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9일자 사설 '변신의 귀재 공무원은 도태시켜라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무원들의 당선자 측 ‘줄대기’가 가관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봐 온 현상이지만 참여정부의 정책 수립과 집행에 앞장섰던 공무원들마저 이념의 스펙트럼을 건너뛰어 인수위 등 권력을 향한 각종 연줄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니 볼썽사납다. 특히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이어서 공무원들의 줄대기 행태가 더욱 극성스럽다고 한다.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부처에서는 조직 사수형 집단 자구책들에서부터 ‘나만이라도’ 식의 개인 생존형 로비까지 치열한 모양이다.

    공직자들의 줄대기 핵심은 역시 인수위다. 인수위 파견이 공무원들에게 승진의 보증 수표로 인식되는 탓에 부처마다 학연·지연 등 연줄을 총동원한 내부 쟁탈전이 치열하다고 한다. 이 당선자와 고려대 상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주위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가 하면 이런저런 연줄이 없는 공직자 중에는 이 당선자의 측근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일도 있다니 가소롭다.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척하면서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누가 모를까. 한 인수위원의 경우 임명된 지 하루 만에 200통이 넘는 전화를 받는 등 당선자 측근들이 전화 때문에 일을 못 할 지경이라고 한다.

    참여정부에서 앞장섰던 공직자들의 변신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대운하 건설에 가장 반대했던 건설교통부 공직자들은 청와대의 뜻을 따른 것일 뿐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기자실 폐쇄를 진두지휘한 국정홍보처 직원들 역시 “당시 폐쇄에 반대했었다”고 발뺌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공직자들이 변명과 줄대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경찰 간부들의 연이은 집단 외유 파문 같은 임기 말 기강 해이는 당연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임기 초 “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지만 그것을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당선자 측은 각별한 경계심과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민심을 읽기보다는 자신의 영달만이 관심사인 사이비 공복을 걸러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