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자 동아일보 사설 "'금(金)배지들의 떼법' 국민이 근절운동 벌이자"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회에서의 ‘법치 붕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민주당의 본회의장 불법 점거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막판 협상 중이지만 어떻게 합의한들 그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런 합의는 당장의 파국을 모면하려는 미봉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연기된 법안의 처리를 놓고 또다시 지금과 똑같은 상황을 연출할 게 뻔하다. 민주당의 극렬 반대,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청, 국회의장의 타협 종용, 여야의 협상과 야합이 눈에 선하다. 황상민(심리학) 연세대 교수는 “파국까지 가야만 행동을 바꾸지, 달리 해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 기본 책무는 ‘좋은 정치’를 통해 국리민복(國利民福)에 기여하는 것이지만, 우리 국회에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명색이 법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신성한 민의의 전당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불법을 자행한다. 입법기관이 이 모양인데 어느 누가 우리 사회의 불법과 떼법을 나무랄 수 있으며, 법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곳에서 어떻게 국리민복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겠는가. 이런 수준의 국회라면 언제든지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훼방을 놓고 국민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낼 수 있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은 기본이다. 여야가 법안과 예산을 놓고 국민을 상대로 논쟁하고 설득전(戰)을 펴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끝내 타협이 안 될 땐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요체이고, 우리가 선거를 치르는 이유이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선거는 대체 뭐하려고 하는가.

    민주당은 이런 대원칙을 무시한 채 오로지 ‘소수의 존중’만을 내세워 자신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단 하나의 법도 못 만들게 억지를 부려왔다. 전체의 28%밖에 안 되는 의석수를 가진 야당이 입법부를 제멋대로 농단하고, 그 배가 넘는 의석수를 가진 여당이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이런 국회에 어떻게 정치를 맡길 수 있겠는가.

    그동안 우리 정치에 숱한 문제점이 있었지만 금권선거 같은 구태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혹독한 비용을 치른 결과 상당 부분 치유됐다. 이제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를 직시할 때가 됐다. 바로 금배지들의 불법과 떼법을 근절하는 것이다. 국회 자체에 맡기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뿐이다.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이 운동을 국민적 과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금배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여론의 지탄이다. 유선이든, 무선이든, 인터넷을 이용하든 ‘저질 정치’에 대한 여론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지식인들도 침묵만 해선 안 된다. 시민단체들도 낙천낙선 운동만 벌일 게 아니라 이런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해 국민소환제 도입을 압박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는 역시 선거다. 국민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행태를 낱낱이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표로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