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고승덕 변호사는 그야말로 ‘한나라당’ 바람으로 아무런 투자(?)없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억세게 재수 좋은 사나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오늘의 서초구를 일류 ‘서초 행정구’로 창조하다시피한 최초의 민선 구청장이자 3선구청장이었던 조남호 전 서초구청장을 공천 경쟁에서 따돌리고, 한나라당 바람에 휩쓸려 급작스럽게 서초구에 와서 가장 쉽게 당선된 고승덕은 과연 어떠한 정치 행적과 궤적을 갖고 있는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고시 3관왕 출신의 수재로 이름이 나 있고 과거 포항제철 회장이자 전 자민련 총재 박태준씨의 사위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던 고승덕 한나라당 국회의원 서초구 당선자는 뭐니 뭐니해도 오세훈 변호사와 함께 잦은 TV 출연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하여 오늘의 출세가도를 달린 정치지망생 방송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주꾼(?) 고승덕 변호사-‘출세길’의 로열 로드는 무엇인가. 그것은 TV에 출연하여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연예인적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과 맞물려 그가 지닌 가족 배경이 정치권에서 시선을 끌기 시작한 동기가 되었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99년, 2000년에 도하 일간지를 비롯 각종 시사주간지에 ‘고승덕’ 관련 화제 기사가 넘쳐 흘렀던 적이 있었다. 김대중 정권 당시 시사주간지인 일요시사 99년판 정치면 특종으로 다음과 같은 고승덕 관련기사가 눈길을 끈다.

    <…전략…>고승덕 변호사의 29일간의 악몽

    고승덕 변호사가 몰고 온 새로운 바람이 여야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다. 고변호사는 익히 알려진대로 자민련 박태준 총재의 사위. 그러한 그가 지난 4월 1일 국민회의를 방문해 이력서를 제출하면서부터 문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4월 1일 고승덕 변호사는 국민회의 당사를 방문 정균환 사무총장과 접촉했다. 이날 고변호사는 준비해간 6페이지 분량의 이력서를 접수 시켰다. 

    고변호사는 구체적인 얘기는 삼가면서 6월로 예정인 송파갑 재선거에 공천을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변호사는 이날 “가족들이 출마에 동의했고 박총재(고승덕의 장인 박태준씨 지칭)도 정치하는 것은 좋지만 장인이 사위에게 공천을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국민회의행에 대해 묵인한 것으로 설명했다. 고변호사는 국민회의 당사에서 정균환 사무총장 조재환 총재대행 비서실장 및 고위인사들을 두루 만났던 것으로 확인되었고 또한 의원회관을 돌며 인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와 관련 자민련 당직자는 박총재와 사전 상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총재가 사위가 국민회의로 가는 것조차 막지 못했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고변호사가 돌연 한나라당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25일경, 고변호사가는 한나라당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공천을 27일 정식으로 공천통보를 받았다. 당시 고변호사는 “나의 거취문제로 장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한나라당을 택한 측면이 있다” “나는 정서상 한나라당이 맞다”는 등의 표현을 빌려 입장을 정리했다. 고변호사는 또한 자신의 한나라당행 가능성에 대해 오래전 알려드렸다고 전했다. 

    고변호사는 또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해볼 생각이 있었지만 여가 가지 절차가 진행되다 보니 경쟁 후보측에서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 계속 나오고 근거 없는 것들을 밝히고 싶었다”며 한나라당 공천신청 배경을 말했다. 고변호사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자 국민회의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철새 행각”으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변호사는 자신은 국민회의와 본격적으로 접촉한 일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영입 작전, DR주도

    고변호사를 한나라당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은 한나라당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만한 일이었다. 인천 계양강화갑이야 안상수 전의원을 사실상 내정했던 상황에서 송파갑 후보를 찾지 못하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반가운 일임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또한 고변호사를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 받게끔 만든 사람들은 그만큼 주가가 올라갔음이 확실하다. 

    고변호사 영입에 관여 했던 사람은 황우여 의원과 김덕룡 부총재로 알려진다. 황우여 의원은 고변호사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 오며 고변호사를 끊임없이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덕룡 부총재 역시 막후에서 고변호사를 설득 한나라당 행을 강행하는데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당내의 중평. 한나라당에서는 김부총재가 고변호사를 영입함으로서 ‘한건’했으니 뭔가 달라는 것이 있겠지 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어쨌든 김부총재는 고변호사의 영입을 통해 당내 입지가 한층더 강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일이 잘되었으면 공이지만 일이 틀어지면서 김부총재는 우스운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는 것인 한나라당 측근들의 설명. 또한 김부총재가 공을 들인 작업이 무산되면서 고변호사에게 입김을 불어넣은 여권인사를 찾는데에도 관심이 집중되었다. 지난 29일 고변호사가 자민련당사를 찾았을 때 드러난 여권인사는 국민회의 김민석의원. 김의원은 고변호사가 박총재를 변담하기 전 10여분간 밀담을 나눈 것이 확인 되었다. 결국 김부총재는 김의원에게 멋지게 한방 먹은 꼴이 되고 말았다.
    <…후략…>

    이상이 고승덕 변호사가 정치 실험을 개시한 1999년과 2000년의 이야기 흐름 중의 일부분이다. 즉 한때 여야가 고승덕 변호사를 놓고 한바탕 치열한 싸움판을 벌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고승덕의 코믹한 인상과 어눌한 척 하면서도 편안한 그 무엇을 안겨주는 연예인적 기질이, 고승덕 속에 숨어있었던 또 하나의 정치적 야망과 합세하여 결국 그를 ‘정치가’로 변신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고승덕’ 스토리를 다루는 ‘언론’이 상당수 있었고, 그 이유는 무엇보다 ‘고승덕’이 과거부터 ‘정치적 야망’을 위한 정치적 행적이 다른 사람의 그것과는 달리 독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진다.

    USF법대 교수이자 변호사인 조희문씨는 과거 김대중 정권 하에서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직 재선거를 놓고 고승덕 변호사가 펼친 코미디 한마당은 현 한국정치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시험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아마 충분히 당선될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조 변호사는 고승덕 변호사가 고시3관왕이자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한 한국 엘리트라고 하면서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그당시 포철 회장시절 일찍 감치 둘째 사위로 맞아들여 미국 유학도 보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조변호사는 ‘정치문은(여당인) 국민회의서 두드리고, 공천은(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받고, 사퇴는 (범여권)자민련에서 하는 코미디를 연출해서 국민을 웃긴 것은 좋았는데 도가 지나쳤는지 여야는 그 코미디를 놓고 죽기 살기로 싸움박질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고승덕 파문으로 야당은 (당시 한나라당) 여당의 압력으로 공천 받은 사람을 빼앗아갔다고 야단이었고 여당(그 당시 국민회의)은 야당이 당 총재의 사위를 빼내어 장인과 사위가 싸움을 조장하는 반인륜적인 죄를 저질렀다고 서로 욕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고승덕 한나라당 당선자는 결국 억세게 재수 좋은 ‘한나라당의 바람’으로 그 어렵고 어렵다는 서울시 서초구에서, 서초구청을 창립하고 3연속 최초 민선 구청장으로서 서초구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문화구로 만들었던 행정가 조남호씨를 매우 쉽사리(?) 따돌렸다는 데서 그의 출중하고(?) 기발한 능력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있다.

    한국정치의 풍속도를 코믹하게 그려나갔던 고승덕 변호사의 정치실험은 그래서 한국적인 정치풍토에서나 가능한 이해못할 미스터리라고 꼬집는 이들 또한 많다. 서초구에서 어떠한 하등의 인연도 없었던 고승덕 변호사가 어느날 갑자기 서초구 공천으로 ‘한나라당’ 바람을 타고 나타나 서초구를 굳건히 지켜왔던 조남호 전 구청장을 일순간에 따돌리고 당선된 것을 두고 한국 의회정치의 블랙코미디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은 결코 흘려버릴 이야기만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정치인들이 ‘정권쟁취’의 목적을 위해 시시때때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서로 합종연횡하며 연대감을 드러내 정파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은 한국 구태정치의 전형이다. 일단 정치지망생이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으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을 뛰어넘는 정치행동을 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이제 한국 정치판도 의회정치의 진수를 맛보기 위하여 정화되고 순화되어야 할 그 무엇인가 에토스의 모습이 필요할 때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갈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희화화된 한국정치판의 ‘실루엣’을 그저 수수방관하며 쳐다보기에는 이제 우리도 정치선진화를 이루지 않으면 국가 선진화가 이루어질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껴야 할 때가 아닌가.

    고승덕 변호사의 정치 실험을 눈여겨보면서 한국정치판의 가치가 어디를 향하여 궤적을 그리며 가고 있는 것인지 한번쯤 날카롭게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