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트위터 주관, 청춘남녀 48명 ‘번개팅’ 실시 80년대 빵집 미팅 연상..당찬 자기소개 잇따라
  • ▲ 서울시트위터가 주선한 번개팅에 참석한 48인의 청춘남녀들. ⓒ박지현 기자
    ▲ 서울시트위터가 주선한 번개팅에 참석한 48인의 청춘남녀들. ⓒ박지현 기자


    “떨리네요. 지금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황호민씨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려왔다. 긴장한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이렇게 금방 갈 줄 몰랐어요. 아직 저를 모르시는 것 같아요”라며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7일 저녁 7시. 청춘남녀가 하나 둘씩 여의도 한강공원 ‘빛의 카페’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을 찾았으나 쑥스러움은 감추기 힘들다. 맞은편에 자리한 이성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애꿎은 머핀만 포크로 쿡쿡 찔러본다. 혹여나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굴은 금세 발그레 붉어지고 만다. 이날 번개팅에 참석한 청춘남녀는 모두 48명. 만남의 주선자는 ‘서울시 트위터’다.

    서울시가 왜 이들의 ‘오작교’가 됐을까. 배중근 시 뉴미디어담당관은 “하이서울페스티벌 프로그램 가운데 연인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 트위터를 통해 알린 적이 있다. 이때 싱글 트위터리안들의 반발이 대단했다. ‘서울시가 싱글족을 구제해달라’는 청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고 밝혔다.

  • ▲ 서로의 이름을 물으며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참가자들. ⓒ박지현 기자
    ▲ 서로의 이름을 물으며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참가자들. ⓒ박지현 기자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번개팅’에 선발된 이들은 레크레이션 진행자를 압도하는 자기소개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법희(27)씨는 “모태 솔로에서 벗어나고 싶다. 9일 불꽃축제 같이 가실 분을 찾고자 왔다”고 우렁찬 목소리로 호소했다. 직장인 이재우(30)씨도 “시간 맞춰 오기위해 과장님께 ‘미팅’을 보고 드렸더니 한 달 안에 여자친구를 만들어 오라는 명을 받았다. 오늘 꼭 여자친구를 찾고 싶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성 참가자들도 자신의 손을 번쩍 들고 자신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오유진(31)씨는 “서울시 트위터에 나를 안뽑으면 ‘1인 시위를 하겠다’고 주장해 이 자리에 나왔다. 통영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니는 왜 혼자 다니노’라는 소리 이제 그만 듣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채승희(32)씨도 “분위기가 낯설지만 색다르다. 반신반의 하고 있지만 오늘 기대를 많이 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애당초 10대 10 번개팅으로 예정됐으나 참가 희망자가 몰리면서 참가인원이 부쩍 늘어났다. 협소한 장소에서 이성의 이름을 적어 진행된 빙고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이들은 몸을 부딪쳐가며 서로의 이름을 알아갔다.

  • ▲ 콘트라베이스 공연을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는 참가자들. 처음 어색함 대신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박지현 기자
    ▲ 콘트라베이스 공연을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는 참가자들. 처음 어색함 대신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박지현 기자

    어느덧 80년 대 빵집 미팅과 같은 어색한 분위기 대신 주변 자리에 앉은 이성과의 대화도 자연스러워질 때쯤 아쉽게도 이들은 자리를 옮겨야 했다. 하이서울페스티벌 초록극장에서 콘트라베이스 공연 관람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

    삼삼오오 자리를 박차고 이동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슴 한쪽에 달렸던 명찰을 손에 쥔 황호민씨가 눈에 띄었다.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온 ‘그녀’에게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싶어서다. 공연관람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었으나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녀는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오늘은 꼭 제 짝을 찾고 싶습니다. 용기를 낼 겁니다”라고 말하며 황씨도 공연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