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복지장관, '전신방호복' 의료진 탈진사고에 "대안은 수술용 가운"… 의료계 "개념 다른데 황당"
  •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데일리 DB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데일리 DB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우한코로나 사태'와 관련, 의료진을 향해 또 다시 '말실수'를 저질러 논란이 일었다. 

    전신방호복만 고집하는 의료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비전문가적 발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의료진이 언론을 의식해 무더위에도 전신방호복만 입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의료계는 박 장관의 발언에 "비전문가의 무지에서 비롯된 황당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장관은 1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진이 여름에 전신방호복을 착용해 탈진하고 있다'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지침상 선별진료소에서 필요한 방호복은 레벨 D의 전신방호복과 수술용 가운"이라며 "더운 여름철엔 수술용 가운을 입는 게 좋은데, 언론에 전신방호복 사진만 나오니까 그분(의료진)들이 굉장히 선호한다"고 답했다. 

    언론이 전신방호복 사진만 사용해 의료진들이 통기성이 뛰어난 수술용 가운보다 전신방호복을 고집한다는 취지다.

    박능후 "의료진, 전신방호복 사진만 보도되니 선호"

    박 장관이 코로나와 힘겹게 싸우는 의료진을 두고 '실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 서울대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을 때는 "초기에 대구 현장을 갔을 때 공보의(공중보건의) 한 분이 자신은 레벨D 보호구를 입지 않으면 일을 안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더라"라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3월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현장 의료진이 보호장비 부족으로 힘들어한다'는 윤일규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의료진이 넉넉하게 (마스크)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막말'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달 16일 성명을 내고 "목숨을 걸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나선 의료진을 모욕하고 허탈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보다 독한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이보다 앞선 2월26일에는 "(우한코로나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 장관을 탓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의료계는 박 장관의 잇단 '실언'이 비전문가로서의 무지와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장관의 이력을 보면 보건분야 경험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박 장관은 1980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으로 일했다.

    전문가들 "수술용 가운과 전신방호복은 완전히 다른 개념"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98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직을 맡아 강단에 섰다. 사회복지 전문가인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박 장관이) 말실수를 자주 하는데, 아무래도 의학이나 보건학 분야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 같다"며 "레벨 D 전신방호복과 수술용 가운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술용 가운은) 의료진으로부터 나오는 비말이나 머리카락 등으로 인해 환자가 감염되는 것을 막는 용도"라며 "감염병 환자로부터의 전염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전신방호복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여기저기 빈틈이 많은 수술용 가운과 전신을 외부와 차단하는 레벨 D 방호복이 같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선 의료진이 언론을 의식해 전신방호복을 선호한다는 말은 의료진의 전문성을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