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최되는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앞서 지난 1일 광복회장 인사말 공개이종찬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억지 역사… 괴물기념관 건립에 광복회 반대""1948년 건국론은 역사 지속성 토막 내고 오만하게 '이승만 건국론' 대체한 것"
  • ▲ 이종찬 광복회장. ⓒ뉴데일리db
    ▲ 이종찬 광복회장. ⓒ뉴데일리db
    이종찬 광복회장이 현재 건립 추진 중인 이승만기념관을 대상으로 '괴물기념관'이라는 표현을 쓰며 사실상 반대 견해를 밝혔다.

    과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세력은 모두 친북 또는 극우"라고 발언하며 역사인식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이 회장이 아직 개최되지도 않은 행사 인사말로 또다시 논란에 불을 댕기는 모습이다.

    광복회는 오는 3일 '대한민국 원년은 1919년'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 앞서 지난 1일 이 회장의 인사말을 공개했다.

    이 회장은 인사말에서 "1919년 기미년 독립선언은 군주의 나라 대한제국이 끝나고 국민의 나라 민주공화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자주독립 선언"이라며 "그 정신을 이어 4월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그래서 '헌장 1조'에 처음으로 민주공화정이 채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과 이승만기념관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한미동맹 체제는 이승만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 수완으로 이룩한 것이며 동북아와 한반도는 이 동맹체제로 70년간 평화를 유지했다"고 짚은 이 회장은 "우리는 70년 평화 기간을 이용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이 일본의 식민통치로 공짜로 얻어진 것처럼 해석하게 된다"며 "이런 식의 억지 역사는 항일 독립운동을 의도적으로 부정, 폄훼하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뒤흔들려는 저의가 있다고 보겠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독재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런 괴물기념관이 건립된다면 우리 광복회는 반대할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회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1919년 기미년 독립선언에서 비롯됐다"며 "1948년 건국론은 이런 역사의 지속성을 토막 내고 오만하게 '이승만 건국론'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다. 1919년 3·1독립선언으로 대한제국이 끝나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고 민주공화정이 처음 우리의 것으로 확정됐다"며 "1948년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로 수립됐다. 오늘은 서기 2023년 대한민국 105년"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날 공개된 이 회장의 인사말은 결국 국부(國父) 이승만을 건국(建國)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권·국민·영토가 있어야 국가로 인정하는 국제법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광복회가 이 회장 명의의 인사말을 선(先)공개한 것은 국가보훈부 등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염원이 모여 추진되고 있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사업에 광복회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6월28일 발족한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는 이승만·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가족들이 대통합의 의미에서 합심해 만든 조직이다.

    위원장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이인수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상임고문 △박지만 EG 대표이사 △노재헌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찬 광복회장. ⓒ뉴데일리db
    ▲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찬 광복회장. ⓒ뉴데일리db
    여아를 막론하고 초대부터 이어지는 대통령 가족들의 일심(一心)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세계 10위권 강대국 대한민국의 토대를 닦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과 관련 "시대적 사명을 위해 재단법인 기념재단을 설립하고 기념관 부지 선정, 기금 모금 운동, 사업 신청 등의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결의했다.

    추진위원으로는 △김군기 영남대학교 교수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회장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 △복거일 소설가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회장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사장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고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윤생 오성회계법인 대표 △이진만 변호사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조보현 학교법인 배재학당 이사장 △조태열 외교부 주 유엔대사 △한용외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황성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승만 재평가를 이끌고 있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지지해왔다.

    특히 박 장관은 지난 6월22일 뉴데일리 인보길 회장과 대담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보훈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28일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도 박 장관은 "건국의 아버지는 이 나라가 무슨 정체성을 기반으로 어떤 역사를 거쳤으며 앞으로 어느 길을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건국의 아버지 중 제1열에 서야 하는 대표적 인물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종찬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 부정하는 세력은 극좌·친북·극우"

    이 회장은 지난 6월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4주기 추모식에서도 막말을 던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추도사에서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라고 주장한 이 회장은 "이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세력은 극좌파 친북 이적집단이거나, 한국의 독립운동을 고의로 폄하하고 왜곡하는 소위 극우 세력"이라고 폄훼했다.

    또한 이 회장은 2001년 6월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방북 참배' 망언과 관련해 입방아에 오른 적도 있다.

    당시 이 회장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상지대학교 총장 시절이던 200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했을 때 "한씨가 고려호텔에서 북한 당국에 김일성 묘역에 참배하고 싶다는 뜻을 먼저 밝혔고, 입장이 난처해진 북쪽에서 오히려 말렸다"며 "무슨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도무지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부총리가 "당시 내가 단장이었는데 일부 인사가 내게 참배 의사를 밝혀와 오히려 이를 말렸다"며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하자, 이 회장은 "인터뷰 때 시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농담 삼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확인 결과 한 부총리는 북한에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음을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박상규 민주당 사무총장은 "왜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회장을 두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회장은 4선 국회의원(민주정의당 3선, 민주자유당 1선)이자,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는 사촌지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친으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