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에 원조 보수들이 뿔났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직접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좌다 우다, 진보다 보수다'는 이념적 구분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2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중도가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공권력 경시 풍조를 거론한 뒤 "이런 판국에 '중도'를 논한다는 것은 일종의 '넌센스'가 아니냐"면서 "'낱말'을 잘못 쓰다가는 나라가 망한다. 조심하셔야지요"라고 충고했다.

    '원조보수'로 불리는 한나라당 김용갑 상임고문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에 나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 한번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도강화론'을 혹평했다. 김 고문은 이어 "10년 좌파 정권 하에서 목숨걸고 싸우던 보수우파는 닭 쫒던 강아지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면서 "지금 북한 공산좌파는 핵무기를 개발·실험하고, 미사일을 연일 발사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데 우리는 우파정권이 느닷없이 중도로 가야한다니까 이것이 정상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향이 없는 중립.중도는 무의미한 기회주의"라고 조언했다.

  • ▲ <span style=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을 비판한 보수논객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왼쪽부터)  ⓒ뉴데일리 " title="▲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을 비판한 보수논객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왼쪽부터)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을 비판한 보수논객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왼쪽부터)  ⓒ뉴데일리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가세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당 5역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에 '환상.무지'등의 격한 단어를 쏟아내며 회의감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진정으로 중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보수주의가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는 소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우나 좌 또는 보수나 진보의 이념을 떠난 무색투명한 중간지대인 중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환상일 뿐"이라며 "우파 중에서도 합리적이고 좌파 정책 중에서도 좋은 것은 채용할 줄 아는 유연성 있는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실용이라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보수논객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발언이 나온 다음날(23일) 즉각 자신의 홈피에 '이 대통령이 말하는 중도는 기회주의이고 편법'이란 글을 남겨 발끈했다. 조씨는 여기에 이 대통령의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조씨는 "이념이나 가치관에선 중도가 없다"고 단언한 뒤 "이런 주장을 극단적이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의 직무를 위반한 사람이므로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은 이념적 원칙을 포기한 것이므로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헌법을 버리고 편법을 채용한 사람이 말하는 중도는 기회주의, 편의주의, 임시변통의 다른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만원씨도 같은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앞으로 이명박(대통령)을 도와주는 이들은 중도세력일 것"이라고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지씨는 "대통령은 작년의 촛불시위를 좌우갈등으로 표현하고, 좌도 우도 아닌 중도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며 "이는 우익과의 거리를 두겠다는 말과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