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이 6두품이냐… 직급 아닌 직책으로 일하는 것" 전근대적 선민의식에 날 선 비판
  •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방부 지권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방부 지권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지난 19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관련 논란과 관련해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해명과정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6급'을 언급한 부분을 두고 정치권으로부터 "청와대의 선민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 모양새다.

    ◆  '급이 안맞는다'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에 대한 언론보도를 소개하면서 ▲청와대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했다 ▲왜 6급 수사관에 대해 다들 나서서 스스로 급이 맞지 않는 대치 전선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래서 앞으로는 저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아니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개별적으로 취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왜 저라고 없었겠느냐. 알면서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김 수사관 개인 때문이 아니라 김 수사관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언급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은 검찰 소속이었다가 지난 2017년 청와대로 파견,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실 특감반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도중에 비위행위가 적발돼 원내복귀됐고, 이에 김 전 특감반원은 반발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위 의혹 등을 보고해 청와대의 미움을 산 것이 원인이라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청와대가 민간인의 동향도 수집해왔다"고 주장했다.

    ◆ 본질 문제 회피하면서…'정치'에 쓰는 체급 논리 들이대

    이 논란의 본질적인 부분은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여권 중진의원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해온게 아니냐는 의혹과 '국가기관의 민간인에 대한 사찰 금지'를 천명했던 청와대가 실제로는 계속 민간인을 계속 조사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사안이 적지 않게 중요한데도 청와대는 '체급'을 이유로 공식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체급 논리가 어느정도 통용되는 경향이 있다. 어느 두 사람이 정쟁을 두고 정치적인 싸움을 벌이게 되면 두 사람의 이름이 동시에 오르내리게 되고, 결국 넓게 보면 대개 두 사람 중 인지도가 낮은 사람이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경우가 흔해서다. 실제 선거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이 일제히 인지도가 높은 후보를 공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인지도를 얻기위한 일종의 '어그로'(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을 동원해 이목을 끄는 행동)인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던진 논란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관련 첩보를 청와대가 묵살했다'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주장에 대해 "10월 14일 동아닷컴에 '한국도로공사 커피 사업, 특정 업체 밀어주기 짬짜미 의혹'이란 제목으로 자세하게 설명돼 있고, 10월 15일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며 "이 내용을 김 수사관이 첩보라고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을 청와대가 인지했는지, 대응책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추정'을 근거로 첩보의 신뢰성에만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 "6급이 '6두품'이냐"… 정치권서 볼멘 소리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6급이라 상대를 못하겠다는 것은 너무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권위의식 타파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체급을 명분으로 피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10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를 젊은 청와대, 역동적이고 탈권위, 그리고 군림하지 않는 그런 청와대로 변화시킬 생각"이라고 했었다.

    여기에는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에서 근무하는 6급 직원들의 목소리가 특히 거세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실 소속 6급 직원은 "일은 직급이 아니라 직책으로 하는 것"이라며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특별감찰반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말한 것인데 직급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 6급 직원은 "국회에서 6급은 6두품과 같다"며 "실제로는 업무를 주도하면서도 관을 쓰느냐 못쓰느냐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개탄했다. "일반 공무원들도 6급은 주사, 5급은 사무관으로 큰 차이가 벌어진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