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총선에 강한 영향" 민주연구원 보고서… "불법인데 솜방망이 처벌" 지적
  •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데일리 DB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데일리 DB
    지난 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비공개 여론조사 자료를 무단 인용한 민주연구원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면경고' 조치를 내렸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위법이다. 

    당시 민주연구원은 비공개 자료를 무단 인용해 "한일 갈등에 대한 (여당의) 대응방식이 총선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외교‧안보문제를 정략에 이용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논란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선관위의 이번 '서면경고'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7월 KSO1의 여론조사 결과 중 비공개 자료를 공표해 선관위 소속 기관인 여심위로부터 8월28일 서면경고 조치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8항 제1호(미등록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 위반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KSOI는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행정처분을 받았다.

    비공개 문항 이용해 "한일 갈등, 총선에 강한 영향" 보고서 작성 

    앞서 민주당은 KSOI가 지난 7월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중 비공개 문항인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의 대응방식 차이의 총선 투표 영향 전망'과 '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 공감도' 내용을 토대로 7월30일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를 작성, 당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최근 한ㆍ일 갈등에 관한 대응은 총선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 "(일본에) 원칙적, 단호한 대응을 선호하는 응답이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높게 나타남" "여론에 비춰볼 때 (원칙적 대응의)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 "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은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지만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 및 여론은 "여론의 반일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등의 비판이 일었다.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놓이고, 한미공조는 흔들리는 와중에 한일관계까지 총선용 수단으로 정쟁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당시 KSOI 측은 "민주연구원에 자료를 준 적도 없고, 협력한 바도 없다"는 견해를 복수의 언론을 통해 밝혀 파장이 더욱 컸다. KSOI는 민주연구원의 비공개 자료 무단 인용으로 공연히 피해를 본 셈이다. 

    비공개 자료 공표시 3000만원 과태료… 민주연구원은 '서면경고'

    선거법에 따르면 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할 경우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심위의 이번 조치가 여당에 대한 '봐주기식 처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에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규정은 맞지만, 모든 행위에 대해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위반 사안을 조사해서 선거에 미치는 영향, 전파 가능성에 대한 위반 행위자의 인식의 정도, 미등록한 선거여론조사 결과의 공포 범위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민주연구원의 경우 높은 수준의 경고조치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통상 미등록 여론조사 자료를 공표하고, 이를 정쟁에 이용했다면 어느 수준의 조치를 받느냐'고 묻자 "사안마다 다르다"며 "다만 민주연구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모두 배포해 수위가 조금 높게 조치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KSOI와 민주연구원에 차등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서는 "KSOI와 같은 경우 공표‧보도하려는 목적이 없었다. 극소수 민주연구원에게 비공표를 전제로 제공했다고 한다"며 "또 조사 과정에서 KSOI 담당자가 재발 방지를 약속해 민주연구원보다는 조치 수준이 낮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