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치열한 검증 공방을 벗어나 모처럼 고향인 경북 포항을 찾았다. 지지자들간 무력충돌 등 경선과열로 인해 당초 계획됐던 광주 합동연설회가 취소됨에 따라 지난해 추석 이후 약 10개월 만에 고향을 방문하게 됐다.

    24일 항공편으로 포항에 도착한 이 전 시장은 즉석 회의가 가능하도록 꾸며진 '대한민국 747 버스'로 이동, 고향사람들과 조우했다. 모처럼 짬을 내 고향을 찾은 이 전 시장에게는 고향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이 당 안팎에서 괴롭혀온 검증공세로 인한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된 셈이다.

    자신을 보기 위해 죽도시장에 몰려든 2000여명 포항 시민들앞에서 이 전 시장은 정책토론회, 검증청문회, TV합동토론회, 합동연설회 등 강행군 속에서도 지친 기색없이 두손을 머리위에 올려 하트모양을 그리며 환호에 화답했다. 마이크를 잡을 수 없는 선거법 규정상 확성기 대신 양손을 입에 모은 이 전 시장은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고향 이웃에 애정을 표현했다.

    이 전 시장은 "오늘 고향 포항에서 얻은 힘으로 12월 19일 반드시 승리하겠다"면서 "영원한 서민대통령이 되겠다. 좌판 장사한 정신을 잊지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어릴 때 죽도시장에서 내공을 많이 쌓았다"며 최근 정치공세에 견뎌온 심경을 비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죽도시장에서 장사를 한 경험이 있는 이 전 시장은 한 지지자가 준비한 속칭 '아이스케키' 상자를 둘러메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 전 시장은 '아이크케키'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으며, 직접 하나 베어 문 뒤 동행한 김윤옥 여사에게 권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날린 수천개의 종이비행기가 죽도시장을 뒤덮기도 했다.

    시장을 돌며 상인을 격려하던 이 전 시장은 리어카를 두고 과일장사를 하는 한 중년여성과 인사를 나누고 자두를 두 봉지 건네받으며 "장사할 때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최고 좋더라. 말만 하는 사람은 싫고"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장사가 잘 되는 게 소원"이라며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시장방문 도중 어머니의 친구라는 한 할머니와 우연히 조우해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야채, 생선 등을 팔면서 과거 좌판 행상으로 7남매를 키워냈던 홀어머니를 오늘의 자신을 있게한 정신적 지주로 삼고 틈날 때마다 존경을 표해왔다. 여전히 포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옥분 할머니(81)와 이 전 시장은 서로를 알아보고 한동안 부둥켜안고 어머니를 회상했다.

    이 할머니는 "예전에 이 전 시장 어머니하고 같이 장사도 했었다. (이 전 시장이) 공부를 잘했었는데, 서울에 올라가고서는 오늘 처음 봤다"며 눈물을 훔쳤다. "잘되야할 낀데(텐데)…"라며 이 전 시장을 격려한 할머니는 자리를 떠난 뒤에도 한참이나 이 전 시장의 뒤를 보며 건승을 기원했다.

    일부 상인들은 종이박스를 잘라 '환영 이명박' '고향 포항에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급히 적어 만든 '즉석 피켓'을 들고 이 전 시장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이 전 시장은 "옛날 장사하던 곳에 오랜만에 와서 좋다. 기분 좋다"며 모처럼 여의도를 벗어난 여유를 즐겼다.

    이 전 시장은 죽도시장에 이어 포항공대 지능로봇센터와 가속기 연구소를 방문한 뒤, 지역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구로 이동해 여장을 푼 이 전 시장은 25일에는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인 서구를 포함한 수성갑 동구갑 수성을 당원협의회를 연쇄 방문하며 당심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날 첫선을 보인 '747버스'는 '달리는 회의실'로 개조한 45인승 버스로, 외부에 태극마크가 새겨져있으며 탁자와 컴퓨터, 팩시밀리, 프린터 등이 비치된 회의실과 함께 수면실 등도 갖추고 있다. 버스 겉면에는 이미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의 '대한민국! Be MBtious!' '경제먼저, 오빠먼저' 등 응원문구가 벌써 빼곡히 새겨졌다. [=포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