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뭐냐고 자꾸 물었다. 친구라 믿었다. 20년 지기 오늘 잃었다."
  • "(금태섭 변호사가) 특별하게 크게 반응한 것은 없고, 저한테 (의혹이) 뭐냐고 자꾸 물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묻는데 제가 아는 사안도 아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합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팀 정준길 공보위원과 통화 당시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6일 밝혀졌다.

  • ▲ 안철수 교수의 대선불출마 종용 문제로 6일 기자회견을 한 안철수 교수측 금태섭 변호사(왼쪽)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 ⓒ 연합뉴스
    ▲ 안철수 교수의 대선불출마 종용 문제로 6일 기자회견을 한 안철수 교수측 금태섭 변호사(왼쪽)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 ⓒ 연합뉴스

    정 공보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태섭 변호사와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당시 금 변호사의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서로 얘기하다보니 (그쪽에서) 듣기가 안좋은 얘기 아니냐. 친구들 사이니까 서로 반응들이 좀 그랬다.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 특별하게 크게 반응하진 않았다."

    금 변호사가 폭로한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루머차원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분인 뇌물공여, 안철수 원장의 30대 여성 이 얘기를 제가 한 것 같다. 루머가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대비하라고) 조언한 게 아니라 저는 사실관계에 대해 잘 모른다. 금태섭 변호사는 제 친구라고 생각해서 오전에 출근 길에 전화를 했다."


    ◈ "출근길에 태섭이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팀 정준길 공보위원은 금태섭 변호사와의 전화 내용을 소개하며 '태섭'이라고 했다. 불과 1시간 여 전 금태섭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정 위원을 '정준길 공보위원', '정씨'라고 지칭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정 공보위원은 금 변호사와의 대화는 "친구 간의 이야기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통화내용 설명에 앞서 사실상 안 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금 변호사와 자신의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 안 원장의 루머에 대한 이야기가 사찰 등의 목적성을 갖고 있지 않고 단순히 오랜 친구와의 통화였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로 만나 20년 넘게 우정을 맺어온 두 사람이었다. 법대시절 금 변호사는 A반, 정 공보위원은 B반으로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후 금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24회로 정 공보위원보다 한 기수 먼저 연수원을 마치고 검사로 임용됐지만 두 사람은 이후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고 한다. 정 공보위원이 대학졸업 이후, 동문회장 등을 수년 간 맡으면서 정기적인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다.

    "대학 졸업 이후, 대학 동문 모임을 정기적으로 해왔고 그 과정에서 금태섭 변호사와 자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눈 절친한 친구사이다."


    ◈ 정준길, 금태섭에게 왜 전화 했나

    정준길 공보위원은 자신이 전화를 건 이유로 "서로 상대 진영 후보에 대해 어떤 공세·검증을 취할 때 서로 입장을 잘 이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친구로서 비록 진영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건강한 정치발전을 위해서 함께 잘 해보자고 전화를 걸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이 전화를 걸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다는 안 원장측 주장에 대해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이 전화를 걸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다는 안 원장측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가 금 변호사와 통화를 했던 시점은 지난 4일 오전 8시 30분께이다. 공보위원 임명장이 나오기 하루 전이었으나 사실상 공보위원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공보위원의 역할 가운데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예정된 안철수 교수에 대한 검증관련 업무도 하나라고 생각했다. 금 변호사는 가까운 친구지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은 다르게 모시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잘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는 전화를 걸게된 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며, 차량에서 이동 중 불현 듯 생각이 나서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통합당과 안 원장 측이 사찰 의혹까지 들고 나와 공세를 쏟아붓는데 대한 해명인 셈이다.

    두 사람은 4일 통화 이전에도 메시지를 한 두차례 주고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메시지에는 '(검증에)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금태섭 변호사도 최근 정 공보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하게 통화를 나눴다고 한다.

     

    ◈ 여자문제· 뇌물공여 '불출마' 협박 진짜 했나?

    금태섭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에서 정 공보위원이 안 원장의 주식 뇌물공여 및 30대 여성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1.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 1999년 산업은행에서 투자 받았는데 투자 팀장 강모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

    2. 안철수가 목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

    "정씨는 구체적 근거는 말하지 않은 채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 안철수 원장에게 그것을 말하고 불출마하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불출마를 종용했습니다."
     - 금태섭 변호사

    정 공보위원은 전화통화 과정에서 언론인을 포함해 여러 명에게 들은 몇가지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의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 제가 들은 여러 이야기가 출마를 할 때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으면 문제가 될만한 소지가 있다는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협박, 불출마 종용은 없었다는게 정 공보위원의 주장이다.

    "금 변호사는 안철수 대변인이기 전에 대학시절을 함께한 친구이다. 친구사이 대화를 두고 협박이다, 불출마 종용이다라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일개 공보위원의 불과한 제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입장이나 위치에 있지도 않다."

    "들은 얘기를 두고 한 것을 마치 비호세력이 있고 어떤 조직이 정치사찰을 한 것처럼 과대포장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감스럽다."

    정 위원은 공보위원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경거망동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지적을 받아들이겠다. 금 변호사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지 그 이상 다른 것은 아니었다. 제가 실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심과 명예를 걸고 정치공작, 사찰 절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보위원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당의 명에 따르겠다"고 했다.

    정 공보위원은 되레 안 원장을 두고 "(폭로) 같은 기자회견으로 사실을 과장하고 있지도 않은 부분까지 얘기하는 게 안철수 원장이 바라는 정치인지 되묻고 싶다. 금 변호사의 발표에 대해서도 안 원장이 승낙하고 동의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늘 기자회견을 계기로 20여년 간 가깝게 지내던 친구를 잃었다. 공보위원은 아무런 권한이나 지위에 있지 않고 본 사건을 확대해석해서 정치공작 배후 운운하는게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