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안법과 북한의 방송 신문 수용은 모순되지 않는다. 국보법은 수년에 걸쳐 7~8차례 개정됐다. 개정된 국보법은 이적물에 대해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갔다. 국가 안정을 해치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목적의 신문 방송 수용은 국보법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정형근 의원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정 의원은 19일 서울 잠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관에서 개최된 안보정책자문회의에 참석해 새 대북정책에 대해 역설했다. 이는 정 의원이 발표한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보수진영에서 거세게 일자 지난 9일 중도 보수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데 이어 두번째 보수단체와의 대면이다.

    정 의원은 이날 최대 보수단체 향군(회원수 650만 여명)의 지도급 인사들 앞에서 진땀깨나 흘려야만 했다. 사실 향군이 주최한 자문회의는 애초부터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 의원에게 전달하고 오히려 정 의원에게 새 대북정책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려고 열린 것이기 때문. 즉 정의원은 반대를 전제로한 자문회의에서 새 대북정책을 홍보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것이었다.

    정책자문회의를 주최한 박세직 향군 회장을 비롯한 군 출신 원로들은 정 의원에게 매섭게 새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질타했다. "신문 방송 수용은 국보법과 대치 되는 것 아니냐" "혹시 국보법 폐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냐" "선안보 후교류 원칙을 깨겠다는 것이냐" "역사적으로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에서 성공한 선례가 없다" "상호주의 포기 왜 하는가" 등등 따가운 질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 의원은 새 대북정책 홍보부터 시작했다. 북한과 미국의 정세변화 그리고 새 대북정책이 시대의 명제임을 역설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지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지하면서 역동적인 자세로 개혁 개방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를 봐도 사람간의 소통을 먼저 해야 한다. 남북이 정치적 통일을 이룩하기란 대단히 힘들다. 실질적 관점에서 남과 북 사람간의 통일을 먼저 이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람간의 통일이란 단계적 자유왕래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정체성 논란이 있는 것을 의식한 듯 "당 안팎에서 한나라당 정체성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지키는 정당이며 대한민국의 성장신화를 계승하고 혁신시킨 유일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대북정책은 절대 한나라당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산문화된 대북정책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것이다. 비핵화를 견지하며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고 대북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국보법 논란과 관련, 군 원로들을 안심시키려는 데 주력했다. 그는 "국보법 폐지는 절대 없다"며 "여당이 국정원 수사국을 없애려고 했을때 내가 발벗고 나서 막았다. 국보법에 대해선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보법과 새 대북정책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보법은 수년에 걸쳐 7~8차례 개정됐다. 논란이 되는 북한의 방송 신문 수용과 배치되지 않는다. 개정된 국보법은 이적물에 대해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갔다. 국가 안정을 해치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목적의 신문 방송 수용은 국보법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장시간에 걸쳐 정 의원은 새 대북정책을 홍보했다. 그러나 향군의 입장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회의가 열리기 전 향군은 미리 새 대북정책 반대를 천명하고 '한나라당 새 대북정책 당론 채택 저지'에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정형근 수난 시대, 보수단체에 계란 봉변

    지난날 보수진영의 핵심 인사로 꼽혀온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보수진영으로 부터 계란 세례를 맞는 일이 발생했다.

    정 의원은 19일 향군이 주최한 정책자문회의에 참석하려고 서울 잠실 향군회관으로 입장 하던 중 '라이트코리아' 등 정통 보수 진영의 계란 투척에 얼굴을 강타 당한 것.

    정 의원이 향군회관 1층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라이트코리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한민국 병장연합회’ 등 6개 보수단체 관계자 20여명은 "대북정책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정 의원에게 계란을 던졌다.

    정 의원의 얼굴과 옷은 계란으로 뒤범벅 됐고 당황할 틈도 없이 향군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문회의 장소인 12층 향군회의실로 황급히 올라갔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정 의원이 보수 단체의 계란 투척을 당한 것은 그만큼 보수진영에서 새 대북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