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포럼] 김영호 교수 "절묘한 외교전략으로 건국"… 文정부 낭만적 외교 질타
  • ▲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21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이승만포럼에 발제자로 나섰다. ⓒ정상윤 기자
    ▲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21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이승만포럼에 발제자로 나섰다. ⓒ정상윤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법 전공 학자이자 역사상 ‘최고’의 국제정치학자, 외교 전략가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이승만포럼에서 ‘국제정치 전문가’로서의 이 전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날 ‘이승만의 국제정치관과 21세기 한국의 국가전략’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역사상 국제법 전공 학위를 받은 첫 인물”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건국은 불가능했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만큼 국제정치 전략과 실천력을 가졌던 사람은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인용 “마키아벨리는 군주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자기 스스로 정세를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 둘째 자신이 그렇게 못 하더라도 참모들의 이야기를 들어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 셋째 이도저도 아닌 무용지물의 지도자다. 이 전 대통령은 첫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권력과 정당성의 문제 같은 정치의 기본원리들을 분명하게 파악했다. 그는 이런 신념과 지식을 갖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전략과 전술을 분명하게 구사한 현실주의자”라고 평했다. 

    “식민지 조선, 독립 방법 정확하게 파악”

    그는 한반도 내 패권전쟁을 시기 순으로 3개로 분류한 후, 그 가운데서 이 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3개의 패권전쟁은 시기 순으로 ‘러일전쟁’ ‘미·소 전쟁’, 그리고 현재의 ‘미·중 전쟁’이다.  

    김 교수는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 후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할 때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립외교’를 내다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외교를 통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고 늘 생각했다. (국가 간) 힘의 관계 변화에 의해서만 조선이 독립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라며 “국제정치를 유토피아적으로 본 게 아니라 현실주의적으로 바라봤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김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저서 <재팬 인사이드 아웃(Japan inside out)> 중 "일본제국주의가 몰락하고, 미국이 일본을 패퇴시킬 때 조선은 비로소 독립할 수 있다"는 부분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저서에서 조선의 독립 방법을 이미 예언했다는 것이다.  

    그는 “뿐만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은 ‘일본의 천황제가 유지되는 한 미·일 전쟁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1941년에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것”이라며 “이처럼 정확한 국제정치 예측으로 당시 미국 국무부 관료들도 이 전 대통령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의 정읍연설은 한국 외교사 최초의 독트린”

    이어 김 교수는 해방 후 미·소 간 냉전, 즉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결로 인해 남북이 분단된 가운데도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사실을 두고 “역대 어떤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무정부적 국제정치 현실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근대국가라는 외피의 보호 하에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남한 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전 대통령의 ‘정읍연설’(1946년 6월)이 “한국 외교사의 최초 독트린”이라고 치켜세웠다. ‘독트린’은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정책상 원칙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뜻하는 말로, 닉슨 독트린‧먼로 독트린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의 정읍연설을 ‘이승만 독트린’이라고 명명했다. 

    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은 ‘건국혁명’을 이룬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왕조주권’과 ‘국민주권’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주권의 ‘국민’이라는 것은 상징적 의미로, 주권자의 자리는 영원히 비어 있는 것이고 국민의 대표가 그 자리에 5년에 한 번씩 앉는다. 국민주권국가에서 문재인 정부처럼 ‘개개인의 주권’을 강조하는 것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국민 전부가 권력을 가지면 ‘무정부 상태’로 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중 무역전쟁, 이승만이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현재 ‘미·중 전쟁’ 속 한국정치의 현실을 꼬집었다. 전 세계 2대 패권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외교싸움 속에서 한국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승만 국제정치관을 통해 현재 한국이 처한 혼돈의 국제정치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공조를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국회는 본인들끼리 싸우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한다. 그런데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20개 이상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낭만적 민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국제정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중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 것 같으냐’는 청중의 질문에 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은 우선 대한민국 국력의 한계에 대해 철저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일본과 과거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처럼 외교 포퓰리즘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큰 ‘적군’인 북한이 있기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을 것이다. 또 정치이념이 다른 중국과의 친중노선을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확고한 동맹을 통해 한국 나름의 역할을 찾아가는 국가전략을 수립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