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저축은행 전신은 상호신용금고입니다. 상호신용금고는 1972년 내가 재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만든 서민금융기관입니다. 당시는 사채놀이와 계(禊)가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이 불건전한 자금거래방식을 제도 금융으로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은행과는 차원이 다르므로 ‘상호신용금고’ 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01년 3월 상호신용금고법이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되고, 2002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습니다. 신용금고와 은행은 차원이 다른 금융기관이므로 은행화의 조건이나 준비도 없이 은행으로 승격시킨 것은 큰 잘못 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저축은행의 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지도 감독 해야 할 것입니다.



  •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수익이 목적이지 민간 기업 경영에 간섭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연금기금의 돈은 국민의 돈이지 정부의 돈이 아닙니다. 따라서 정부가 특정기업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하여 어떤 정책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정책의 무차별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정부 정책은 그 대상이 되는 모든 기업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특정기업에 주주권 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반적 정책수단을 강구하여 모든 당사자 기업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헌법 제126조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되어있는데 정부가 특정 민간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여 경영에 간섭한다면 이 헌법정신에 저촉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동반성장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 초과이익공유제를 실시하겠다는 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초과이익을 누가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만약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초과 이익을 산정한다면 과소 평가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면 초과이익 평가 기준이 무엇이고 대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이익을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제1차 중소기업하고만 나누는 것이라면 그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제2차~3차 중소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기여도는 무시해도 좋은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초과이익공유는 이와 같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차라리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보호법 등을 보완하여 동반성장을 추구함이 어떨까 합니다. 우선 공정거래법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들만 해결 되어도 동반성장에 크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1. 대기업이 계약상의 우위를 이용하여 납품 가격을 지나치게 깎아 내리는 것
    2. 납품가격을 수개월만기의 어음으로 결제하는 관행 (외국에서는 어음결재를
    인정하지 않음)
    3.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가로채는 것
    4. 대기업 대(對) 중소기업 간의 문제보다 중소기업 대(對) 중소기업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


  • 양극화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정책적 대응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중국 등 후발 개도국의 부상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전통적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몰락하고 대기업 중심의 기술 및 지식기반산업, 그리고 IT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했다. 중소기업의 몰락은 소득과 고용 사정을 악화시킨다.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에 있어서도 대형마트(E mart, K mart 등)가 출현하여 골목의 영세 자영업자들을 내몰고 있다.

    ② 수출이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으나 대기업 중심의 5대 품목 (조선, 철강, 반도체, 자동차, 가전제품: 총 수출의 43%이상을 차지) 에 집중되어 있어 수출이 늘어나도 부품, 소재 공급 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생산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내수 증가로 연결되는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③ IT 산업 등 첨단 산업 일수록 취업 계수가 낮음으로 생산이 증가해도 옛날처럼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이것이 수출주도에 의한 경제 성장이 호조인데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④ 부동산 금융자산의 소유가 편재되어 있어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가 올라가면 벼락 부자가 생기기기도 하고 증권 놀이를 하다 망하는 사람도 있다.

    ⑤ 기업은 강성노조를 우려하고 인건비 절약을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하여 고용불안과 임금격차를 가져왔다.

    ⑥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자면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데, 조세를 통한 재분배 정책은 실효가 없었고, 중소기업 정책은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했고, 사회보장제도에는 미비점과 사각지대가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중산층의 폭이 좁아지고,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가 경제 발전의 부수된 문제이므로 발전 자체의 동력을 죽이지 않는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 하도록 해야 합니다.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양극화에는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음으로 그것을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장기 치료의 방향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소기업의 부품과 소재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확립한다. 중소기업의 어떠한 기술 문제라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대만의 중소기업기술연구센터에는 “어떠한 기술 문제라도 반드시 해결해 드립니다.” 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소는 자체 연구, 외국기술 도입, 대기업과의 공동 개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대형마트는 유통 현대화의 현상임으로 그것을 억제하기보다 골목 영세 상인을 대형마트에 참가하도록 연결 고리를 만들어서 정부가 적극 지원 한다.

    •취업계수가 높은 서비스산업 (의료, 교육, 관광, 공공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 고용을 확대하면, 서비스가 크게 개선되는 분야가 많다. 사람을 더 고용하여 서비스 산업의 질적 수준을 선진국 이상으로 고급화하면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 특히 범죄를 예방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경찰력과 환경요원을 대폭 증원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같은 일을, 같은 시간 하면 정규직과 보수가 같아야 한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화를 철폐하도록 해야 한다.

    •자산에는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이 있는데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실물 자산 측면에 있어서 부동산 거래소를 설치하여 부동산 거래를 투명화하고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 양도차익을 국고로 흡수한다. (참고: www//: dwnam.pe.kr. 또는 2002년 9월 12일 조선일보, 필자의 ‘부동산거래소를 만들자’)

    •조세구조의 재분배 효과를 강화하도록 조세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조세연구소가 과세 전(前)의 지니 계수(소득 분배의 균등도를 측정하는 계수) 와 과세 후(後)의 지니 계수를 측정한 결과, 양자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조세를 통한 재분배 효과가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유럽각국에는 양자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국가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사회보장제도를 내실화하고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노사의 상생관계를 법적으로 분명히 하고 노사분쟁을 예방해야 한다.


  • 역대 정부는 무역 개방과 자유화의 방향으로 대외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확대에 기여했습니다. 즉 잃은 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는 말입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인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시장을 개방해야 외국도 우리에게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단순한 이치입니다. FTA라 해서 무조건 모든 수입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같은 개방에 극도로 예민한 분야는 개방을 연기하거나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FTA를 통해 외국의 기술, 시장, 자본, 경영 방식 등의 성장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도록 해야 하고, 취약 산업에 대하여는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태생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분야가 있다면 사회보장의 각도에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성장의 양과 질은 상호보완 관계에 있지 배타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성장에 따라 고용과 소득이 늘면 사람들은 ‘명품’을 찾으려 합니다. 수출이 증가하면 외국의 기술과 제품을 수입하여 수출품을 고급화하려고 합니다. 성장의 파이가 커지면 나누는 일이 쉬어집니다. 질적 성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성장보다 공정분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말 같은데, 성장을 경시한 분배정책은 오히려 서민층의 실업과 생활고를 가져온 것 입니다. 지금 유럽의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이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 동안 경제성장을 경시하고 복지예산을 채무로 충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 한국은 동북아의 인류(人流), 물류(物流)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미국에 못지 않은 경제대국이 될 것인데 한국은 중국과 여타 세계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역할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면 한국을 살기 좋고, 기업 하기 좋고,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전국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으로,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경제 특구를 만들었는데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참고: 2002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나의 저서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에 상세한 설명이 있음) 한편 나는 10여 년 전부터 두 가지 제안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나는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의 6자 회담을 동북아안보협의체(Northeast Asia Security Organization =NASO)로 발전시키라는 것입니다. 이는 동북아 정치 지도자들의 식견과 리더십이 있으면 실현 가능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난영ㅣ 한국선진화포럼 홍보팀장(트위터: @kfprogress)

    ★이 인터뷰는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홍보대사와 전경련 경제기자단 등을 비롯한 전국 대학생들과 한국선진화포럼SNS를 통하여 취합된 질문을 종합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한국선진화포럼은 여러분의 궁금증과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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