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다시 기지개를 펴는 것일까.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정계복귀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전 총재의 최근 행보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정계은퇴 후 처음으로 새해 첫날 이례적으로 자택을 공개하고 박근혜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학법 장외투쟁에 대해 "한나라당의 강경대응은 잘 하는 일이며 박근혜 대표도 자세를 잘 취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정계복귀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1일 이 전 총재의 서울 서빙고동 자택에는 한나라당의 차기 예비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비롯, 지방선거 출마예정자인 김문수 김영선 남경필 맹형규 박계동 이재오 전재희 의원 등 1000여명이 대거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자리에선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나라의 기본이 흔들리는데 대한 염려를 하는 국민과 같은 심정으로 앞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계복귀에 대한 여운도 남겼다.

    정치권에선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 전 총재의 행보를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난무했다. 이 전 총재는 지난해 10.26 재선거에서 직접 대구까지 내려가 자신의 측근 출신인 유승민 후보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이 전 총재의 대구행을 지켜본 몇몇 당직자들은 "과거 이 전 총재가 선거유세현장을 누비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며 이 전 총재에 대한 향수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10월말 부터 이어진 한나라당 차기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출판기념회에 잇따라 모습을 나타내며 정치행보를 이어갔다. 이 전 총재는 11월 3일 이재오 의원 출판기념회와 14일 박진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며 정치권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이 시장이 "이 전 총재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더 낫다"는 말을 하자 이 전 총재는 강하게 불쾌감을 나타냈고 결국 이 시장으로부터 정식 사과까지 받아내며 여전히 자신의 건재함을 확인시켰다. 또 지난 10월 24일 이 전 총재가 모친상을 당하자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고건 등 차기 예비대권후보를 비롯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조문을 오는 등 상가가 '정치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측근들과 함께 산행까지 계획해 '정치재계의 신호탄'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전 총재의 팬클럽 '창사랑' 대표인 백승홍 전 의원은 3일 'CBS 뉴스레이더'에 출연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이 마음을 비우고 이 전 총재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면 반드시 정당의 목적인 정권교체는 이루어질 것" "여론조사 결과, 많은 국민들이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정·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되기를 희망하고 있고 국민 뜻에 따라 개헌을 할 경우 대통령 후보에 이 전 총재, 부통령 후보에 박 대표나 이 시장을 러닝메이트로 하면 반드시 승리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 신당이라도 창당해서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 논의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전 총재 측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종구 특보는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 분(백승홍 대표)이 얘기하는 데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그 분 본인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지 총재님의 생각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창사랑이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해 언급할 경우 여러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며 "또 (이 전 총재의)정계복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 꿈틀거리는 '이회창 역할론'에 대해선 "'자연인으로서 역할을 하셔야 한다' 혹은 '정치적으로 역할을 하셔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총재께서도 여러가지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 전 총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승민 의원도 "한나라당이 다음 정권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이 전 총재가 결정적인 순간에 간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회창 역할론'을 거론한 바 있으며 당 관계자들도 "이 전 총재가 갖고 있는 당내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