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회장 김상태) 임원단과 전직 국방장관 등 10여명이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방문했다가, 김근태 의장으로부터 호된 ‘문전박대’(?)만 당하는 등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문제를 놓고 서로간의 의견차를 여과없이 노정했다.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김상태 성우회장의 모두 발언을 시작으로 전직 국방장관이 돌아가면서 의견을 피력하고 이에 김 의장이 마지막 발언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는데, 전직 국방장관의 발언 수위에 대해 김 의장이 간간히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당초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얼마지나지 않아 싸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김 의장은 간담회 내내 상기된 얼굴로 전직 장관들의 발언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장은 김상태 성우회장이 첫 발언에서 “지금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시험을 하고자 진행중이고 미사일을 쏴서 국제적인 관심을 일으키고 있는 이런 시기에 왜 하필 자주라는 명분하에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를) 추진하려는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서서히 얼굴 표정이 상기되기 시작하더니, 이후 전직 장관들의 발언을 간간히 막으면서 불쾌감을 직설적으로 표출했다. 

    이상훈 전 장관이 “우리는 김 의장이 아주 소신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 정부에서 껄끄럽게 생각하는 ‘뉴딜’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발언에 앞서 의례적인 말을 했을 뿐인데도 김 의장은 즉각적으로 말을 자르고 나서 “껄끄럽지 않다”면서 예민하게 대응했으며, 이어 발언에 나선 이종구 전 장관이 김 의장에게 “작통권에 대해 한가지 물어보겠다”고 하자 “질문은 하지 말고, 말씀만 하시라”면서 ‘신경질’에 가까운 반응까지 내보였다.

    김 의장의 이런 불쾌감은 급기야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발언에서 폭발하기 시작, 간담회장을 일순간 싸늘하게 만들었다. 김 전 총장은 윤광웅 국방장관의 해임 운운하며 “윤 장관도 문제지만, 대통령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국가 안보에 대해 소홀한 것 아니냐”고 말하자, 김 의장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이다. 대통령 얘기는 행정부에 가서 말씀하시라. 여기는 당이니까 구별해서 말씀하시라. 그렇게 말씀하시면 결례”라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내보였다. 

    이어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나서 “국가 안보라는 것은 정치나 정당을 초월해 여야가 따로 없다. 작통권 문제를 국민 자존심이나 그런 것하고 결부시킬 수는 없다. 민족의 자존심은 국가를 보전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적의 침공으로 온 국토가 잿더미가 되고 전쟁에서 지고 공산화된다면 민족적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에 강력 반발했다. 이어 박 회장은 “미 국방성 실무자들이 ‘한국은 이미 포기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 후의 한국태도에 경악을 못했다’고 하고 있다”면서 재차 발언을 이어가려 하자, 김 의장이 또 말을 끊고 나서 “이쯤하시죠”라고 상당히 언짢은 모습을 내비쳤다.  박 회장이 또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에 대해) 국민에게 자존심의 문제라고만 한다면 어느 누가 반대하겠느냐.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 정치이득을 보려는 포퓰리즘, 인기영합주의 정치논리로 국정운영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자, 김 의장은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면서 "당에와서 너무 정치적 용어를 사용하시면 안된다. 그렇게 하시지 말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이후 마무리 발언에 나선 김 의장은 마치 작심한 듯 “이상훈 전 장관이 전화했을 때 망설였다. 만나는 것이 예의고 도리라고 생각했지만 다소 유감스럽다”며 “(이 자리에) 모신 것은 장군님들의 고심을 존중한다는 의미였는데, 대화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유감스럽다”면서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순간 장내는 침묵이 흐르면서 참석자들 면면에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내비쳤다.

    이어 김 의장은 최근 버시바우 미 대사를 초청해 나눴던 얘기들을 전하면서 ‘안보불안의 여지는 분명히 없다. 한미동맹 약화되지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장군님들이 주장하는 동맹약화, 주한미군 철수는 사실이 아니다. 정치적 입장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 설득력이 없다. 지금으로서 장군님들 생각하는 것과 당론은 분명이 다르다”고 했다.

    김상태 성우회장이 “국가안보 전문가인 선배님들의 충언으로 이해해 달라”고 한데 이어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이 “예의가 없다는 점이 있었다면 고의적인 것이 아니니 양해를 해달라”고 말하자, 김 의장은 “장군님들과의 대화 기회가 없어서 (마련한 것인데), 안 만나도 아무런 상관없다. 저희가 만난 것은 성의다. 성의로 만난다는 것은 대화의 방식을 존중한다는게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나는게 의미가 없다”면서 전직 국방장관들의 태도에 못마땅함을 분명히했다.

    한 시간 여 가량의 간담회가 끝난 직후, 전직 국방장관들은 김 의장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준비된 차량을 타고 당사를 빠져나왔으며, 김 의장은 차량까지 이들을 배웅했다. 김 의장의 배웅과 전직 국방장관들이 당사를 빠져나오는데에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성은 오자복 이상훈 이기백 이종구 전 국방장관과 김상태 성우회장,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했으며, 당에서는 김근태 의장을 비롯 전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던 유재건 의원, 조성태 의원, 김성곤 국회 국방위원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