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정부가 불안감 극대화해 수요 폭발했는데" 비판… "너무 늦어 실효성 없을 것"
  • ▲ 서울 한 우체국 출입문에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문이 붙어 있다.ⓒ권창회 기자
    ▲ 서울 한 우체국 출입문에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문이 붙어 있다.ⓒ권창회 기자
    정부가 마스크 국내 수요 폭증에 대처하기 위해 6일부터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학계에서는 '시기가 늦었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마스크 품귀현상과 관련해 "마스크를 의료·방역·안전 현장 등에 우선 공급하고, 그 외 물량은 국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중복판매를 방지하고 ,수출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시기 너무 늦었다. 생산량 감소도 주의해야"

    마스크 수출금지를 두고 학계에서는 이미 시기가 늦었고 생산량 축소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금지가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길어질 경우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가 마스크 수출경쟁력이 있어 평상시 국내 수요보다 공급능력이 더 커진 것"이라며 "현재 수요 폭발로 절대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입도 막힌 상황에서 수출중단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양 교수는 "수출금지 조치가 몇 달 동안 계속될 경우 공급 유인이 감소해 국내 공급마저 줄어들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입 기간과 일별 수매 물량을 확정해 공개입찰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스크 수출금지 조치는 이미 국제법적으로 타당한 상태였다며 시기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상품 수출금지는 원칙적으로 GATT 11조 위반이지만, 제20조에 정당화 사유가 규정돼 있다"며 "그 중 하나가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인정받을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의 비말로 전파된다는 건 일찍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마스크로 차단해야 할 필요성은 일찍부터 인식됐다"며 "그렇게 인식했을 때 진작 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불안감 키워 수요 폭증한 것… 실효성 있는 대책 지금 없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출금지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교수는 "마스크를 생산하는 우리 중소기업 중에는 원재료를 중국 등지로부터 수입하면서 생산량 일부를 그 나라에 다시 수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곳이 많다"며 "이런 업체는 그럼 생산을 포기하란 뜻인가. 오히려 생산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어 "마스크가 중국으로 워낙 많이 넘어간 상황에서 수출금지는 이미 시기를 놓친 것"이라며 "정부가 공급능력이 충분하다고 큰소리쳐놓고 그렇지 않다는 걸 나중에 발견한 것 아닌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불안감을 극대화한 상태여서 지금 마스크 국내 수요를 충족할 방법이 없다"며 "차라리 대구지역이나 고령자 또는 취약계층 중심으로 마스크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실토하고 그렇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수출금지 조치를 두고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쏟아졌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집회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마스크 산다고 수백 명 모여 줄서게 만드는 무능한 정부"라는 등 정부를 비난하는 의견이 넘친다. 

    한 네티즌은 "1월 말부터 지금까지 이 정부가 한 게 뭔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더니 또 늑장대응이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마스크 7억 장이 유·무상으로 중국으로 넘어갔다는데 참 빨리도 하셨네"라며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