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은 제약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유명한 인물이다. 우황을 고르는 데 '최씨 고집'을 고수하며 최상품만을 고른다는 우황청심환 CF로 유명세를 치렀던 까닭이다. 광고처럼 그의 고집은 숱한 일화를 남겼다. 약재 수입문제로 정부 고위당국자와 '멱살잡이'를 했을 정도로 '휘어지지 않는' 성격이다.

    '드링크 시장 41년 1위 신화'를 무너뜨린 '비타 500'에도 그의 고집이 담겨 있다. 최 회장은 개발 당시 회사 연구진에게 첫맛과 끝맛, 목으로 넘어갈 때 느낌과 마시고 난 후의 느낌까지 완벽한 제품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의 'OK 사인'을 받기까지 무려 50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최씨 고집'을 바탕으로 2001년에 선보인 '비타 500'은 4년 만에 연매출 1260억원을 기록한 히트 상품이 됐다.

    이토록 고집스러운 최 회장을 단박에 무너뜨린 '세력'들이 있다.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라는 단체다. 지난해 '촛불정국'을 틈타 조선·동아·중앙일보에 대한 광고 중단 운동을 벌였던 이들이다. 검찰은 이 단체 관계자 24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전원 유죄판결을 내렸다.

    '언소주'는 지난 8일 또다시 광고주 압박에 들어갔다. 이들은 "조·중·동에 광고를 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불매운동 대상 1호 기업'으로 꼽힌 회사가 바로 광동제약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광동제약'을 택하는 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언소주' 내에서도 "겨울마다 연탄 나르기와 각종 기부를 하는 기업을 택한 이유가 뭔가", "비타민 음료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업체 20여 군데를 놔두고 왜 한국의 토종기업을 죽이려 하나" 등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한 놈만 죽을 때까지 패고 다음에 다른 놈 죽이자", "언소주 방침과 자신의 뜻이 맞지 않으면 훼방 말고 다른 데 가서 놀라"는 과격한 논리에 묻혀버렸다. 납득할 만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공개적인 협박'에 광동제약 최 회장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에도 이들의 항의와 협박 전화로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왜 하필 우리 회사냐"고 억울해할 여유도 없었다. 결국 최 회장은 하루 만에 두 손을 들었다.

    언소주 김성균 대표는 9일 카페에 '광동제약 불매운동 철회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광동제약이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동등하게 집행하기로 합의했으니, 각종 게시판에 올린 불매 게시글을 자발적으로 내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의 부인은 경향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언소주 카페가 또다시 들끓었다. "우린 광고 달라는 앵벌이가 아니다", "불매운동 철회는 실패한 협상"이라는 글과 함께 집행부를 비난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어떤 신문을 구독하느냐는 독자들의 권리다. 논조나 기사 스타일, 제공하는 정보의 양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신문을 선택한다. 어떤 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느냐 하는 문제 역시 광고주가 판단할 몫이다. 기업은 정확한 통계와 자료에 의해서 마케팅 효과를 따진 뒤 광고를 게재할 매체와 방법을 결정한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조·중·동에 광고를 끊지 않으면 가만 안 두겠다"고 겁박하는 '언소주'의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검찰이 피해업체의 고소고발과 상관없이 수사에 들어간 것도 그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적 목표를 위해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시비를 거는 '조폭 흉내내기'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조선일보 6월 12일자 30면 '조선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