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 포럼 10월 월례 토론회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제언
  • 김종석(홍익대학교 경영대학장, 경제학교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가 쉬운 일이었다면 모든 나라가 고실업에 이렇게 오래 동안 고통을 겪고 있을리 없다. 경제정책의 최대 과제이자 경제학의 최대 난제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1) 한 사람이 해도 될 일을 두 사람이 하는 것은 퇴보

    이런 어려운 문제가 정치적인 고려와 이익집단의 저항, 비전문적 관찰과 주장으로 더 어렵게 되고 있다. 2012년 두 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정치인들과 일부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주로 달콤한 말만 들었다. 고통 없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가지게 됐다. 그런 환상 중의 하나가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 덜하는 만큼 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 나누기는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실질임금 상승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실질임금이 상승하는데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그 만큼 일자리 없는 사람들의 일자리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를 나눈다는 것은 한사람이 해도 될 일을 두 사람이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가 어려울 때 임시 처방은 될지언정, 모든 사람을 잘살게 하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려면 오히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하게 돼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일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한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정확하게 그 과정이다. 

    (2)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만들어져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데 왕도나 묘방은 없다.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그리고 일거리는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생긴다. 그런데 일거리도 없는데 일자리를 늘리려니까 한 사람이 해도 되는 일을 여러 사람이 하자고 하고, 필요도 없는 일을 만들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자고 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도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일거리가 늘어도 일자리가 안 생기는 이유, 즉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이유는 일거리가 늘어도 고용주들이 사람 쓰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고용비용이 높고 사람 쓰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거리가 생겨도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자동화설비를 선호한다. 이것은 영세사업자라도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고용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자명하다. 일거리를 늘리고, 고용주들이 사람 쓰는 것을 꺼리지 않도록 해주면 된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각종 고용 관련 규제들은 기업들로 하여금 더욱 사람 쓰는 것을 꺼리고 부담스럽도록 하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논란, 각종 의무고용,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비정규직 고용규제, 사내하청 규제 등등의 규제들은 한결 같이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점점 더 사람 쓰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근로자가 기업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그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높으면 기업들은 사람 고용하지 말라고 해도 고용할 것이다. 지금 기업들이 사람 쓰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바로 이 부등식이 반대로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혜택을 줄이지 않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생산성을 높이는 수 밖에 없다. 결국 생산성 증가만이 일자리를 늘린다. 이 원리를 무시한 어떤 규제나 캠페인도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 검토하는 고용관련 규제와 정책은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이 없다. 어떻게 더 생산하지 않고 더 먹을 수 가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일 덜하고도 더 먹을 수 있다고 우기는, 또는 그렇게 해주겠다는 괴담이 판치고 있다. 

    (3)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소득은 시장에서 얻는 것

    세금 퍼주기식 대증요법이나 기업 부담 늘리는 규제수단으로는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소득은 시장에서 얻는 것이다. 기업에게 온갖 규제로 고용비용을 높이고, 투자를 억제하고, 시장거래를 규제하면 그만큼 일자리와 소득창출기회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당연한 원리를 외면하고 온갖 규제와 꼼수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니 일이 더 꼬이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 쉬운 해법이 있을 리 없다. 일자리 창출도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도 안타까운 일이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도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차별을 불법화하고 비정규직을 불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노동시장에 공급이 과잉인 상태에서 아무리 법과 규제로 차별시정, 비정규직 해소를 외쳐봤자 더 은밀한 형태로 차별과 불완전 고용은 나타날 것이다. 

    (4) 고용관련 규제들은 일자리 가진 사람들에게만 혜택

    지난 일년 사이에 37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는데, 늘어난 일자리가 대부분 나쁜 일자리여서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일자리는 아예 생기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조치들이 자영업 과당 경쟁을 막겠다고 창업을 제한하고, 비정규직 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일자리가 만들어 지겠는가? 빵집이나 커피점이라도 해보겠다는 사람 창업을 막고, 그나마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없애버리게 될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각종 고용 관련 규제들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되어 있고, 일자리를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다. 그러니 일자리가 만들어 지지 않고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5) 단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얻을 수 없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얻을 수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 무더기로 도입되고 있는 고용관련 입법들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줄이고 새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막는 우를 범하고 있다. 우선 일자리부터 많이 만들고, 만들어진 일자리의 질을 차차 높여야 한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서 사람이 귀해지면 차별도 비정규직도 저임금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질 좋은 물건을 싸게 사겠다는 것처럼 무의미한 말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달성하는가이다. 우선 일자리를 만들고, 만들어진 일자리의 질을 높여나야 한다. 고용비용을 낮추고 근로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허용하면 일자리는 저절로 만들어 질 것이다. 규제와 비대한 정부로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위기를 당한 나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항상 가장 먼저 취하는 조치가 고용유연성 제고인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