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현재 건립 추진 중인 이승만기념관을 대상으로 '괴물기념관'이라는 표현을 쓰며 사실상 반대 견해를 밝혔다.
과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세력은 모두 친북 또는 극우"라고 발언하며 역사인식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이 회장이 아직 개최되지도 않은 행사 인사말로 또다시 논란에 불을 댕기는 모습이다.
광복회는 오는 3일 '대한민국 원년은 1919년'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 앞서 지난 1일 이 회장의 인사말을 공개했다.
이 회장은 인사말에서 "1919년 기미년 독립선언은 군주의 나라 대한제국이 끝나고 국민의 나라 민주공화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자주독립 선언"이라며 "그 정신을 이어 4월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그래서 '헌장 1조'에 처음으로 민주공화정이 채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과 이승만기념관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한미동맹 체제는 이승만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 수완으로 이룩한 것이며 동북아와 한반도는 이 동맹체제로 70년간 평화를 유지했다"고 짚은 이 회장은 "우리는 70년 평화 기간을 이용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이 일본의 식민통치로 공짜로 얻어진 것처럼 해석하게 된다"며 "이런 식의 억지 역사는 항일 독립운동을 의도적으로 부정, 폄훼하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뒤흔들려는 저의가 있다고 보겠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독재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런 괴물기념관이 건립된다면 우리 광복회는 반대할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회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1919년 기미년 독립선언에서 비롯됐다"며 "1948년 건국론은 이런 역사의 지속성을 토막 내고 오만하게 '이승만 건국론'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다. 1919년 3·1독립선언으로 대한제국이 끝나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고 민주공화정이 처음 우리의 것으로 확정됐다"며 "1948년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로 수립됐다. 오늘은 서기 2023년 대한민국 105년"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날 공개된 이 회장의 인사말은 결국 국부(國父) 이승만을 건국(建國)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권·국민·영토가 있어야 국가로 인정하는 국제법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광복회가 이 회장 명의의 인사말을 선(先)공개한 것은 국가보훈부 등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염원이 모여 추진되고 있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사업에 광복회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6월28일 발족한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는 이승만·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가족들이 대통합의 의미에서 합심해 만든 조직이다.
위원장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이인수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상임고문 △박지만 EG 대표이사 △노재헌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찬 광복회장. ⓒ뉴데일리db
여아를 막론하고 초대부터 이어지는 대통령 가족들의 일심(一心)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세계 10위권 강대국 대한민국의 토대를 닦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과 관련 "시대적 사명을 위해 재단법인 기념재단을 설립하고 기념관 부지 선정, 기금 모금 운동, 사업 신청 등의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결의했다.
추진위원으로는 △김군기 영남대학교 교수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회장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 △복거일 소설가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회장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사장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고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윤생 오성회계법인 대표 △이진만 변호사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조보현 학교법인 배재학당 이사장 △조태열 외교부 주 유엔대사 △한용외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황성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승만 재평가를 이끌고 있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수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지지해왔다.
특히 박 장관은 지난 6월22일 뉴데일리 인보길 회장과 대담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보훈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28일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도 박 장관은 "건국의 아버지는 이 나라가 무슨 정체성을 기반으로 어떤 역사를 거쳤으며 앞으로 어느 길을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건국의 아버지 중 제1열에 서야 하는 대표적 인물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종찬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 부정하는 세력은 극좌·친북·극우"
이 회장은 지난 6월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4주기 추모식에서도 막말을 던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추도사에서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라고 주장한 이 회장은 "이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세력은 극좌파 친북 이적집단이거나, 한국의 독립운동을 고의로 폄하하고 왜곡하는 소위 극우 세력"이라고 폄훼했다.
또한 이 회장은 2001년 6월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방북 참배' 망언과 관련해 입방아에 오른 적도 있다.
당시 이 회장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상지대학교 총장 시절이던 200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했을 때 "한씨가 고려호텔에서 북한 당국에 김일성 묘역에 참배하고 싶다는 뜻을 먼저 밝혔고, 입장이 난처해진 북쪽에서 오히려 말렸다"며 "무슨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도무지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부총리가 "당시 내가 단장이었는데 일부 인사가 내게 참배 의사를 밝혀와 오히려 이를 말렸다"며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하자, 이 회장은 "인터뷰 때 시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농담 삼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확인 결과 한 부총리는 북한에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음을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박상규 민주당 사무총장은 "왜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회장을 두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회장은 4선 국회의원(민주정의당 3선, 민주자유당 1선)이자,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는 사촌지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친으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