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공수처장이 이첩 요구하면 응해야 한다… 윤석열 "공수처법 24조는 독소조항"공수처 "수사 중복 피하기 위한 조항일 뿐"… 실제 이첩 요구는 적었다고 항변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수처법 24조를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다투고 있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에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할 경우 공수처에 무조건 사건을 넘겨야 한다는 조항이다. 공수처는 해당 조항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법 24조가 '선별 이첩' 논란이 있는 조항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측과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를 놓고 수개월째 대립 중이다. 

    윤석열, 사법공약으로 '공수처법 24조 폐지'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14일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상의) 독소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이 짚은 독소조항은 공수처법 24조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수사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24조 2항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즉, 검찰이나 경찰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알게 되면 공수처에 알려야 하며,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검·경은 무조건 사건을 넘겨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은 당시 "공수처가 검·경의 내사·수사·첩보를 이관받아서 깔고 뭉개면 국가의 권력비리에 대한 사정 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종현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종현 기자
    공수처 "공수처법 24조는 우월적 조항 아니다"

    공수처는 그간 공수처법 24조 폐지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인수위에 "해당 조항은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이라며 "수사 중복을 피하기 위한 조항일 뿐, 우월적 조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에 따른 사건 이첩 요구 사례가 매우 적었다고도 항변했다. 

    공수처는 자신들이 해당 조항을 행사한 것은 2건에 불과하고, 그중 1건만 실제로 이첩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첩을 요구한 사건은 경찰에 요구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검찰에 요구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 건이다. 

    경찰은 공수처의 이첩 요구를 받아 조 교육감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고, 공수처는 이를 1호 사건으로 입건해 정식 수사를 시작했다.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 공수처는 "기소 권한은 빼고 수사 권한만 줄 테니 기소 전 사건을 이첩하라"는 취지의 조건부 이첩을 요청했는데, 검찰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공수처의 주장은 일부만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공수처법 24조 1항과 2항 사건 이첩 현황'에 따르면, 공수처는 1항의 경우 자신들 주장대로 2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하고 1건만 실제로 이첩받았다.

    문제는 24조 2항이다. 공수처는 출범 후 총 229건의 고위공직자 범죄사건을 타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받았다. △검찰 12건 △경찰 213건 △군검찰 4건 등이다. 공수처는 이 중 226건은 자체적으로 불입건했고, 1건은 내사, 2건은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법조계 "공수처법 24조, 폐지·개정 필요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법 24조를 폐지 혹은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24조 1항"이라며 "공수처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타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타 수사기관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이첩 기준이 공수처장의 입맛대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는 출범 후 정치편향 논란을 불렀던 '선별입건' 제도도 얼마 전에 폐지했다"며 "공수처장 입맛에 따라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공수처법 24조 1항은 '선별이첩' 제도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폐지가 어렵다면 공수처장이 이첩 기준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문기관이나 내부 논의를 통해 이첩을 요구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윤 당선인 측 생각은 여러 수사기관에서 고위공직자 범죄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모두 (고위공직자범죄) 수사하는 경쟁체제로 만들어야 고위공직자의 범죄가 근절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그런 경쟁에서 공수처가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낸다면 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