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화체제 전환’ 주장의 함정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한다며
    한국정부를 배격하고 미국과 대화하자는 것이 자주인가?
  • 유동열  /치안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은 지난 6월 16일 미국에게 고위급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회담의제로 “조선반도(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를 제시하였다. 특히 회담 시기와 장소에 대해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라고 친절(?)하게(?) 일임하며 이른바 노골적인 러브콜(love call)을 보내고 있다.

    북한의 대미 대화제의가 시점과 행태로 볼 때, 진실된 대화제의가 아니라 한국정부를 배격하고 미국과 직거래를 하겠다는 전형적인 ‘한-미 이간전술’이며, 북한이 내세우는 자주성에 어긋나는 비(非)자주적 행태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대화를 제의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주요 의제로 들고 있다. 이는 북한이 1974년 3월 25일 ‘미 의회에 보내는 최고인민회의 편지’에서 최초로 미국-북한 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 이래 현재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는 대미대화 제의의 단골 메뉴이다.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명분은 현재의 정전협정(휴전협정)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보장책으로는 미흡하다며 ‘한반도의 전쟁위협 방지와 항구적인 평화보장 및 통일실현’을 위해 휴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종북세력들도 이에 부응하여 핵심 투쟁과제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종북세력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하루빨리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지지를 보내나, 여기에는 엄청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구실삼아 미국과 직거래를 하여 ‘한-미’관계를 이간질 시키고, 협정체결 후 평화의 논리를 내세워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적화혁명의 최고 장애물이며 억제력)을 철수를 실현시켜 우리 내부의 군사적 공백을 틈타, 무력으로 적화통일 하겠다는 간교한 책략이 숨겨져 있다. 즉 적화혁명의 걸림돌인 세계최강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의도이다.

    둘째,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이에 앞서 북한은 대남적화혁명 야욕을 먼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설령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도 북한이 진정으로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이 협정은 휴지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실제 북한 김씨정권 수립 이후 남북간에 맺은 수많은 협정이 필요에 의해 무용지물화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남북간 신뢰회복과 협정이행에 관한 확고한 보장장치(즉 미군주둔 명시 등)을 마련하여 이를 대남적화전략의 일환으로 악용할 수 없게 해야할 것이다.

    셋째, 북한은 평화협정의 체결을 주장하며 이의 당사자로 휴전협정의 당자자라는 미국과 북한을 들고 있는데,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우리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한, 협정의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원한다면 ‘미-북’이 아닌 한반도문제의 당사자인 ‘남북’간 평화협정 체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은 지난 5월 박근혜대통령의 미국방문 당시 언론매체를 총동원하여, 연일 박대통령이 사대매국과 동족대결의 굴욕외교를 하고 돌아왔다고 악성 비방한 바 있다.

    박대통령의 방미는 올해60주년이 되는 한·미동맹을 맞이하여 양국 간 신뢰구축을 통해 동맹 관계의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 정상외교였다.

    사안이 이러함에도 북한은 대통령의 방미 자체를 사대매국 굴욕외교라고 비방하고 있는데 그 기저에는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사회라는 북한의 대남관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은 한국사회를 미국에 정치,경제,군사,문화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식민지로 간주하고 국내 종북세력들에게 ‘민족자주권의 확립’이라는 명분 하에 주한미군 철수 등 반미투쟁과 평화협정 체결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 저의는 앞서 지적했듯이 대남적화혁명을 걸림돌인 세계최강의 미군을 철수시키고 적화통일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북한은 입만 벙긋하면 ‘주체의 나라’라고 선전하면서 이의 생명은 ‘자주’라고 강변한다, 이러한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에게 대화를 제의한 자체가 ‘자주’‘노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한반도 평화구축과 같은 문제를 같은 민족인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하지, 북한 논리대로 반박하면, 우리민족 문제에 왜 외세를 끌어드리는 것인가?

    특히 미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의하면서, 회담장소와 시기를 미국에게 전폭 위임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러고도 ‘자주’를 들먹이는가? 자기들이 미국과 대화하면 ‘자주 외교’고 한국이 미국과 대화하면 ‘사대매국 굴욕외교’인가?

    지난 6월 11일 북한은 남북 간에 합의한 당국자회담을 한국측 회담대표인 ‘통일부차관’의 격을 문제삼아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난후 5일 만에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의제에 전혀 맞지 않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인 것이다.

    국내 종북세력들은 탈북자들과 국제인권단체들이 연이어 폭로하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 등에 대해 귀를 닫고, 북한의 선동논리만을 전폭 수용하여 북한을 자주적인 민족정권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이 넘치는 자주사회라고 받들며 ‘박근혜 정권타도’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이 노동자와 인민대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라고 선전하지만, 이들은 노예로 전락한지 오래이고 김씨집단이 3대를 세습하며 지배하는 수령절대주의 폭압체제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종북세력들이 이러한 북한을 옹호하고 추종하는 것은 인류문명사에 대한 배반이며 객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김정은 보이(boy)’들임을 자처하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후에 남북이 자유민주체제로 평화통일되었을시 종북세력은 무슨 낯짝으로 북한동포을 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