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마저 진영싸움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돼""국가보훈처장이 아닌, 국가유공자 아들로서 간곡히 부탁 드린다"
  • ▲ 김건희 여사가 13일 시민의 목숨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가정을 방문, 자녀를 안아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김건희 여사가 13일 시민의 목숨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가정을 방문, 자녀를 안아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우리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위로와 감사는 못할지언정, 그 가족들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남기지는 말아 달라"면서 최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가짜뉴스를 비판했다.

    박 처장은 16일 SNS에 "보훈마저 진영싸움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국가보훈처장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유공자의 아들로서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처장은 "이현이의 장애는 충격 속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프고, 뭐라도 더 챙겨 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이현이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천 번이고 안아 주고, 만 번이고 눈을 맞춰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김 여사는 2020년 2월 가양대교 인근에서 한강에 투신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잠수수색 중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의 배우자인 이꽃님 씨의 집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김 여사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고(故) 유 경위의 아들 이현 군을 직접 안았다.

    남편의 순직 당시 임신 중이었던 이씨가 충격으로 4개월 조산하면서 이현 군은 뇌 손상을 입은 채 태어나 세상을 살고 있다.

    김 여사는 국가유공자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이날 상당시간을 이현 군을 보살피는 데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 의해 공개된 많은 현장사진에서 이현 군은 밝게 웃으면서 김 여사와 눈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이현 군을 안고 있는 사진을 두고 일부 좌파 누리꾼들은 "김건희가 아이를 억지로 안고 있다" "사진을 위해 무리해서 애를 안은 것 아니냐"는 등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았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의 김건희 여사 화보 촬영 놀이가 더는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라며 "김건희 여사 화보 전시회라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브리핑까지 했다.

    이에 박 처장은 "국가의 명에 따라 총을 들었던 월남 참전자를 학살자로 몰아가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천안함 장병에 대해 살아 있다는 이유로 모욕하고, 음모를 제기하고, 순직 유공자의 남겨진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이야기는 삼가 주시기 바란다"며 "보훈은 진영싸움과 정쟁의 도구가 돼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가며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께 보상과 예우하는 일은 국가보훈처의 일이지만, 그분들을 지키고 또 진정한 울타리가 돼 주는 일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게 주어진 일임을 부디 무겁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현 군 엄마 이씨도 추측성 비난에 '사실과 다르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씨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가 장애로 머리를 제대로 가눌 수 없어서 사진을 찍으면 그런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도 악플이 많이 달려 가슴이 아프다"며 "김 여사께서 내 모습을 최대한 따라하면서 아이를 안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김 여사가 아이를 안아 주셔서 감사했다"며 "아이가 낯을 가려서 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여사님에게 안기니까 씩 웃더라"고 전했다. 

    사전에 기획된 촬영이라는 주장에는 "사전에 대통령실에서 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그때는 아이를 안아 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전몰·순직 군·경의 남겨진 어린 자녀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넘어 정서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살피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을 지난 13일 출범했다. 2023년 3월 말 기준 전국 전몰·순직 군·경 가구 중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녀는 126가구 185명이며, 이 중 군인 자녀가 85명(48%)으로 가장 많고, 소방이 51명(27%), 경찰이 49명(26%)이다.
  • ▲ 김건희 여사가 13일 시민의 목숨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가정을 방문, 자녀를 안아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