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신문과 TV 등 언론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식 중 하나가 버지니아텍 총기사건일 것이다.

    필자가 버지니아 텍 사건을 보면서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미국인들의 태도에 감명을 받았다.

    필자는 범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과 교포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를 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미국인들은 그 사건이 개인이 저지른 것이지 한국인 전체와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차가운 시선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인 전체를 대대적으로 매도하는 그런 분위기는 없는 모양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추모 분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촛불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필자는 2002년도에 있었던 효순, 미선 여중생 장갑차 사건 때의 촛불시위가 떠올랐다.

    5년 전에 있었던 여중생 장갑차 사건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그 사건 역시 가슴아픈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미군들이 살인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이 아니라 명백한 과실치사였다. 즉 교통사고였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두 여중생의 교통사고를 마치 미군들이 고의로 죽인 것처럼 선동질하더니 촛불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 측은 유족들에게 각각 2억원에 가까운 배상을 한 상태였다. 당연히 사람의 목숨이 돈으로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필자는 교통사고 과실치사는 쌍방 합의를 하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들었다.

    사고로 죽은 어린 여학생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진실을 왜곡하면서 살인미군 물러가라는 식의 분위기가 집회를 주도했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단순 교통사고를 고의적 살인으로 규정한다면 필자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교통사고를 내서 사망자가 나온다면 당장 살인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교통사고와 살인은 결코 동격이 아니다.

    어린 여중생들의 영혼을 정치에 악용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들을 속이려 한 여중생 범대위도 아주 나쁜 사람들이지만, 사건의 본질을 올바로 보지 못하고 어리석게 동조한 사람들, 특히 대한민국의 20대와 30대들에게 필자는 많은 실망을 했다. 더 어리석은 사람은 이 분위기에 휩쓸려 엉뚱한 후보에게 투표권을 행사한 사람들이었으며 더더욱 어리석은 사람은 그때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지금까지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5년 전의 이러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은 현재 미국인들이 보여주는 태도와 아주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몇몇 운동권 성향의 네티즌들은 여중생 장갑차 사건과 버지니아 텍 사건은 사안의 본질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운동권 그룹처럼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대중을 선동하려는 그런 불순한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지난 5년전 우리의 모습과 지금의 미국은 비슷한 입장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며, 미국에서 이 사건을 가지고 반한의식으로 몰아가도 우리는 할말이 없을것입니다. 만일 우리나라 캠퍼스에서 미국 국적의 학생이 한국인 수십명을 총으로 사살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인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지 않고 대중들을 선동하지 않으며 차분하고 침착하게 슬픔을 극복해 나가려는 미국인들의 태도를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왜곡과 선동이 성공을 했고 미국에서는 왜곡과 선동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