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외곽도로, 출산장려 등 '겹치기' 일색… 송철호, 선거 직전 국가균형발전委 고문
  • ▲ 송철호 울산시장이 2018년 6·13지방선거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 대다수가 지난해 1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계획과 흡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지방선거 국면 때 공약을 말하고 있는 송철호 시장의 모습. ⓒ뉴시스
    ▲ 송철호 울산시장이 2018년 6·13지방선거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 대다수가 지난해 1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계획과 흡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지방선거 국면 때 공약을 말하고 있는 송철호 시장의 모습. ⓒ뉴시스
    송철호 울산시장이 2018년 6·13지방선거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 대부분이 지난해 1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계획과 흡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송 시장이 중앙정부 종합계획에 포함될 울산시 관련 추진사업을 약 1년 전 미리 알고 공약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국가균형발전의 기본방향과 관련 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송재호 위원장을 포함해 당연직 위원과 위촉위원·전문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송 시장은 선거 전인 2017년 11월 말부터 국가균형발전위에서 공식적으로 편성된 직책도 아닌 ‘고문직’을 맡았다. 

    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 시장이 울산시장선거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 수립 및 이행과 관련된 사안을 수사 중이다. 국가균형발전위가 발표한 5개년계획(2018~2022년) 중 울산지역 사업을 살펴보면 송 시장이 지방선거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들과 대부분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울산 공공병원 건립사업이다. 이 사업은 송 시장에게 밀려 재선에 실패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산재모(母)병원'이라는 명칭으로 추진하던 사업과 유사한 사업이다. 

    김 전 시장의 산재모병원사업은 지방선거 직전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 처리해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검찰은 또 최근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선임행정관은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2018년 1월, 송 시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만나 울산 공공병원 공약을 논의했다. 장 전 선임행정관은 검찰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공약이던 공공병원 공약, 울산외곽순환도로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진술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균형발전위는 정책 집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함께한 공무원들의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또 장 전 선임행정관이 진술한 울산외곽순환도로 건설 역시 송 시장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송 시장이 공약한 △북방경제협력 중심기지 육성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해수전지 기반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 △국립 3D프린팅연구원 설립 △울산형 열린 시립대학 설립 △울산형 출산장려사업 추진 △동남대기환경청 건립 △체험형 미래과학전시관 건립 △태화강 백리길 생태관광자원화사업 등이 균형발전위 보고서에 글자 하나까지 똑같이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송철호 공약 놓고 된다, 안 된다 결정해준 셈"

    김 전 시장은 송병기 부시장이 수첩에 "서울 지역균형발전위 산재모병원 → 좌초되면 좋음"이라고 쓴 내용이 청와대와 정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결정적 단서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모는 2017년 10월10일 작성됐다. 지역균형발전위는 국가균형발전위의 전신이다.

    김 전 시장은 이 신문과 통화에서 "송 시장이 내건 공약에 대해 울산시에서 추진한 적도 없고, 국가균형위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도 없다"며 "울산시장선거 전부터 송 시장이 국가균형발전위의 고문을 했다니, 공약을 사실상 함께 만든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공공병원뿐만 아니라 공약 전반에 대해서 국가균형발전위라는 대통령 직속기구를 통해 특정 후보 또는 후보가 되기 전부터 뒤를 봐준 것"이라며 "송 시장 공약을 놓고 된다, 안 된다를 사실상 정해준 셈인데 경쟁자는 안대 씌워 놓고, 미는 후보는 눈 나쁘다고 콘택트렌즈까지 씌워주고 달리기 시합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시장은 2017년 11월27일 국가균형발전위의 고문직으로 위촉됐다. 문제는 고문직 근거규정은 같은 해 12월 뒤늦게 신설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야권을 중심으로  ‘청와대·여당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에 당선시킬 목적으로 고문단을 구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송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공식 직책에도 없는 고문직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본회의 참석 대상은 아니고, 위원장과 위원회에 전화와 대면을 통해 자문해주는 역할"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