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 최대의 모욕을 가한 아베 정권

    동경에서 본 일본사람, 한국사람, 한일관계(2)

    wicks(在日회원)     
     
    <주> 아래 글의 출처는 <조갑제닷컴> 입니다.

    한국은 지난주부터 성완종 씨가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로 인해 박근혜 정권의 근간이 또다시 흔들이는 혼란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선 뭔가 큰 사건이 터지면 사회전체가 온통 그쪽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다른 중요한 것들을 잊거나 살펴보지 못하는 경향이 너무나도 강하다. 어제 4월15일, 한국사회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한일관계에서 씻기 어려운 사태가 동경에서 벌어졌다.

    아베 수상이 4월15일, 전날 서울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산케이신문의 가토 타쯔야(加藤 達也) 전 서울지국장을 관저에서 만났다. 아베 수상은 가토 기자를 위로하였고, 정부대변인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토 타쯔야에 대한 기소 철회를 한국정부에 요구했다.

    아베 수상은 산케이신문을 최대한 이용해온 정치인이고 산케이신문은 아베의 최대 응원단이므로 당연하다고 볼지 모르지만, 아베 수상이 가토를 마치 전쟁터에서 돌아온 戰士처럼 맞이한 것은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해 가할 수 있는 최대의 모욕이다.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외국에서 재판 중인 자국인을 수상이 관저로 불러 격려한 전례가 거의 없다.

  • 산케이신문은 어제(4월15일) 조간에, 한국과의 싸움에서 중간 승리를 선언하고, 한국을 완전히 패배시키겠다는 戰意를 다지는 사설을 게재했다. 산케이신문 사설은, 당초부터 가토의 출국을 금지했던 것은 잘못이라고 훈계하면서 한국 검찰당국은 기소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산케이신문 측은 한국이 ‘법에 의한 지배’와 ‘언론 보도의 자유’에서 일본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한국엔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일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가토에 대한 기소를 철회함으로써 한국은 ‘참된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그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사설은 훈계하고 있다.

    요컨대 산케이신문과 아베 정권은, 한국은 일본 측의 주장과 법치기준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모욕의 자유, 선동의 자유를 언론의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라고 강변하는 이들의 양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만, 아베 정권과 산케이신문이 가토 개인의 문제를 이용하여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마다 좌측통행, 우측통행이 다르고, 정치 문화와 법치 운영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일본은 한국에 대해 마치 식민지 때처럼 한국은 당연히 일본의 기준을 인정,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믿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베 정권은 일본사회를 지금 이런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와 주일한국대사관 등이 ‘산케이신문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보자고 물밑에서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혹은 아마도 서울에서는 이걸로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 혹은 기대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기대는 지금의 일본사회의 분위기와 아베 정권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착각이다.

  • ▲ (도쿄=연합뉴스) 이와이 리나 통신원 =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4일 오후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취재진에 귀국 소감을 말하고 있다.
    ▲ (도쿄=연합뉴스) 이와이 리나 통신원 =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4일 오후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취재진에 귀국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일본사회와 아베 정권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가늠해 볼 수 있는 예가, 바로 김정일이 일본 측에 납치문제를 인정했다가 전개된 상황이다. 당시 고이즈미 정권의 외무성은, 평양 측과 북측이 납치를 인정하는 포즈를 취하면 납치문제를 매듭짓고 일북 수교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었지만, 분노한 일본 사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 이후의 일북 관계의 전개는 모두가 아는 대로이다. 그리고 일본사회의 여론을 배경으로 코이즈미의 일북 수교 시나리오를 깨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던 이가 바로 지금의 아베 수상이다. 정치인 ‘아베 신조’가 수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때의 ‘성공’ 때문이었다.

     한국과 북한은 다르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지금 아베 정권과 산케이신문은 북한보다 한국을 더 경계, 증오하는 분위기이다. 한국 사회는 거의 모르고 지내오고 있지만, 카또 타쯔야의 박근혜 대통령 ‘모욕’ 칼럼이 문제가 되기 훨씬 전부터, 즉 아베 수상이 재집권 무렵을 전후하여, 산케이신문으로 대표되는 소위 우익진영과 아베 정권의 핵심 응원세력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배려 외교’와 ‘온정 외교’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지나친 溫情과 配慮가 한국을 버릇없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배려와 온정이라니! 참으로 황당한 미친 주장이지만, 요컨대 한국의 버르장머리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세력들이 오랫동안 한국을 왕래하면서 한국에서 대접 받고, 한국에 대한 지식으로 먹고 살아온 소위 ‘지한파’, 혹은 자칭 ‘친한파’로 소개되어온 인사들이었다는 점이다. 주로 ‘가토 타쯔야’처럼 서울 특파원을 했거나 한국에 꽤 알려진 우익 학자 등이다.

     사람은 원래 자기가 편리한 것만 기억하거나, 불쾌한 것만 기억할 수 있다. 바로 “한국에 대한 온정과 배려를 끊자”고 주장하기 시작한 일본인들(대체로 50-60대 소위 한반도 전문가들이 중심)의 한국에 대한 기억은, 꽤 오래 전부터 한국은 손봐야 할 나라였던 것이다.

     한국에 대한 온정과 배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아베 수상이 재집권하면서 표면화하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나이든 분들은 기억하고 있겠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일본의 버릇을 가르치겠다고 했다가 거꾸로 무자비한 보복을 당했는데, 많은 한국인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려분별 없는 언동으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어느 정도로 심하게 보복을 당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그렇다. 물론 일본은 한국에 대해 온정도, 배려도 한 적이 없다. 한국이 일본을 대하는 만큼 한국에 대해왔을 뿐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자세히 검증할 기회를 갖겠지만, 일본사회의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온 경과를 전한다면, 일본이 동서냉전 종식 후, 즉 서울 올림픽 이후에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양국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당시 일본당국이 한국에 대해 보다 우호적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는데, 북방정책에 빠져 있던 노태우 정권의 소위 실세들은 해양 동맹의 중요성을 잊고 일본 측의 기대를 무시했다.

     노태우 정권과 한국 언론이 당시 방한했던 미야자와 키이치 수상을, 교과서문제 등으로 공개적으로 거듭 망신을 준 데 대해 일본 사회는 경악, 분노했다. 월드컵대회 한일 공동개최에 끝까지 반대했던 측은, 한국이 일본을 ‘모욕’한 것을 잊지 않았던 자민당 주류들이었다. 물론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해 보복했다. 문제는 한국 측이 이런 일본사회의 움직임에 너무나도 둔감했고, 더욱이 한국은 보복을 당하는 것도 느끼지 못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일관계를 파탄시키겠다고 작심한 한국의 친북, 반일세력들의 전략에 한국 사회 전체가, 그리고 일본 측도 놀아난 측면이 가장 강하지만, 노태우 정권이래 6공화국의 역대 정권이 예외 없이 일본의 보복을 받았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이 일본에 대해 과거사 반성을 요구하여 일본이 수세에 몰렸다고 오해를 하는데, 일본의 주류들이 한국인들 따위에게 그렇게 당하고 지내왔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이러한 세월이 쌓인 것이 오늘의 한일관계다.

     ‘가치관의 공유’문제로 일본외무성이 한국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근년의 일본외무성은 아무리 봐도 이전의 전통적인, 보다 차분(냉정)했던 외무성이 아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이것은 직접적으로는 아베 수상의 측근 중에 숫자는 많지 않지만 소위 실세 충성파들이 외무성에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이들은 소위 ‘가치관 문제’라는 프로파간다로, 일본에 敵對하는 한국을 국제사회, 특히 미국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숫자가 많지 않아도 한국에 대해 증오감을 가진 이들이, 양국관계 악화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한, 한일관계의 개선을 바랄 수가 없다. 냉정하게 보아, 박근혜 정권의 문제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인 것처럼, 아베 정권의 문제는 결국은 아베 수상의 문제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