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몰한 천안함이 소속된 '해군 2함대 사령부'의 전경과 상세한 위치가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통해 노출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구글에서 정보 당국에 국내 군사기밀과 관계된 보안시설을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대신 '1:5000 대축척 지도'의 제공을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구 국립지리정보원) 관계자는 1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2005년 구글 어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의 주요 보안시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 정보 당국이 구글 본사에 이에 대한 개선책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국가전략지도'에 해당하는 전국지도를 준다면 우리 측에서 요구한 국가주요시설물의 위장처리를 해주겠다고 구글에서 약속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 ▲ 구글어스에 포착된 청와대 전경. ⓒ 뉴데일리
    ▲ 구글어스에 포착된 청와대 전경. ⓒ 뉴데일리

    구글은 지금껏 네티즌의 정보 공유와 알권리를 내세워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각국 보안시설의 '모자이크 처리' 요청을 한번도 수락한 적이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자국(미국)의 주요 국가시설에 대해선 일부 제한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러시아, 호주, 인도 등 군사시설에 민감한 각국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 '모든 정보를 공개·공유한다'는 구글만의 철학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국가지리정보시스템(NGIS)을 통해 구축된 '1:5000의 대축척 전국지도'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정밀지도"라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1:20000과 1:50000인 소축적 지도를 갖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 보유한 대축적 지도는 전국의 일반 회사, 학교, 병원 등 주요 시설은 물론 도로나 논 밭 등 세밀한 부분까지 자세히 담고 있어 희소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도에서 남북한 국가주요시설물은 위장처리 돼 있는 상태지만 국가 전체의 도시 시설물이 모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국가전략지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구글 본사에서 청와대나 국방부, 기무사 등 주요 보안시설들을 모자이크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대축척 전국지도의 제공을 요청해 왔을때 국정원과 긴밀한 협의를 하며 고심을 거듭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구글에서 '무상으로 지도를 달라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잘못 와전된 것 같습니다. 구글은 유료로 우리 측 지도를 얻기 원했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만일 여수 엑스포를 위한 지도 요청을 해왔다면 국가적 행사의 홍보를 위해 지도의 해외 반출을 승인할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구글은 분명히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우리에게 접근했고 대축척 전국지도의 라이센스를 얻기 원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공재화인데 일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넘겨줄 순 없잖습니까? 구글이 라이센스를 한번 취득하면 이를 얼마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지난 2006년부터 장기간에 걸친 내부 논의 끝에 2007년 중반 지도를 제공할 수 없다는 우리 측의 최종 입장을 통보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구글이 철수한 것도 사실 이면적으론 보안시설 노출 문제로 중국 정부와 싸움을 벌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보안이라는 개념이 성립하려면 지하에 들어가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씁쓸해 했다.

    또한 "당시 대축척 지도 제공을 거부키로 결정한 데에는 구글의 서버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며 "국내에 운영시스템을 담고 있는 서버가 있다면 만일의 경우 우리 측에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으나 거리상 통제가 불가능한 곳에 있어 관리가 안된다는 점이 거절을 결심한 가장 큰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글에서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일반 지도 제작사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축척 지도가 다른 국가나 기업에 하나의 콘텐츠로 재판매 될 수도 있었음을 거론했다.

    구글 어스는 CIA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디지털 사진 촬영·제작사 '키홀(Keyhole)'사의 인수로부터 비롯됐다. 때문에 2005년 5월부터 위성 이미지, 지도, 및 3D 건물 정보 등 전 세계의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은 미 정보 당국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지속적인 의심을 받아왔다. 실제로 CIA 출신 요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구글이 이미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 관계자는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내 정보기관들이 운용하는 '인텔리피디아(Intellipedia)'라는 정보검색 사이트가 구글이 만들어 미국정보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구글에 제공되는 한국의 각종 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에 넘겨질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