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너지는 더 이상 정유사가 아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작년 3월 취임 뒤 던진 말이다.

    그렇다면 SK에너지는? 구 사장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에너지 회사"라고 했다.

    SK에너지는 변신 중이다. 기존의 전형적인 굴뚝산업체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1차 자원인 석유가 고갈돼 가고, 전 세계가 대체 에너지 개발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정유업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SK에너지는 이런 흐름을 빨리 읽고 대응했다.

    대표적인 게 그린카 세계 4대 강국에 진입하기 위한 핵심기술인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인 '그린 폴'(Green Pol)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독일 다임러그룹에 공급
    세계 자동차업체들과 협력에서 유리한 위치 점령

    2004년 말 세계에서 3번째로 배터리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제조기술 상용화에 성공했고, 2005년 본격적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대전시 유성구 원천동에 위치한 SK에너지 기술원에서는 SK에너지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험운행이 한창이다.

    SK에너지는 SKC, SK모바일 등 계열 회사로부터 축적된 다양한 리튬이온 전지 제조기술을 통합하고,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소재 및 제품을 총 망라한 기술력을 확보해 일괄생산 체계를 갖췄다. 이런 움직임은 2009년 10월 말 독일 다임러 그룹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 일환으로 다임러 그룹 글로벌 하이브리드 센터(Global Hybrid Center)가 추진 중인 미쓰비시 후소(Mitsubishi Fuso)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미쓰비시 후소사는 1932년 설립돼 2007년 기준으로 약 19만대의 버스 및 트럭을 판매한 아시아 최고수준의 중대형 차량 제조업체다. 다임러 그룹이 85%, 미쯔비시 그룹이 15%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다임러 측과 상호 보완 아래 향후 2년간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앞으로 진행될 다임러 그룹의 다양한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배터리 프로젝트에 우선 협력업체로 참여할 수 있는 자력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대형 자동차업체가 추진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도 추진 중이라 세계 자동차업체들과의 협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또 전기차용 2차 전지(재충전해 사용가능한 전지) 외에도 국가연구과제인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략망)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 및 국내외 여러 2차 전지 관련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11월 정부가 추진 중인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서 '스마트트랜스포트' 분야의 주관사로 선정됐다.

    '스마트트랜스포트'는 전기자동차 운행과 중앙관제를 위한 전력망, 통신 시스템 구축 등이 중심이 되는 사업으로 SK에너지는 컨소시엄 주관사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개발
    "화재발생 피해 최소화는 물론 환경오염에도 일조"

    일명 그린 폴(Green Pol)도 SK에너지의 야심작이다.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폴리머(Polymer)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회수,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촉매 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재료인 폴리머로 전환해 실생활에 유용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 자원화하고, 친환경 신소재로 상업화하는 것이다. 기존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사용 절감은 물론, 세계적 이슈인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친환경 신소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 10월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신기술 특허이전 및 연구협력 계약을 아주대와 체결하고 본격 연구에 돌입했다.

    SK에너지 측은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연소할 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그을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되는 특성이 있어 화재 발생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환경오염방지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분해성, 무독성, 청정 생산 공정 등 친환경적 특성 이외에도 투명성 차단성 등 기존 범용수지에 비해 뛰어나고 차별화된 장점으로 인해 건축용 자재, 포장용 필름, 식품포장재 등의 활용이 우선 진행될 예정이고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에너지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상업공정 및 제품 용도개발을 위한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도 건설 중이다.

    친환경 석유 개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SK에너지는 휘발유와 경유 등 기존 석유제품 자체를 개선해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2002년부터 5년간 진행된 '그린에너지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그린에너지 프로젝트는 SK에너지가 생산하는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 등의 제품 생산 설비에 별도 탈황설비를 완공해 기존 대비 황 함량을 대폭 감소시키는 석유제품 탈황설비 준공 프로젝트로 2007년 9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품 일괄 생산체제를 갖추고 같은 해 9월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맹우 울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린에너지 제조시설 종합 준공식도 여는 등 '그린에너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초저유황 석유제품을 사용하면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 기준치 보다 더 강화된 품질의 석유제품을 공급해 정부정책에도 적극 호응하고, 글로벌시장에서의 품질 경쟁력을 한층 강화 할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온실가스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입

    SK에너지는 2008년 5월 국내 최초로 회사 사업장간 '온실가스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도 도입했다. 지식경제부 지원을 받아 울산공장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체계를 구축했고, 2008년 말까지 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험 운영했다. 이를 토대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장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다.

    사업장간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해 온실가스 배출감소 노력을 유발하는 등 자발적인 친환경 경쟁체제 도입으로 회사 전체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감축시키기 위한 SK에너지의 노력이다. 국내실정에 맞게 우선적으로 울산 컴플렉스 정유공장과 화학공장 등 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분기별 거래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경영을 대폭 강화했다. 또 2009년 초 인천 컴플렉스까지 거래제도를 확대, 울산에 8개 사업장(정유, 올레핀, 아로마틱, FCC, No.2 FCC, HOU, 윤활유, 폴리머)과 인천에 2개 사업장(정유, BTX) 등 1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거래제도를 시행 중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감축한 사업장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각 사업장 간 경쟁을 유발해 궁극적으로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한다는 점이 SK에너지 사내 배출권 거레제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