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 대운하' 등 자신의 대권구상에 대한 대권경쟁자들의 견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아들 병역루머에 대해 처음 언급하며 정치문화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27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국제신문 사옥 대강당에서 예비유권자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시작으로 부산 경남 공략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시장은 "과거 기업에 있을 때는 세계 1류기업과 서로 잘하려고 경쟁하는 것을 배웠지만, 정치를 해보니 서로 끌어내리려고 경쟁하더라"며 "그래서 정치가 발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지지율 1위에 대한 비방과 음모가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견디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나라를 위해 일해보겠다고 평소 생각했던 계획을 내놓는 데 대해 별별 비난이 많아 너무 슬프다"며 경쟁자들에 대한 섭섭함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우리 사회가 이런 사회냐"며 "남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게는 않고 없는 말을 만들고 있다"고 아들 병역루머를 거론했다. 이 전 시장은 "최전방에 가서 고생 좀 하라고 막내아들을 2년 6개월 동안 보냈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보니 '아버님 군대 안가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못가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우리 애 편지가 있더라"면서 "간 걸 안갔다고 소문낸 것까지는 좋은데 애 이름으로 거짓편지까지 써서야 되겠느냐"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우리 국민은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사회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국가를 올바른 길로 가게 할 것"이라며 자신했다. 그는 "여기서 (내가) 또 비난하면 서로 혼탁해진다"며 "(비방하는 쪽이) 혼자서 하다 안되면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내가 테니스를 치면 황제테니스가 되더라"며 허탈함을 내비치면서도 "그러나 이런 것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우리 사회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목표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는 "이 땅에 태어나서 교육받고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만들 꿈이 있다"며 "그 꿈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실천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전 시장은 "실천할 능력과 경험이 없어 꿈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반드시 그 꿈을 이뤄보려 한다"며 분명한 대권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명사와 함께하는 고3 문화교실' 강연에서 이 전 시장은 '청년의 꿈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곧 사회인이 될 학생들에게 '인생선배'로서 자신의 경험담과 충고를 전했으며, 대입 수능을 치른 부산 남일고 3학년 학생과 일반인을 포함한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현재 모습에 오기까지 이 전 시장의 인생역정에 귀를 기울였다. 

    강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자리를 메운 고3 학생들은 연설 도중 수차례 함성과 박수로 이 전 시장을 응원해 '대학강연'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학교 부장교사 배영진씨(46) 는 "이 전 시장처럼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명사들의 강연이 학생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전 시장은 오전 고교생 특강에 이어 경남 창원으로 이동, 자신을 지지하는 성향의 인사들이 주축이 된 '경남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특강을 가졌다. 경남포럼은 광주, 강원, 전남, 부산 등에서 창립된 포럼과 유사한 형태로 학계 등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있는 정책을 논의한다. 이 전 시장은 다음날인 28일에도 마산시의회 마산상공회의소 공동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뒤, 진주에서 한국국제회계학회에서 2006 최고경영자상을 받고 진주산업대학 총학생회 초청 특강을 갖는 등 부산경남 일정을 이어 간다.[=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