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인들 중 인원 선별해 난수 초기값 추첨… 선별 프로그램에 입력해 자동 선발지원자 1만5360명 가운데 1762명 선발하는데 '7초' 남짓… 전문가들 "매우 공정"현장 찾은 참관인 31명 중 합격 인원 단 1명… 대부분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가
  • ▲ 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병무청 주관으로 진행된 2024년 입영대상 카투사 공개 선발 과정에서 병무청 직원이 난수초기값 추첨을 위한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병무청
    ▲ 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병무청 주관으로 진행된 2024년 입영대상 카투사 공개 선발 과정에서 병무청 직원이 난수초기값 추첨을 위한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병무청
    "카투사 공개 선발을 시작하겠습니다."

    2일 오후 2시20분 정부대전청사 9층 종합상황실. 5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회자의 말과 함께 병무청 직원 2명이 30개의 공과 추첨함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직원들은 추첨함 안쪽까지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며 빈 공간임을 강조했다. 그러고는 빨강·파랑·노랑으로 각 0~9까지 번호가 적혀 있는 공을 추첨함에 넣었다.

    6개의 공을 뽑아 참관인들 중에서 난수(亂數·무작위수) 추첨 인원 6명을 선별하는 것이 카투사 공개 선발의 가장 첫 단계였다. 사전에 카투사 지원자, 부모, 친구 등으로 구성된 참관인 31명은 선발장소에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와 색을 부여받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병무청 자체 평가위원인 신장이 충남대학교 국방연구소 교수가 나와 추첨함에서 세 차례 공을 뽑았다. 노랑 2번, 노랑 3번, 파랑 6번이 호명되자 순서에 맞게 3명의 참관인이 난수 추첨 자리로 옮겨 앉았다. 이어 최호택 배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세 번에 걸쳐 빨강 5번, 파랑 9번, 노랑 5번을 꺼냈고, 마찬가지로 해당 번호의 참관인이 난수 추첨 자리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6명의 난수 추첨 인원들이 공을 뽑을 차례였다. 이들은 추첨함에 들어 있는 0~9의 숫자가 적힌 빨간색 공들을 하나씩 꺼냈다. 10%인 추첨 확률을 동일하게 하기 위해 앞사람이 뽑은 공은 다시 추첨함에 넣었다. 최종적으로 '089368'이라는 6자리 난수 초기값이 확정됐다.

    사람들에 의해 두 차례 무작위 추첨을 거쳐 확정된 6자리 숫자는 전산에 입력돼 병무행정시스템을 거쳐 카투사 인원을 자동 선발한다. 

    사회자의 "선발 버튼을 눌러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상황실 스크린에 2024년도 카투사 입영 대상이 월별로 자동 구분돼 나타났다. 내년 카투사 지원자는 총 1만5360명이었다. 10% 수준인 1762명(경쟁률 8.7:1)을 뽑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초 남짓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을 검증한 백종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사전 검증에서 '선발 프로그램'의 난수함수의 무결성과 인가되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당일 검증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변경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결정 과정은 공정하고 신뢰성이 있다는 것을 전문가적 입장에서 보증한다"고 말했다.
  • ▲ 2024년도 카투사 공개 선발에서 참관인 중 유일하게 합격한 이경후씨의 아버지 이원희씨가 이기식 병무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 2024년도 카투사 공개 선발에서 참관인 중 유일하게 합격한 이경후씨의 아버지 이원희씨가 이기식 병무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신장이 자체평가위원은 "선발 절차가 어느 분야에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매우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병무청을 믿고 많은 성원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호택 자체평가위원은 "지난해 아들이 카투사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인물도 좋고 외국생활도 오래 해서 영어도 잘하고 인간성도 좋은데 왜 떨어졌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며 "오늘 보니 운이 조금 안 좋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산을 통한 무작위 추첨까지 모두 끝나자, 참관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실 뒤편에 있는 병무청 직원에게 하나둘씩 모였다. 이들은 자신 또는 아들의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은 직원에게 지원자의 주민번호와 이름을 말한 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안 되셨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아쉬운 탄성을 내뱉는 지원자의 어머니, 무덤덤하게 탈락을 받아들이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지원자, 쓴웃음을 짓는 지원자의 아버지 등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양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참관인 31명 가운데 합격자는 단 1명뿐이었다. 나머지 30명의 참관인은 아쉬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유일한 합격자인 이원희 씨는 "아들을 대신해 서울에서 KTX를 타고 대전까지 내려왔다"며 "투명성 있는 절차를 통해 아들이 선발돼 매우 기쁘다. 아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카투사는 사회적 관심이 높기 때문에 지원자와 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전산 무작위 추첨으로 공개 선발함으로써 선발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병무청은 병역 이행에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병무행정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