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시사평론가 강준만 교수의 ‘오버하는 사회’라는 사회비평집이 있습니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현재 우리나라 모든 영역에서 ‘오버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회와 개인에 필요한 열정이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열정을 넘어 과도한 오버로까지 치닫는 자기 독단과 아집”에 대해 비판합니다. “크게 바뀐 환경에서도 '오버'를 요구하는 반(反)독재 투쟁의 심성이 남은 것을 지적하는 정치의 '오버'를 비롯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오버'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 등을 이 책은 담고 있습니다.

    어떤 일에 별 관계도 없는 사람이 주제넘게 불쑥 나서는 행위나, 하는 일이나 모양이 유별나고 엉뚱한 경우를 가리키는 말 '오버하다'. 우리사회에 일반화하여 쓰이고 있는 이 국적불명의 '오버하다'라는 용어보다 훨씬 재미있는 말 '중뿔나다'를 오래전부터 우리는 써 왔습니다. '중뿔'은 말 그대로 가운데(中) 돋은 뿔을 의미합니다. 우리과 친숙한 가축인 소나 양․염소 따위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머리 양쪽에 뿔이 돋는데, 가운데 뿔이 불쑥 돋아있다면 다들 고른 가운데 눈에 띄게 유별나고 엉뚱해 보이겠지요.

    어른들이 중요한 말씀을 나누고 있는데 손자가 불쑥 끼어들어 말참견을 해대면 버릇없는 아이가 됩니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에 무얼 먹을까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엉뚱하게 "이게 맛있다. 저거 먹어라." 한다면 정말 황당하겠지요? 남북한이 대화를 잘 하고 있는데, 주변국에서 '감놔라 배놔라' 참견하는 것도 '중뿔난' 행위임에 틀림없겠습니다. 남북한이 가슴 활짝 열고 당당하게 협상한다면 감히 어느 나라가 '중뿔나게' 끼어들건가 생각해봤습니다.

    어떤 일이든 의욕이 앞서다 보면 '중뿔난'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되고, 자칫 '중뿔나게' 불쑥불쑥 내뱉는 말이나 행동은 말썽의 소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유별난 행동이나 황당한 경우를 보았을 때 '오버하네'보다는 오래전부터 써 오던 재미난 말 '중뿔나군' 해 보심이 어떨는지요? '말맛'이나 '어감'이 아니라 '뉘앙스' 차이가 난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