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전 모두발언 하다 언론 앞에서 고성 주고받아… 공동 발표문 없이 입장차만 확인
  • ▲ 미국과 중국은 18일~1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세 차례 2+2 회담을 진행했다. ⓒ뉴시스
    ▲ 미국과 중국은 18일~1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세 차례 2+2 회담을 진행했다. ⓒ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가진 고위급회담을 두고 "솔직한 대화였다"는 공식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언론에 비친 두 나라의 모습은 격렬한 설전이었다. 미·중 양측은 실제로 공동 발표문도 내지 못했다.

    미국 "홍콩·대만·신장위구르 소수민족 탄압부터 사이버 공격까지… 중국 행태가 문제"

    미국과 중국은 18~19일(현지시간) 앵커리지에서 세 차례 '2+2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이 홍콩·대만·신장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 등을 억압하고, 미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압박을 한 사실들을 주제로 다루겠다"며 “중국의 이런 행동들은 세계 안정을 유지하는 국제법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의 정책 우선순위와 의도를 보여주고 중국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의도를 들을 기회"라며 "우리는 현실적인 태도로 대화에 임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가 상황을 천천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그런 지적은 중국 공격하려는 미국의 선동… 홍콩·대만·신장위구르는 모두 중국"

    양 상무위원 역시 모두발언에서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신장·홍콩·대만은 모두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라고 전제한 양 상무위원은 "중국은 미국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양 상무위원은 이어 "미국이 국제 여론을 대변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이 주창하는 보편적 가치나 국제질서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 공격을 위해 다른 나라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양 상무위원은 미국이 "군사력과 금융우위를 활용해 국제무역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에서는 흑인이 학살당한다"며 미국사회를 비하하기도 했다.

    왕 외교부장은 "중·미 관계의 발전에 관한 중국의 태도는 명확하고 일관된다. 미국도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배려해주기 바란다"면서 "이런 기초 위에 중국은 미중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놓았다"는 원론적 견해를 밝혔다.

    회담 후 美 "중국과 협력할 것"  中 "유익한 대화" 말했지만… 고성 오간 설전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후 "우리는 광범위한 주제를 두고 힘들고 직설적인 대화를 했다"며 "워싱턴으로 돌아가 우리의 현 상황을 천천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미중 관계가) 진전할 방안을 위해 동맹·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중국과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의 행동에 따른 미국과 동맹국의 우려를 전하고, 미국의 정책과 원칙·세계관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홍콩·신장위구르·사이버공간 등 양국이 충돌하는 지점은 물론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의제에 관해서도 매우 솔직한 대화(very candid conversation)를 나눴다"고 자평했다.

    양 상무위원은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물론 여전히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양 상무위원은 "미중 양국은 앞으로도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를 지향하기 위해 '무갈등' 정책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외교부장도 “중국은 주권을 지키려는 우리의 결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취재진 앞에 두고 1시간 동안 고성으로 설전… 중화권 매체 "미중 정상회담 성사 안 될 듯"

    양측은 회담이 정상적이었던 것처럼 자평했지만, 언론을 통해 노출된 모습은 달랐다. 회담 초기 각각 2분씩 모두발언을 할 때만 언론에 공개하기로 약속했으나 양측의 설전이 길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결국 미중 양측은 1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고성으로 공방을 벌이는 장면을 드러내 보였다. 미중 양측은 취재진을 내보내는 것을 두고도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지켜본 외신들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강력한 의견대립을 보여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래스카 대화에서의 충돌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회담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22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회담과 관련 "중국이 100년 전 중국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미국과 공개적으로 맞대결한 역사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