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보수인들은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데 공감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보수인들이 「작은 군대」는 싫어한다. 이는 앞뒤가 안 맞지만 작은 군대를 반대하는 보수인들은 북한군의 존재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 하곤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거대한 북한군 때문에 작은 군대를 가지면 안되는 것일까? 이제부터 하나씩 생각해 보도록 하자.

    현대전은 두뇌와 병기의 싸움

    군사평론가 지만원 박사는 그의 저서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24만, 이스라엘군이 17만이다. 소총시대에는 대군이 곧 강군이었지만 지금은 소군이라야만 강군이 될 수 있다.’

    지만원 박사(이하 지씨)가 소군이어야만 강군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이유는 이렇다. 대군을 유지하게 되면 병력 유지비용 때문에 장비가 영세해지고 우수한 인력을 충원할 수 없어 오히려 군이 약해진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29일 문화일보 기사 ‘해군, 병력 2만명 많은데 전력은 3분의 1’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지씨의 주장이 설득력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일보 기사의 골자는 한국 해군이 덩치는 일본 해상자위대보다 크지만 장비의 영세성 때문에 정작 전투력 면에서 크게 뒤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대중들은 군대 크기를 줄이는 군축을 하게 되면 군이 약해질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군축도 군축 나름이다. 군축을 제대로 하면 오히려 군은 강해진다. 이를 스케일링하면 치석이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아 건강은 더 좋아진다. 군도 마찬가지다.

    일본 자위대보다 강한 한국군을 만들고 싶다면

    일본 자위대보다 강한 한국군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군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보수성향의 국민들은 100만 이상의 북한 정규군 때문에 군을 줄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군을 막고 있는 제일의 전쟁 억제력은 60만 한국군이 아닌 미국 핵무기이며, 압도적인 미군의 군사력이다.

    당장 우리는 불과 3만 7000의 주한미군에게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작은 군대가 엉성한 큰 군대 이상으로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이다. 작고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보수인들이라면 ‘작고 강한 군대’에도 동의할 것이다.

    지금 현재 한국군은 무려 60만 이상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에 가서 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 젊은이들 가운데 20만명이라도 나와서 우리 사회에서 학업에 종사하거나 생업에 종사하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군에 갈 나이에 있는 젊은이 한 명이 군에 가는 대신 사회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젊은이가 한 달에 100만원만 번다고 가정해도 이 젊은이의 가정은 2년 간 24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이 젊은이가 군에 가게 되면 이 젊은이의 가정은 2년 간 240만원도 벌지 못한다. 또한 이 젊은이가 사회의 민간기업에서 일을 했다면 월급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젊은이가 군에 가면 그만한 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한다.

    대중들은 현재의 징병제 구조가 비용이 거의 안 드는 좋은 구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큰 가치가 묻혀버리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생각이다.

    이제는 군축을 선택해야 할 때

    큰 정부가 작은 정부로 바뀌어야 하듯, 군도 작고 강한 군으로 변해야 한다. 21세기에는 대군은 절대 강군이 될 수 없다. 작은 군대만이 강군이 될 수 있다.

    일부 보수인들은 북한이 병력을 줄여야 한국도 병력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군사력 경쟁상대가 북한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발상이다. 우리의 군사력 경쟁상대는 일본도 있고 중국도 있다. 이런 상대에 맞서기 위해서는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군을 경영하는 방식을 대폭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국방혁명의 핵심은 군축이다. 그리고 앞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군축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군축 문제에 있어 뚜렷한 보수진영의 대안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