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마무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예측불허의 기류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천안함 외교'와 '6자회담 재개'라는 두갈래의 흐름이 교차하면서 동북아 역내 역학구도와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고차원 방정식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6자회담 재개과정에서 유지돼온 5자 공조체제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6자회담 관련국들 사이에 '전선'이 그려지고 있는 점이다.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의 연계성과 선후관계에 대한 입장차를 기준으로 동북아 외교지형에 '한.미 대(對) 북.중'이라는 미묘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한.미는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으로, 북.중은 '선(先) 6자회담' 쪽으로 대응기조가 정리되는 분위기인 탓이다.
    특히 한.미는 김정일 방중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천안함 외교'를 고리로 한 공조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등에 업고 6자회담 쪽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 짙어 보인다.
    김홍균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조 도노반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가 7일 오후 회동하는 것도 양국간 보폭조율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양국 공동대응의 좌표는 미지수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어뢰공격 가능성이 일정정도 확인되면서 양국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유엔 안보리 회부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중은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북.중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입장을 표명하고 중국은 이를 근거로 6자회담 재개수순에 돌입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전선이 본격적인 외교적 갈등구도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 외교'와 '6자회담 재개' 모두 한반도 주변국들의 동참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을 응축하려는 외교적 시도들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할 관전포인트는 미.중간의 이른바 'G2(주요 2개국) 컨센서스'다. 미.중은 지난해 '전략.경제대화'를 거치며 경쟁과 협력이 병존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현안 대처와도 긴밀히 연관돼있다.
    따라서 미.중 양국은 실타래처럼 얽힌 동북아 정세를 '통 크게' 풀어내기 위해 모종의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흐름을 무시한 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할 수만은 없고, 미국으로서도 한반도의 최대 현안인 6자회담 재개의 모멘텀을 이대로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양국은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전략적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의 틈바구니에 놓인 한국의 외교적 노력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정부는 천안함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국 정부에 사전 설명함으로써 천안함 대응의 '연착륙'을 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한편으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천안함 사건의 일정한 해결을 전제로 전향적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천안함 조사결과가 나오면 '천안함 대응'과 '6자회담 재개'가 투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변수는 오는 20일 전후로 예상되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다. 어뢰공격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결정적 물증이 제시된다면 '천안함 대응'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6자회담 재개 흐름은 더뎌질 공산이 크다. 어정쩡한 결론이 나올 경우 각국의 외교전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천안함 대응과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가 병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