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면서 자른다” vs. “문 닫을 지경”,복직요구 김진숙은 대한조선공사 해직자
  • [부산=전경웅기자] 지난 6월부터 인터넷을 달구기 시작한 한진중공업 사태는 6월 27일 노조 측이 조업에 복귀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진중공업 노사문제가 아니라 한진중공업 노사 對 좌파 진영의 형태로 변질돼 가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과 SNS에 나온 한진중공업 관련 ‘내용’들은 거의 대부분이 ‘공권력으로 노조를 탄압한다’ ‘한진중공업이 어용노조를 부추겨 노조를 분열시키려 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굶겨 죽이려 한다’는 등의 ‘주장’ 뿐이다. 무엇이 ‘사실’일까.

    주장 - 한진중공업은 174억 원을,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52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등 회사에 돈이 남음에도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려 한다.

    사실 - 한진중공업은 연말마다 주주들에게 ‘현금 결산배당’을 해 왔다. 하지만 2010년 말 결산 때는 실적 미진으로 현금배당을 하지 못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배당조차 못하게 되면 주가가 나빠진 것으로 생각한 경영진은 현금 대신 보통주 1주 당 0.01주의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주식배당이란 주주들에 대한 일종의 무상증자로 보면 된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주주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방법이다.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한진중공업과 그 외의 계열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분리된 한진중공업 그룹은 2006년 4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기업집단(공정위에서 대기업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지정됐다. 2007년 8월 1일 한진중공업이라는 주력 계열사와 그 외 계열사를 거느리는 한진중공업 홀딩스 간의 인적 분할 등기를 마쳤다.

  • ▲ 2010년 12월 말 기준 한진중공업의 사업보고서. 진보신당 등은 '영업이익'이 났음에도 당기순손실을 본 게 경영진의 술수라 주장했다.
    ▲ 2010년 12월 말 기준 한진중공업의 사업보고서. 진보신당 등은 '영업이익'이 났음에도 당기순손실을 본 게 경영진의 술수라 주장했다.

    한진중공업 홀딩스가 주주들에게 52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 중 대륜E&S와 한국종합기술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계열사로부터 ‘한진중공업’의 브랜드 사용료를 통해 이익을 올리고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한진중공업은 매출액 2조7,558억 원에 당기 순손실 517억 원으로 실적이 형편없었다. 반면 도시가스업체인 대륜E&S는 매출 7,563억 원에 당기 순이익 178억 원, 한국종합기술은 매출 2,243억 원에 당기 순이익 118억 원을 올렸다. 이를 모두 합치면 당기 순손실로 나타나지만,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순이익 업체로부터 받은 현금을 배당한 것이다. 따라서 ‘한진중공업=한진중공업 홀딩스’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주장 - 한진중공업은 수빅만 조선소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대형조선소에 비해 큰 이익을 올린 영도 조선소를 줄이고 근로자를 해고하려 한다. 한진중공업 조선분야의 영업이익은 1,497억 원에 달한다. 

    사실 - 진보신당 등 좌파 진영은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가 경영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값싼 인건비만 생각하는 사측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영도 조선소 직원을 정리해고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현재 한진중공업의 시설로는 국제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참고로 2009년 이후 세계 400여 조선업체 중 수주를 받은 조선소 수는 170여 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한국의 대형 조선소와 일본, 중국 업체들이 수주한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선박업계 조사기관인 클락슨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세계 1위 조선소는 삼성중공업으로 수주잔량은 200척, 시장 점유율 18.89%에 이른다. 2위인 현대중공업은 수주잔량 200척, 시장 점유율 16.78%, 3위인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량 167척, 시장 점유율 15.75%에 달한다. 이어 4~7위까지 모두 한국 조선소들이 차지하고 있다. 수주잔량은 164척~78척, 시장 점유율은 10.52~4.54%에 달한다.

    반면 한진중공업의 수주잔량은 22척, 시장 점유율은 1.31%에 불과하다. 이 통계의 수주잔량은 지금까지 인도하지 않은 선박의 수다. 한진중공업의 수주잔량과 시장 점유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등까지 포함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의 경우 울산과 거제, 미포 등에 200만 평에 가까운 조선소 부지를 마련해 놓고 수많은 협력업체와 함께 원가절감 노력을 하면서 물량을 수주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거제도에 130만 평의 부지 조선소와 함께 유럽 망갈리아 조선소 등도 갖고 있다. STX조선해양 또한 진해의 메인 조선소와 함께 유럽 6개국에 15개 조선소를 갖고 있다. 부산 남항동과 중국 대련에도 조선소가 있다.

  • ▲ 울산광역시 동구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의 전경.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 울산광역시 동구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의 전경.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25만㎡(약 8만여 평) 부지가 ‘메인 조선소’다. 마산과 울산에 조선소가 있었지만 2010년 이전에 운영비 마련을 위해 모두 팔았다. 한진중공업은 이런저런 이유로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필리핀 수빅만의 230만㎡(약 90만 평) 부지에다 지은 조선소는 2008년 6월 말 완공됐다.

    조선소만 짓는다고 선박 수주를 받을 수는 없는 일. 한진중공업 수빅만 조선소는 완공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2010년 1월에야 18만 톤 급 벌크선 2척을 수주할 수 있었다. 이어 2월에 1척, 4월 8척, 5월 8척 등 모두 19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한진중공업 수빅만 조선소가 불황 속에서도 이렇게 선박 수주가 가능했던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지 숙련공의 연봉이 400만 원 가량에 불과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참고로 영도 조선소 직원의 평균 연봉은 3,960만 원(남 4,259만 원, 여 3,625만 원) 수준이다.

    때문에 한진중공업은 수빅만 조선소에서 대형 선박을 수주하고, 영도 조선소는 구조조정을 통해 독도함 같은 군함이나 경비정, 위그선, 공기부양정과 같은, 특화된 선박을 건조하는 핵심 기술 기지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영업이익이 1,497억 원에 달한다. 수빅만 조선소에서 연간 수백억 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진보신당과 민노총의 주장도 수빅만 조선소 완공이 2008년 6월에 끝났고 2010년 1월부터 최근까지 22척의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를 한 뒤 먼저 받은 돈을 모두 ‘매출’로 잡을 수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한진중공업의 영업이익 또한 2008년 5,103억 원에서 2009년 4,609억 원, 2010년 2,014억 원으로 크게 줄고 있는 상태다. 이 또한 대부분 건설 부문에서 생긴 이익이다. 영업외 비용 등을 모두 계산한 ‘실제 이익’인 당기 순이익은 2008년 630억 원에서 2009년 519억 원, 2010년 517억 원 당기 순손실로 크게 줄었다. 

    주장 - ‘사악한’ 한진중공업 사측이 영도 조선소 직원을 무차별 정리해고하려 한다. 이번 정리해고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사실 - 한진중공업 측은 영도 조선소가 가진 역사적 가치와 ‘독도함’을 건조했던 ‘특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필리핀 수빅만 조선소는 일반 선박 수주 및 건조를 맡도록 하고 영도 조선소 등은 신기술 개발과 함께 군함과 해경 경비정, 위그선 등을 맡아 건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력 감축계획은 이런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400명 정리해고’도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한진중공업 측은 부산지방노동청에 400명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가 부족하면 정리해고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 제출했다.

    이후 직원 중 228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22개월 분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이후 172명에 대해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파업 6개월이 지난 6월 말 현재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들 중 1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인 상태라고 한다.

    주장 - 한진중공업은 노조원이었던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이 타워크레인에서 6개월 째 농성을 벌이고 있음에도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측의 사악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시위현장을 중계하는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이하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노조원이 아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그룹이 영도조선소를 인수하기 전에 해고된 사람이다. 당시 회사는 (주)극동해운의 계열사인 (주)대한조선공사였다. 용접공이었던 김진숙 지도위원은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노동운동을 벌이다 해직된 사람이다.

    한진중공업 측은 “10여 년이 지난 후에서야 복직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그런 그가 ‘85호 크레인’을 몇 달 째 점거한 채 ‘정리해고가 부당하며 복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 ▲ '희망버스'가 오고갈 당시 경비용역직원들의 장비를 빼앗아 들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을까.
    ▲ '희망버스'가 오고갈 당시 경비용역직원들의 장비를 빼앗아 들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을까.

    그럼에도 좌파 진영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과 어떤 관계인지를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노사가 파업을 중단하고 조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장향숙 인권위 상임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전기가 끊기고 용역업체 직원들이 휴대전화 배터리나 죽도 올려 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용변을 본 양동이도 옮기지 못하는 상황” “사측에서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며 마치 죽을 위기에 처한 것처럼 주장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후에도 한진중공업 노사 간의 합의에는 아랑곳 없이 ‘185대의 희방버스에 탑승해 한진중공업의 노조탄압을 막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주장 - 배우 김여진 씨는 “사측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타워크레인에서 무사히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다. 이를 도와 달라”며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실 -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금의 한진중공업과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 따지면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시설에 무단 침입해 시설물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 이런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배우 김여진 씨는 한진중공업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올 것을 종용함에도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좌파 매체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채 마치 한진중공업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죽이려’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주장 - 한진중공업 노조와 부산 시민은 좌파(또는 진보) 진영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의 도움도 필요하다. 정동영 의원은 ‘공권력 투입 시 제2의 부마사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 한진중공업 노사는 물론 부산 시민들도 ‘외부세력’의 개입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지난달 초순 좌파 진영의 연대체인 ‘희망버스’ 출현 이후 노조 측은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불필요한 충돌이 벌어질 경우 간만의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외부세력의 출현을 경계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현재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진중공업 인근 영도 주민들은 ‘희망버스’ 세력들이 동네에서 ‘난장판’을 벌인 것에 대해 회사와 노조 측에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부산 지역 언론들 또한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에 왜 외부세력이 끼어들어 불필요하게 정치문제로 만드느냐’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 ▲ '희망버스' 측은 사다리를 놓고 남의 회사에 침입하는 이들이 '평범한 시민'이라고 주장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새벽에 한진중공업 회사 벽을 타넘고 있다.
    ▲ '희망버스' 측은 사다리를 놓고 남의 회사에 침입하는 이들이 '평범한 시민'이라고 주장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새벽에 한진중공업 회사 벽을 타넘고 있다.

    결론. 한진중공업 사태는 ‘쌍용차 사태의 재판’

    한진중공업 사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데자뷰' 같다. 쌍용차 사태와 전개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지난 2009년 여름 경기 평택시의 경제를 책임지다시피 하던 쌍용차에 외부세력들이 끼어들었다. 이들은 ‘정리해고 반대’를 핑계삼아 같은 노조원에게도 ‘무기’를 겨누도록 했다. 이후 얼마 전까지 ‘형, 동생’하던 같은 회사 직원들을 향해 지게차를 몰고 돌진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외부세력의 개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에 개입하려 했던 자들은 쌍용차 사태와 같은 시나리오를 통해 ‘노-노 갈등’을 부추긴 뒤 회사 문제를 정치 문제로 이슈화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부산 민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최근 7조 원 대의 금융사기 범죄인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지난 정권과 우호적 관계였던 단체와 인사들이 대거 몰려들어 ‘난장판’을 벌이자 부산 시민들은 ‘짜증’이 난 것이다. 파업으로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협력업체 직원들의 분노도 계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진숙 부산 민노총 지도위원 등 일부 외부세력과 정동영 의원 등 일부 야당 정치인들, 좌파 진영 단체들은 막무가내다. 오는 7월 9일 ‘제2차 희망버스’ 방문을 추진, 불씨를 계속 키우려 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