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좀 터주세요. 시간이 돈인데…괜찮아요, 돈버는 손인데 어떻습니까"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재보선 지원유세 과정에서 부쩍 많아진 상가나 재래시장 방문동안 '훈남'매력을 발산하는 일이 많다. 특히 노점상이나 좌판상인들에게 이 전 시장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각별한 눈빛을 보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훈남'은 '마음이 훈훈한 남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전 시장은 여러 기회를 통해 "시장방문이 어렵고, 곤혹스럽다"고 얘기한다. 선거철 정치인을 따라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다니면,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요즘 지친 상인들의 장사를 방해해 더욱 짜증스럽게 할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이 전 시장은 "일정표를 보면 시장방문이 들어있는데 지원유세에서 뺄 수도 없고..."라며 "그래서 가급적 동행인원을 줄이려 애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이 전 시장의 수행원들은 따라다니는 지역당원이나 인사들을 떼내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자발적으로 원해서 찾아온 이들을 매몰차게 내몰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시장통을 막아 상인과 시민들에게 뜻하지 않는 '민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

    좌판상을 했던 어머니와, 자신의 길거리 풀빵장사 시절을 이 전 시장은 자주 떠올린다. 이 전 시장은 "정치인들이 괜히 와서 악수하고 '장사잘돼죠'하고 물으면 화가 났었다"면서 "장사도 못하게 다니는 것보다 하나라도 더 팔아주는게 바로 도움이 됐고 고마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장을 다니며 때로는 사진기자의 요청으로 물건이라도 하나 집으면, 꼭 수행비서를 시켜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며 "내가 물건을 집었다 놓고 가버리면 이를 본 상인의 마음이 어떻겠나.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그 심정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시장선거를 돕기위해 23일 서산동부시장을 방문한 이 전 시장은 '비린내 난다'며 악수를 피하는 어물전 상인의 손을 끌어 당기며 "괜찮아요, 돈버는 손인데 어때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상인역시 미안한 기색을 얼른 치우고, 이 전 시장에게 "열심히 해주세요"라고 화답했다. 유세동안에도 지나가는 오토바이 한대, 차 한대에도 이 전 시장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지지를 호소하다가도 말을 끊고 "좀 비켜주세요. 시간이 돈인데..."라고 시민들에게 부탁했다.

    이날도 이 전 시장은 오이와 양파를 싣고 리어카를 끌고 오는 한 여성상인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이 전 시장은 오이 6개를 집어 직접 비닐봉투에 담으며 지갑에서 1000원짜리 두장을 꺼내 건넸다. "지금 2000원밖에 없네요"라며 돌아선 이 전 시장은 "이거 언제 다팔지..."라며 혼잣말을 했다. 또 가게와 가게사이 비좁은 틈에 앉아 장사를 하고 있는 노파에게 달려가 허리를 펴는 시늉을 하며 "너무 앉아만 있지 말고 몸을 움직여주라"고 걱정했다. 무슨 얘기를 나누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시장은 "저렇게 늘 엎드려 있으면 허리가 아파서 안되거든. 가끔 펴줘야지"라며 안타까와했다.

    지지율 1위의 대선주자 답게 이 전 시장이 움직이면 그 행렬의 길이도 만만찮다. 시장을 돌아나올 즈음 멀리 무소속 후보의 유세차가 보이자 이 전 시장은 지역당원들에게 "옆으로 피해갔으면 좋겠다"며 목적지까지 돌아가는 길을 요청했다. 그는 한나라당 유상곤 후보에게 "1번 후보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를 방해하거나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며 작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이같은 마음 씀씀이를 아는 지 시장상인들과 곳곳에서 마주친 타 후보 운동원들은 이 전 시장을 반갑게 맞이햇다. "명박이 오빠와 악수하려고 기다렸다"며 이 전 시장을 둘러싼 여상상인들은 "텔레비전보다 실물이 낫다" "작년보다 더 젊어졌네요"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서산시장을 다니는 동안 상인들은 간월도어리굴젖, 양파를 들고와 이 전 시장에게 선물했으며, 한 어물전 주인은 급히 서산꽃게를 싸들고 달려와 이 전 시장 손에 쥐어주며 "경제를 살려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서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