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유엔 주재 美대사 "난민들, 미국 때리면서 돈 요구"... 이스라엘 "지원기구 없애라" 가세
  • ▲ 가자 지구에 있는 UNRWA 사무소. ⓒ국제 이스라엘 연대 화면캡쳐.
    ▲ 가자 지구에 있는 UNRWA 사무소. ⓒ국제 이스라엘 연대 화면캡쳐.
    美정부가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지원하는 유엔 기구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美외교전문지 ‘포린 팔러시’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들에 따르면 美정부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에 주던 예산을 끊게 된 것은 지난 8월 초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사위 제라드 쿠쉬너 美백악관 자문과 마이크 폼페이오 美국무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에 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결정은 곧 지역의 주요 국가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은 “미국은 UNWRA에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896억 원)을 지원해 왔지만 트럼프 정부의 대외원조예산 삭감 기조에 따라 올해 1월에는 6,500만 달러(한화 약 723억 원)만을 지급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美국무부는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기구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지만 “UNRWA에 대한 미국의 정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빈번한 평가와 논쟁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헤더 노어트 美국무부 대변인은 UNRWA에 대한 미국의 자금지원을 중단한다는 발표와 관련해 “그들(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납세자들에게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면서 “미국은 중동의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도 엄청난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美정부가 UNRWA를 보는 시각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드러낸 일도 있었다.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美씽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이 워싱턴에서 연 세미나에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美대사가 나와 강연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니키 헤일리 대사는 UNRWA의 내부 개혁이 자금지원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 UNRWA의 활동지역 지도.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 수가 500만 명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UNRWA 공개지도.
    ▲ UNRWA의 활동지역 지도.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 수가 500만 명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UNRWA 공개지도.
    美 “UNRWA, 정확한 난민 수부터 파악하라... 개선되면 지원”

    헤일리 대사는 “여러분들은 사실을 그대로 봐야 한다”며 “맞다, 계속되는 원조에도 불구하고 난민 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UNRWA의 체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자금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美백악관의 기조를 설명했다고 한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계속 때리면서도 (미국이 지원하는) UNRWA의 돈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면서 “만약 UNRWA가 개혁을 한다면, 그들이 실제로 팔레스타인 난민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등의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는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정치 지도자들은 지난 수십 년 간 반미와 반이스라엘을 기치로 내걸고 폭력을 사용하면서도 미국이 유엔을 통해 지원하는 자금을 받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지적이다.

    美정부의 팔레스타인 난민 자금지원 중단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개학을 맞은 한 학교를 찾은 자리에서 “우리는 이 일(美정부의 UNRWA 지원금 중단을)을 지지한다”면서 “이것은 매우 반가우며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고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팔레스타인 난민지원기구는 없애야 한다”면서 “난민기구로 들어가는 돈을 회수해 진짜 난민들을 돕는데 써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UNRWA가 밝히는 숫자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월에도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영구적으로 만들고 있는 UNRWA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 ▲ 프랑스24 TV가 내보낸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을 보도 화면. 하마스의 로켓발사기 뒤로 유엔 건물이 보인다. ⓒ유엔워치 관련 글 화면캡쳐.
    ▲ 프랑스24 TV가 내보낸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을 보도 화면. 하마스의 로켓발사기 뒤로 유엔 건물이 보인다. ⓒ유엔워치 관련 글 화면캡쳐.
    UNRWA “팔 난민 500만 이상” 이스라엘 “진짜 난민 1만 미만”

    美정부가 자금지원을 끊고, 이스라엘 정부가 비난한 UNRWA는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뒤 창설된 기구다. UNRWA와 팔레스타인 자치기구 등은 이스라엘 건국으로 쫓겨난 난민이 50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건국 이전에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적이 있는 사람과 그 자손”을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와 親이스라엘 단체, 정치인 등은 팔레스타인 주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해 살고 있으며, 사회적 복지가 필요한 실제 난민 수는 1만 명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NRWA는 요르단강 서안(West bank) 지역과 가자 지구를 비롯해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0 회계연도 예산은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3,877억 원)이었다. 미국은 UNRWA가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전체 예산의 35% 이상을 부담해 왔다.

    이스라엘 방위군과 정보기관 등은 UNRWA가 난민 500만 명분의 예산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지원해주면, 이 돈이 하마스를 비롯한 반미·반이스라엘 테러조직이나 무장조직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