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22일(미국 현지시간) 교토의정서 효력 이후인 '포스트(Post)-2012' 기후체제와 관련,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실행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호주 중국 등 26개국이 참여하는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제1원탁회의의 공동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개도국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행동(NAMA, 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s)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하도록 하는 'NAMA 등록부(Registry)'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선진국에 대해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문제 책임을 요구하는 개도국 주장과, 개도국에도 감축행동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자는 선진국 간에 좁혀지기 어려운 접점을 찾기 위한 중재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는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앞두고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국면을 풀기 위한 독자적인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 ▲ <span style=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앉아 있다. ⓒ 연합뉴스" title="▲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유엔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한 영상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은 '십시일반(十匙一飯)' 정신을 강조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참여를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숟가락 크기가 아니라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원탁회의 후반부 발언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아닌 나라(Non-Annex 1 Country)로서는 처음으로 오는 2020년까지 중기 감축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면서 "금년 중 감축목표를 최종확정하면 국내적으로 구속력 있게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성 증진 등 전환기적 기술 개발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매년 GDP(국내총생산)의 2%를 녹색산업과 기술, 녹색인프라 구축에 투입하도록 5개년 녹색성장 실천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원탁회의에는 공동 의장국인 한국과 호주를 비롯해 중국 체코 지부티 가봉 그레나다 헝가리 이란 이라크 리비아 말리 모리타니아 모로코 네팔 파푸아뉴기니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와질랜드 태국 마케도니아 동티모르 트리니다드토바고 튀니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루과이 잠비아 등 대륙별 국가가 총망라됐다.

    참가국 정상들은 '지속가능한 저탄소 성장으로의 전환방안'이라는 기본주제를 놓고 2시간에 걸쳐 의견을 주고받았으며, 유엔측에서는 아샤 로스 미기로 사무부총장 등이 전체 원탁회의를 순회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선진국들은 그동안 대기중 축적해온 온실가스를 통해 다른 지역에 대해 기후부채를 짊어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선진국이 역사적 책임을 인식해 신흥경제국이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유해야 하며 개도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감당할 자세가 돼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신흥국, 개도국도 기후변화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은 정치지도자의 의지와 많이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한 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앞서 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며 "우리는 산업화, 정보화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녹색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려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이 양립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는 이분법에 휘말리지 않고 중도적 입장에서 우리 역할과 능력을 바탕으로 행동을 통해 교착상태를 풀어 나간다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