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가 또 왜곡 방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시사프로그램 형식을 띤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이 전·의경 부모들의 인터뷰를 자의적으로 편집해 왜곡 방영한 것으로 드러난 것. MBC는 지난달초 '전의경의 인권을 조명하겠다'며 전·의경 부모들에게 접근한 뒤 20여일이 지나서야 전혀 다른 내용의 코너에 짜집기 방영했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전·의경 부모들의 항의에도 짤막한 변명만 남긴 채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태다.

    전·의경 가족과 지인들의 인터넷 모임인 '전·의경사랑시민모임'에 따르면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은 지난 7월 4일 전의경 부모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유는 MBC의 방송으로 전·의경에게 또다른 피해가 가지않을까 우려한 부모들의 심정때문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의 "전·의경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는 집요한 설득 끝에 김모씨 등은 인터뷰에 응해줬지만 MBC는 약속한 8일 이를 방영하지 않았고, 황당하게도 20여일이 지난 29일 휴가를 나왔다가 '시위진압을 거부한다'며 복귀를 거부한 이길준 이경을 다룬 코너에 마치 이 이경을 지지하는 듯한 내용으로 편집해 사용했다.

    전·의경사랑시민모임 신찬영 대표는 2일 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신 대표는 "항의 끝에 담당 PD가 카페에 사과글이라고 올렸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당시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변명에 불과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신 대표는 "지난달 4일과 5일에 걸쳐 시위참관을 한 부모님들에게 '전·의경의 인권을 다루겠다'고 해 모임소속 부모님들의 인터뷰를 해갔지만 약속한 8일 방영되지 않았다. 당시 부모님들이 열악한 전·의경들의 환경과 가슴아픈 사연을 이야기했지만 방송되지않아 그냥 사정이 있어 그런가보다하고 지나갔었다"며 "그런데 29일에서야 이길준 이경 관련 방송분에 인터뷰 내용을 교묘히 짜집기해 마치 이 이경을 지지하는 인터뷰인 것처럼 보도됐다"고 말했다.

    특히 MBC는 이 과정에서 자식들에 대한 걱정을 토로한 부모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 이 이경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의견으로 둔갑시켰다. 신 대표는 "많은 부모님들이 이 이경 사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짜집기한 장면이 방영된 데 대해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뒤늦게 MBC의 조작 방송 사실을 안 신 대표는 지난달 30일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담당작가와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신 대표가 "전의경 부모"라고 신분을 밝히고 항의하자 김모 작가는 "죄송하게 됐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담당PD의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 홍모 담당PD는 신 대표가 '법적대응' 의사를 밝힌 뒤에서야 연락을 해와 "사전에 연락을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뒤늦었다. 신 대표는 "개인적으로 사과할 일이 아니라 상처입은 어머니들에게 사과하라"고 주문했고 홍모 PD는 카페에 짤막한 '사과글'을 올렸지만 부모들의 분노를 키웠을 뿐이었다.

    또 MBC는 문제의 방영분을 삭제해 다시보기가 불가능하도록 은폐했다. 신 대표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유료 가입해 보려고 했지만 삭제된 상태였다"며 "항의를 하니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삭제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을 보내주겠다'는 MBC측의 제안에 "방영분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원래의 취지가 아닌 다른 코너에 인터뷰가 삽입돼 분노하는 것"이라며 거절했다.

    신 대표는 1일 홍모 PD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제작진의 입장을 듣기위해 뉴데일리는 MBC측에 연결을 시도했지만 "휴일이라 자리에 없으며 개인적 연락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 대표는 MBC의 책임을 묻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법적 대응을 모색중이다. 전·의경사랑시민모임은 2일에도 시위참관을 위해 거리에 나선다.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면 시위대나 전·의경을 함께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현장을 찾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