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직능단체 중 4개 협회 "김의철 사퇴하라" 촉구경영·아나운서·영상제작인·방송기술인協, 규탄성명KBS노조 "사장 퇴진이 문제해결의 전제이자 출발"KBS비즈니스노조 "수신료 문제로 'KBS 존폐' 위기"
  • ▲ 김의철 KBS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TV 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김의철 KBS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TV 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KBS 내부에서 김의철 사장 등 현 경영진의 '전면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가 불공정·편파방송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가운데 연간 7000억원대 '수신료 수입'마저 끊길 위기에 처한 것은 잇따른 '위기' 경고에도 한가롭게 CI를 교체하는 등 안일한 대처로 일관한 KBS 경영진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게 KBS 구성원 다수의 중론이다.

    그동안 KBS노동조합(1노조)과 KBS방송인연합회가 현 경영진의 무능·방만경영을 책망하는 성명으로 사내 여론을 환기해온 가운데 지난 8일 김 사장이 이번 사태를 일종의 '정치 공방'으로 몰아가며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히자, KBS 8개 직능단체 중 4개 단체가 김 사장의 '조건 없는 사퇴'를 주문하고 나서는 등 경영진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KBS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고비 때마다 잘못된 경영판단‥ 대국민 신뢰 떨어뜨려"


    먼저 KBS경영협회·KBS아나운서협회·KBS영상제작인협회 등 3개 직능단체는 지난 13일 <공영방송의 미래를 위해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통해 "중요한 고비 때마다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KBS를 벼랑 끝으로 내몬 김의철 사장이 물러나야, KBS가 조금이라도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취임 후 KBS의 공정성·공익성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고,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KBS를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든 김 사장은 현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김 사장은 이번 위기 수습을 위해 꼭 필요했던 기자회견에서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하고 현실 인식이 안 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국민과 구성원들을 위해 빠른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BS방송기술인협회는 지난 15일 "분리징수 저지와 공영방송 사수 투쟁을 전개하는 데 기꺼이 동참하겠다"며 "이미 신뢰를 잃고 타이밍을 놓친 경영진에게 구성원들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사장과 경영진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사내 구성원들을 위해 물러나길 촉구한다"는 성명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특히 KBS방송기술인협회는 "외부 제 단체들과의 무분별한 연대와 백가쟁명식 투쟁은 구성원들의 혼란과 분열만 조장할 뿐"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사내 노조와 협회를 포함한 모든 단체가 한 울타리에 모여 지금의 위기에 대응해 나갈 가칭 '수신료 분리징수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조합원 아니라도 좋다"… '경영진 퇴진 운동' 동참 호소

    KBS노조(1노조)도 "사장 퇴진은 문제 해결의 전제이자 출발점"이라는 추가 성명으로 경영진 교체를 염원하는 사내 여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 14일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으로 우리의 생존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마당에, 이 난국을 타개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김 사장의 처신을 맹비난하는 성명을 낸 KBS노조는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현 경영진이 물러날 때까지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노조는 "김 사장의 '무능경영'으로 KBS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고, 모든 해결책이 이미 때를 놓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며 '불공정·편파방송' 방치'와 '조건부 사퇴 입장'을 밝힌 기자회견 등으로 KBS의 회생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KBS 경영진이 부동산을 팔아 적자를 메우고 이렇다 할 먹거리를 확보해 놓지 않은 결과, 수신료에 더욱 목을 매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가운데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징후를 무시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버틴 양승동·김의철 경영진은 편파·왜곡방송으로 잃어버린 민심을 계속해서 외면하다가 결국 철퇴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김 사장의 퇴진만이 사태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밖에 없기에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조합원이 아니라도 좋다. 고달프고 힘든 길이 될지라도 생존을 위한 길이라면 함께하자. 우선 사장 퇴진을 함께 외치자"고 '경영진 퇴진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KBS 구성원들에게 제안했다.

    "김의철 사장 기자회견… 개그콘서트 부활한 줄"

    김 사장이 2020년 4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사장을 지냈던 KBS비즈니스에서도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KBS비즈니스노조는 지난 14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김의철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본인의 거취와 연계, '전임 정권에서 사장이 된 저 때문이라면, 제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하면서 KBS그룹 직원들을 더욱더 무덤 속으로 쳐넣고 말았다"며 "기자회견으로 KBS 시청률이 좀 올라갔나? KBS를 제2의 국회로 만들겠다는 거냐? 국민에게 독립투사처럼 보이고 싶은 거냐?"라고 연달아 질문을 퍼부었다.

    "이 기자회견을 보고, 개그콘서트가 부활한 줄 알았다"며 "참으로 한심하다"고 꾸짖은 KBS비즈니스노조는 "김 사장은 정부를 상대로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자신의 거취와 연계하면서 기자회견을 열 게 아니라, 국민에게 사죄하고 기회를 달라고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KBS비즈니스노조는 "과거 어느 정권이든,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인력 운용과 임금 체계에 대한 '방만경영' 문제를 제기해 왔고, 종편과 다양한 콘텐츠의 범람으로 KBS의 시장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김 사장의 이번 기자회견은 매우 이기적이었다"고 비판한 KBS비즈니스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되면 우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KBS 수탁비에 많은 영향을 받는 KBS비즈니스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단정한 KBS비즈니스노조는 "우리 KBS비즈니스노동자들은 앞으로 펼쳐질 불안한 미래에 대해 걱정과 불안에 떨고 있다. 김 사장은 더 이상 꼼수로 KBS그룹을 망치지 말고 조용히 측근들과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