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지정 평가 부당… 교육선택권 침해당해"… 24일까지 릴레이 집회
  • ▲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경희고·배재고·세화고 순으로 '자사고 취소 반대' 릴레이 집회가 열렸다. ⓒ 정상윤 기자
    ▲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경희고·배재고·세화고 순으로 '자사고 취소 반대' 릴레이 집회가 열렸다. ⓒ 정상윤 기자
    “진보의 탈을 쓴 조희연은 사퇴하라.”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지역 자사고 8개교 학부모 300여 명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은 시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 절차인 ‘청문(聽聞)’을 처음 시작한 날이다. 이날 집회에 나선 서울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 소속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부당한 재지정 평가 과정·결과’와 ‘일방적인 학부모·학생의 교육선택권 침해’를 지적하며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규탄했다.

    자학연 측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반대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시교육청과 해당 학교의 청문 시간에 맞춰 릴레이 형식으로 집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은 청문이 열린 경희고·배재고·세화고 순으로 집회가 진행됐다. 23일 청문이 예정된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 학부모들도 같은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한다. 자학연은 이날부터 24일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희고 "진보의 탈을 쓴 조희연은 사퇴하라"

    청문 첫 순서인 경희고 학부모 1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쯤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북과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진보의 탈을 쓴 조희연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손에는 '하향평준화 교육정책 반대' '소통불통 교육감 반대' '내로남불 교육정책 규탄'이라고 쓴 피켓이 들려 있었다.

    경희고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감점 항목의 부당함과 교육의 선택권 침해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연경 경희고 학부모부회장은 "3년 동안 모든 시험(중간·기말고사) 통틀어 수학시험에서 나온 미적분 한 문제로 '선행학습 금지' 항목에서 9점 감점을 받았다"며 "이런 과한 감점 등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위한 '짜맞추기식 평가'를 진행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기반인 한국에서 교육 형태도 자유롭게 둬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학부모·학생의 교육선택권을 빼앗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생들이 선택한 자사고를 왜 시교육청에서 평가하고 기준을 정해 취소하느냐"며 "조희연 교육감도 학부모의 평가로 점수 미달 시 교육감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 재지정에서 탈락한 자사고 학부모들은 이날 집회에서 조희연 교육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 정상윤 기자
    ▲ 재지정에서 탈락한 자사고 학부모들은 이날 집회에서 조희연 교육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 정상윤 기자
    두 번째 청문 대상인 배재고 학부모 100여 명은 '자사고 사망'을 의미하는 검은색 계통의 상복을 맞춰 입고 오후 1시 시교육청 앞에 모였다. 서울 한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가고, 습도가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학부모들은 오후 1시부터 3시10분까지 시교육청 앞에 앉아 침묵시위를 벌였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학부모·학생의 의견이 배제된 것에 항의하는 취지다.

    배재고 학부모들은 '정치적 평가, 이념 평가, 자사고 평가 거부한다' '조희연 교육감 퇴진!' 등의 피켓으로 구호를 대신했다. 학부모들은 인터뷰에서 '교육 빈부격차 주범 자사고' '적폐 자사고'의 이미지를 만든 교육당국에 불만을 토로했다. 배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는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를 교육 빈부격차를 일으키는 원인처럼 이야기하는데 현장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오히려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는 자사고 덕에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배재고·세화고 학부모 '침묵시위'

    이 학부모는 "세화고(서초구)·배재고(강동구)를 제하면 이번 평가로 재지정 취소된 자사고는 전부 강북"이라며 "정부가 오히려 사교육의 중심인 강남·대치를 키우는 꼴"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조 교육감이 교육현실은 모르고 공약에만 집착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김모 씨는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을 지켜주고자 회사에 연차를 내고 참여했다"며 "학생들이 (자사고·일반고 등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줘야지, 자사고를 적폐로 몰아 억지로 일반고로 모는 것은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날 마지막 청문 대상인 세화고 학부모들도 배재고처럼 침묵시위로 청문이 열리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집회를 진행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22~24일 이어지는 청문으로 자사고 재지정 탈락 학교들이 ‘취소유예’ 처분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취소 절차상의 청문인 셈이다. 시교육청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2018년 교육부에서 내려온 자사고 관련 기본 표준안의 ‘청문을 통한 지정취소 유예 등은 금지한다’는 부분을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희고 청문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예정된 2시간보다 30분 이른 오전 11시쯤 끝났다.이숙영 경희고 학부모대표는 "공정한 평가로 학생들이 선택한 자사고를 지켜줘야 한다"고 청문 소감을 말했다.

    배재고 청문은 1시30분부터 2시50분까지 진행됐다. 고진영 배재고 교장은 청문에 앞서 재지정 평가에 따른 소송 진행에 관해 언급했다. 고 교장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과가 나온다면 그 즉시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며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8개교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교별로도 따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