남역의 흙탕물 자판기ⓒ자료사진
    ▲ 강남역의 흙탕물 자판기ⓒ자료사진
    강남역 6번 출구에 자리 잡은 이 자판기는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에서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무심코 지나다가 흙탕물이 담긴 자판기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해지며 발걸음을 멈춘다.
    멀쩡한 자판기에 왜 흙탕물을 넣어서 그것도 1000원이나 받고 팔까?
    하지만 패트 병에 적힌 글귀를 확인한 사람들은 그제야 ‘아하!’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갑에서 1000원을 꺼내 그 흙탕물을 사가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것이 인근 점포 주인들의 말이다.
    패트 병에 적힌 글의 내용은 이렇다
    “여러분의 천원이 이런 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깨끗한 물을 36일 동안 줄 수 있습니다. 대우증권이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당신의 1000원에 9000원을 추가 기부하여 36일을 360일로 만들겠습니다.”
    물 부족과 오염으로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식수 개발을 위한 성금 모금이 ‘흙탕물 자판기’라는 아이디어로 시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인근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은행원 김주미(29)씨는 “막연히 상상은 했지만 실제로 패트병을 보며 아프리카 아이들이 이런 물을 마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 없이 아팠다”며 “오갈 때마다 한 병씩 사가게 된다”고 말했다.   
    강남역에서 휴대전화 점포를 운영하는 우승희(32)씨는 “많은 돈이 아닌 1000원으로 이름 모를 아프리카 어린이 한 명이 1년 동안 마실 물을 마련해줬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선 오늘도 흙탕물이 팔린다. 1000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