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시 산하공기업만 제도 도입 거부”박 시장 “정부가 이성 잃어...칭찬은 못해줄망정”
  •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 화면 캡처
    ▲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 화면 캡처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위한 해법으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두고,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면충돌했다.

    정부는 30일 오전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국가 및 지방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 산하공기업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의 미온적인 태도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서울시 산하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끝내 거부할 경우, 총인건비 동결,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감점 부여 등 패널티를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가 갈수록 이성을 잃고 있다. 파업종료를 위한 노력에 칭찬은 못할망정 이를 폄하하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정부는 공공부분 구조개혁을 위해선 성과연봉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해왔다.

    이날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성과연봉제는 보수체계 개편을 통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특히 김성렬 차관은, 성과연봉제를 근로자 해고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란 노동계의 불신을 의식한 듯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는 전혀 별개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렬 차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부정적인 서울시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만으로 한정한 결과, 노조가 대화를 거부할 경우 도입이 원천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성렬 행정자치부 장관(가운데)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서울시 산하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성렬 행정자치부 장관(가운데)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서울시 산하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산하공기업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최종 시한을 통보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산하공기업들이 제도를 조기에 도입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 박원순 시장이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서울시 산하공기업들이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취임 이후 일관되게 親노조 성향을 보여 온 박원순 시장이, 노조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산하공기업에 독려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때문에 정부와 박원순 시장 간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해를 넘겨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산하공기업들이 노사합의로 제도 도입을 거부하고, 정부가 공언한대로 이들 공기업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경우, 이 문제는 勞政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책임을 지적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고위 간부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 5곳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로 자율 결정키로 한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김성렬 행자부차관은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끝내기로 한 사실에 대해서는 환영의사를 밝히면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에 맡긴다’는 조건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김성렬 차관은 전국의 119개 국가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 산하 공기업 5곳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서울시의 행태를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산하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총인건비를 동결하고,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감점을 부여하는 등 패널티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를 압박했다.

    앞서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다는 중재안을 수용해 파업을 철회했다. SH공사,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설공단도 같은 합의를 했다.

    정부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노사합의 결정에 강경한 입장을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된 SNS를 통해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박원순 시장은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가 갈수록 이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이를 부실합의라고 비판하며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파업에 따른 시민불편을 막고 노사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한 저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운을 뗐다.

    박 시장은 “노사와 서울시의 노력에 칭찬은 못할망정 합의와 파업종결을 폄하하고 불이익 운운하는 중앙정부, 제 정신 맞나”라고 반문하면서,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부 방침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은행 학교 등 공적기관도 그렇지만 공공기관 당사자, 노조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 시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공공기관은 수익만 목표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시민이 위임한 공공성의 가치를 지키고 시민안전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공공기관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안전 및 공공성 평가제’가 아닐까 한다. 차제에 서울시만이라도 공공기관 평가의 잣대를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반직원들을 성과연봉제로 줄세우기 보다는”이란 표현을 빌려, 이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공공기관이 공공성을 얼마나 잘 실현하고 있는지, 국민 안전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평가해, 각 기관을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새 제도 도입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시장이 성과연봉제 도입 논란을 계기로 정부와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면서, 박 시장의 이런 행보를 정치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 27일 오전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오전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야당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더 공세적인 모습을 연출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청년수당과 성과연봉제를, 지지율 반등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사실상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지만, 이날 박 시장의 발언 가운데는 해명이 필요한 내용도 눈에 띈다.

    ‘공공기관에게 절실한 것은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안전 및 공공성 평가제‘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의 ‘안전 및 공공성 평가제’가 그토록 절실한 사안이었다면, 19살 젊은 청년이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날 때까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들은 무엇을 했는지 답해야 한다.

    서울지하철에서 벌어진 스크린도어 사고는 몇 년째 반복됐지만, 서울시는 구의역 참사가 벌어진 뒤에서야 진상규명시민조사단을 만드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현실은 이날 박원순 시장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케 만든다.

    ‘정부가 파업종료를 폄하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적절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페이스북 발언과 별도로, 이날 오후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키로 한 산하 5개 투자기관의 교섭결과를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는 “어떤 경우에도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는 일방적 정책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간 합의가 제1의 원칙”이라며, 정부 기자회견과 상반되는 태도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