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앵커, '일요진단'서 '文 작심비판' 클로징멘트KBS "내용상 문제 있어"… 영상 '삭제'했다 '복구'KBS노조 "노사 공정방송위 열어 진상 조사해야"與 "앵커멘트 무단삭제‥ KBS경영진이 책임져야"
  • ▲ 지난 2일 방영된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30시간가량 중단됐다 재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 지난 2일 방영된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30시간가량 중단됐다 재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 앵커의 인트로멘트 영상을 공지도 없이 교체한 뒤 이 사실을 사내 노조가 문제 삼자 뒤늦게 시청자들에게 알려 물의를 빚은 KBS가 이번엔 생방송 중 '내부 비판'을 한 앵커의 발언 영상을 '다시보기'에서 삭제했다가 30시간 만에 재업로드해 또다시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2일 오전 KBS 1TV 시사토론 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를 진행한 박장범 앵커는 "공영방송의 역할과 독립에 대한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대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고대영 전 KBS 사장의 해임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확정했다"며 "공영방송 사장을 불법 해임한 문 전 대통령이나 불법 해임과 관련됐던 여러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항의의 표시인지, 침묵의 커튼 뒤에 숨은 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클로징멘트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내부 비판' 차단… 뉘우침 없이 또다시 국민 기만"

    그런데 방송 이튿날 '일요진단 라이브' 영상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3일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공영방송 사장을 불법 해임한 것으로 드러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진행자의 멘트가 동영상 다시보기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동영상 내용상의 문제로 인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합니다'라는 메시지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측이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공지나 설명도 하지 않고, 대법원 판결에 대한 진행자의 멘트가 담긴 동영상을 잘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장범 앵커가 이유 없이 중단된 다시보기 서비스를 즉각 재개할 것을 해당 국·부장에게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박 앵커는 편성규약에 규정된 청문 및 해명 요구권을 발동한 상태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라고 밝힌 KBS노조는 "사측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뉴스 누락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자초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뉘우침 없이 또다시 시사토론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단정했다.

    KBS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현실화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시점까지도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파멸로 가는 수 밖에는 없고, 그 책임은 오롯이 김의철 사장에게 있음을 밝힌다"며 "일요진단 다시보기 중단 사건과 관련,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한편 책임자에 대한 신속한 퇴출과 징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방송 중 '정치적 의사' 표출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


    KBS노조의 성명과 본지 보도로 KBS 수뇌부를 향한 박 앵커의 '쓴소리'가 삭제된 사실이 널리 퍼지자 KBS는 지난 3일 오후 5시 38분, 2일 자 '일요진단 라이브' 영상을 되살린 뒤 "박 앵커의 클로징멘트가 '공정성'과 '균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KBS는 '일요진단' 텍스트 전문이 게재된 홈페이지 상단에 '알립니다'라는 공지글을 띄운 뒤 "2일 방송된 '일요진단 라이브' 박장범 앵커의 클로징 멘트에 대해 방송책임자는 공정성과 균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2일 오후 KBS 방송관련 규정에 따라 홈페이지와 유튜브 '다시보기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시청자 중 선임된 방송 외부모니터 요원도 박 앵커의 멘트에 대해 '침묵의 커튼 뒤에 숨은 이들이라고 특정 대상을 겨낭해 발언했는데, 라이브에서 이렇게 대단히 정치적인 의사를 표출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혀왔다"고 전한 KBS는 "시청자분들의 중립적인 평가를 돕기 위해 이상과 같은 설명글과 함께 '다시보기'를 재게시한다"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 시사제작국도 이날 밝힌 입장문에서 "KBS 편성규약은 방송법 제4조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도록 정하고 있고, 방송 종사자는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의무를 갖고 있다"며 '일요진단 라이브' 다시보기를 차단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을 위해 '다시보기'를 오후 5시 무렵 재개했다"고 밝힌 시사제작국은 "박 앵커 멘트의 적절성에 대해 제반 조사와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 누락… 앵커멘트 삭제까지"

    이 같은 KBS 시사제작국의 갈지자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지난 3일 박 앵커의 클로징멘트가 담긴 영상이 예고도 없이 사라졌던 점을 지적하며 "KBS의 수장인 김의철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안을 지켜보며 "최근 문제가 됐던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뉴스 누락'과 '민즈노총 집회 앵커화면 바꿔치기 뉴스 조작'이 떠오른다"고 비판한 미디어위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KBS 경영진은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를 조작하고, 누락하더니, 이제 앵커멘트까지 무단 삭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미디어위는 "2019년 보도본부장 시절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시사기획 창 -태양광 복마전) 재방송 불방 사건으로 본부장 자리를 사임했던 김의철 사장이 부임한 후 '뉴스 조작' '뉴스 누락' '다시보기 중단' 사태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며 김 사장에게 '책임 경영'을 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다음날에도 비판은 이어졌다. 4일 국민의힘 김근태 상근부대변인은 "KBS가 앵커의 내부 비판이 담긴 영상을 다시보기에서 삭제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재업로드 했다"며 "해당 비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고대영 사장을 해임한 것이 위법했다는 대법원 판결에 문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이 침묵하는 행태를 꼬집은 발언이었다"고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뻔뻔한 침묵' 지적당하자, 다시보기서 삭제"


    김 부대변인은 "지난 1일 재판부는 KBS 이사회가 고대영 사장 해임을 위해 부적법한 방법을 동원해 이사회를 장악했고, 이사회가 주장한 해임 사유도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며 "당시 이사회와 '고대영 사장 퇴진'만을 위한 파업의 주동자들, 그리고 해임제청을 재가한 문 전 대통령이 불법 해임 사태의 책임자들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대변인은 "그런데 책임 당사자인 KBS가 자신들의 '뻔뻔한 침묵'이 지적당하자, 내부 비판 발언을 공정성과 균형성이란 핑계를 대며 다시보기에서 삭제시켰다"며 "이는 뻔뻔함을 더한 뻔뻔함으로 덮고자 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고대영 사장 해임이 결정되던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의 KBS2노조는 '우리가 이겼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었다"고 밝힌 김 부대변인은 "당시 KBS2노조는 고대영 사장 해임을 반대한 내부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느낀다면 모두 자진해 보직사퇴를 선언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하고, '시대착오적인 망상과 아집으로 버틴다면 끝까지 책임을 묻고 부역의 역사를 후손에게 반면교사로 남길 것'이라고도 했다"며 "지금 침묵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KBS 관련자들은 자신들이 쓴 그날의 성명서를 다시 곱씹어 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