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한국인 해외여행 만족도 1위 스위스…한국인에게는 라면 무료인 ‘융프라우 요흐’
  • ▲ 인터라켄에서 바라본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 철도 제공
    ▲ 인터라켄에서 바라본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 철도 제공
    네팔을 통해 가는 히말라야, 칠레와 붙은 안데스 산맥, 북미 대륙을 가로 지르는 로키 산맥, 유럽의 알프스 산맥이 가진 공통점은 모두 평균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이자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유명 관광지다.

    이 가운데 알프스 산맥은 다른 곳과 차이가 크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산일뿐만 아니라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독일,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각국마다 자랑하는 것이 다르다.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다르다. 그중에서도 스위스의 알프스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융프라우 산은 최고로 꼽힌다. 당일 융프라우 산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 ▲ 스위스 융프라우는 여름철에 가도 좋다고 한다. 사진은 여름철에 촬영한 융프라우 철도역. ⓒ융프라우 철도 제공.
    ▲ 스위스 융프라우는 여름철에 가도 좋다고 한다. 사진은 여름철에 촬영한 융프라우 철도역. ⓒ융프라우 철도 제공.
    계절·날씨 관계없이 3천 미터 산 오르는 ‘톱니바퀴 열차’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을 당일치기로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스위스에서 세계 최초로 운행을 시작한 톱니바퀴 철도 덕분이다. 이 철도 덕분에 융프라우 요흐(해발 3454미터)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차역이 생길 수 있었다(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은 해발 5068미터의 중국 탕구라 역이다).

    흔히 톱니바퀴 철도라고 부르는 ‘융프라우 철도’는 1912년 개통된 이래 지금까지 107년 동안 스위스 사람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알프스의 진면목을 보여 왔다. ‘융프라우 철도’가 100년이 넘도록 대형 사고나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빈틈없는 일처리로 유명한 ‘스위스 인의 DNA’ 덕분이었을까. 그 이야기를 마침 한국에 온 ‘융프라우 철도’ 최고 경영자(CEO) ‘우어스 케슬러’ 씨에게 들을 수 있었다.

    케슬러 대표는 융프라우 철도에서 32년 째 근무 중이라고 했다. 융프라우 철도는 한 회사가 아니라 8개 지역 업체들이 연합한 회사로, 지주회사 역할을 맡는 융프라우 철도가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케슬러 대표는 “융프라우 철도가 한 세기를 넘어 지속 경영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 이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융프라우 철도를 만들었던 ‘구에르 첼러’ 씨부터가 그랬다고 한다.

    케슬러 대표는 “현재 스위스 사회에서 ‘융프라우 철도’를 건설한 구에르 첼러 씨는 대단한 사람, 말 그대로 파이오니어적 기업가로 존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에르 첼러’ 씨는 생전에 대단히 성공한 사업가였다고 한다. 방직 사업으로 성공한 그는 말년에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융프라우 철도’를 만들었다.

    알프스의 산악을 관통하고 만년설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철도는 첼러 씨의 꿈이었다. 그가 처음 철도 건설을 기획했을 때는 8년 정도의 시간과 자신의 재산을 들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친 산악 기후와 지형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자본을 필요로 했다. 결국 ‘융프라우 철도’는 16년 만에 완공했고, 가진 돈도 모두 썼다.
  • ▲ 융프라우 산에서 자전거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 산악열차는 여러 모로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융프라우 철도 제공.
    ▲ 융프라우 산에서 자전거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 산악열차는 여러 모로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융프라우 철도 제공.
    16년 만에 결실 맺은 사업가의 꿈, 100년째 커지는 중

    스위스에서는 당시에도 환경보호를 위한 건설 규제가 강한 편이었다고 한다. 케슬러 대표는 “첼러 씨는 매우 영리한 사업가라 환경보호 명목의 사업 방해를 잘 피했다”고 설명했다. 첼러 씨는 스위스 정부가 공사 허가를 해주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에서 다른 산을 개발한 사례를 수집한 뒤 이로써 정부의 반대논리를 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인허가 문제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고 한다.

    케슬러 대표는 “융프라우 철도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톱니바퀴 열차”라고 설명했다.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 산악 지형을 달릴 때 일반 레일은 얼거나 미끄러져 제대로 달릴 수 없지만 레일과 맞물리는 톱니바퀴 열차는 날씨에 관계없이 알프스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케슬러 대표에 따르면, 프랑스 샤모니에서 몽블랑에 오를 때, 독일 츄크슈피체에 올라갈 때 사용하는 톱니바퀴 열차들도 사실 ‘원조 스위스’를 따라서 만든 것이다.

    계절과 기후에 관계없이 만년설로 덮인 융프라우 산을 구경할 수 있는 철도는 이후 한 세기 동안 스위스 관광객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코스가 됐다. 실제 2018년 말 기준 융프라우 철도 이용객은 106만 명, 같은 해 스위스 관광객은 1000만 명이었다. 그 중에는 한국인도 많다. 융프라우 철도 측 설명에 따르면, 스위스를 다녀온 사람이 다시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18년 11월 세종대와 여행전문 리서치업체 ‘인사이트’의 공동설문조사 결과 해외여행 만족도 1위는 스위스였다.

    케슬러 대표도 한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융프라우 철도를 타고 융프라우 요흐에 오는 한국 고객들에게는 ‘신라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융프라우 요흐에서 파는 ‘신라면’ 컵라면 가격은 한국 돈 9000원 가량. 이것을 한국 사람에게만 무료로 준다는 설명이었다. 케슬러 대표는 “한국 손님들을 위해 2000년부터 무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며 웃었다.
  • ▲ 하지만 역시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설상 스포츠를 빼먹을 수 없다. 융프라우 산에서 스노우 보드를 타는 모습. ⓒ융프라우 철도 제공.
    ▲ 하지만 역시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설상 스포츠를 빼먹을 수 없다. 융프라우 산에서 스노우 보드를 타는 모습. ⓒ융프라우 철도 제공.
    국토교통부, 융프라우 철도 같은 친환경 산악열차 도입 검토

    100년도 더 된 철도를 계속 유지·발전시키며 연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모으는 융프라우 철도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인데다 아직도 개발되지 못한 지역이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사실 한국 정부도 ‘산악열차’가 갖는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언론들은 “한국에도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나 독일 츄크슈피체 철도, 일본 하코네 등산 철도와 같은 민간 주도의 ‘친환경 산악열차’ 도입이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기를 사용하는 산악열차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국교통연구원에 정책연구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와 같은 산악열차를 도입하되 21세기에 맞게 친환경적인 동력원을 사용하고, 건설과정에서도 자연훼손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때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로와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산악열차 도입에 필요한 법령 및 기술 기준도 만들어 내기로 했다. 민간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인허가 과정에서 법이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가 꿈꾸는 ‘친환경 산악열차’라면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에 도움을 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세기가 넘게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시설과 서비스까지 개선하는 모델이라면 융프라우 철도가 롤 모델로 가장 적합해 보인다. (下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