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선학교 다룬 영화 제작 중 조총련 인사 접촉정부, 조총련 측 접촉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위 요구
  • ▲ 배우 권해효 씨. ⓒ서성진 기자
    ▲ 배우 권해효 씨. ⓒ서성진 기자
    배우 권해효 씨를 비롯한 일부 영화인 등이 재일 조선학교를 다룬 영화를 제작하면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인사를 무단 접촉해 통일부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권씨, 김지운 다큐멘터리 감독, 조은성 프로듀서 등은 조총련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조선학교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통일부는 조총련 인사들과 접촉하고도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위를 설명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권씨는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몽당연필'(몽당연필)을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재일동포 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을 제작했다. 조 프로듀서는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를 만들었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북한주민과 접촉할 경우 통일부에 사전 신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전 계획 없이 접촉하게 된 경우 사후에 신고해야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두 감독의 사전 접촉 신고 미이행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법령 위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몽당연필은 웹사이트에 조선학교 방문·교류 사실이 공개돼 있는데, 역시 사전 접촉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인지돼 경위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몽당연필은 지난 7월에도 미신고 접촉으로 서면경고를 받았으나 이후에도 신고 없이 조선학교 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파악돼 경위서를 보냈다고 통일부는 말했다.

    통일부는 "과거 북한주민 접촉과 관련해 교류협력법의 적용이 다소 느슨하게 운용된 측면이 있다"며 "교류협력에 대한 법적 신뢰를 높여 국민들이 공감하는 지속 가능한 교류협력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은 영화인들은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라며 반발했다.

    조 프로듀서는 "재일동포 다큐를 10년 이상 여러 편 만들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통일부 조치는) 재일동포 관련 창작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며 박근혜정부 때 있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북교류 단체와 인사들은 규정대로 접촉 신고서를 사전에 제출해도 통일부가 이를 수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를 아예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나쁘고 북한이 지난 7월에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는 필수적인 사안이 아니라면 대북 접촉 신고를 제한적으로 수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석열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교류협력 질서·체계를 확립한다는 기조로 남북교류협력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 관련 법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한편, 통일부는 접촉 신고 없이 조총련 행사에 참석한 윤미향 의원에게도 신고 의무 위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가 열렸던 지난 9월1일 조총련은 우리 정부를 '남조선 괴뢰 역적'이라고 비난했는데, 당시 윤 의원은 해당 발언을 듣고도 침묵한 바 있다.

    권씨가 윤 의원과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권씨는 지난 11월 윤 의원이 <윤미향과 나비의 꿈> 북콘서트를 개최했을 당시 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권씨는 윤 의원이 이끌던 정대협의 수요시위에도 수시로 참여하고 사회를 맡았다. 

    권씨는 2014년 1월29일 1111차 수요시위에서 "1년에 한두 번 밖에 수요시위에 참가하지 못했다"며 "1000번째 수요시위에 나왔던 기억이 난다"는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