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편집'의 폐단, 오보에 대한 책임 소재 불분명악의적으로 작성된 지라시, SNS 타고 광범위 확산
  • 지난 14일 하루 동안 배우 김아중이 사망하고, 배우 이민우와 김서형이 결혼 날짜를 확정지었다는 '괴소문'이 나돌아 연예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관련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이날 포털사이트에는 세 사람의 이름이 인기검색어 상단에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특히 수많은 연예 매체들이 관련 소식을 타전하면서, 사실무근인 '낭설'이 하루 종일 세간의 입도마 위에 오르는 촌극이 빚어졌다.

    때아닌 '결혼설'에 휘말린 이민우와 김서형은 어찌보면 웃어 넘길 수도 있는 소문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지라시 문건 하나로 졸지에 '고인'이 돼 버린 김아중은 이미지가 생명인 여배우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소속사 측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장 법적 대응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내심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이런 사건일수록 조속히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게 최선"이라며 "미온적인 대처에 그칠 경우, 자칫 '유사 범죄'가 재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허위 게시글이나 악성 댓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연예인 중 사건을 공론화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건이 커지자 뒤늦게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따라서 김아중의 경우에도 유무형적으로 입은 피해가 심각한 만큼 가해자에게 법적 처벌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아중을 둘러싼 괴소문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유포됐다. 하나는 '열린 편집'을 지향하는 위키백과에 김아중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하는 문구가 올라오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관련 루머가 전파됐고, 또 하나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김아중이 8월 13일 사망했다는 지라시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앞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백과에 기록된 김아중의 프로필에는 '金亞中, 1982년 10월 16일 ~ 2018년 8월 13일'이라는 문구가 13일 오전까지 올라왔으나 오후 2시경 사라졌다.

    같은 시각 카카오톡을 통해선 "2004년 SKY CF 모델로 데뷔해 2006년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랐고, 이듬해 대종상과 춘사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13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출처 불명의 지라시가 확산됐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없었으나 데뷔 시기와 출연작, 수상 내역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사실상 김아중이 사망했음을 가리키는 지라시였다.
  • 위키백과 정보 오류, 고의성 여부 가리기 힘들어

    만일 김아중 측에서 가해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검·경찰은 위키백과에 김아중이 사망했다는 문구를 삽입한 누리꾼의 신원을 확보하고, 카카오톡에 해당 루머를 퍼뜨린 최초 유포자를 찾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위키백과의 경우, 누구나 편집에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관계로, 편집권에 대한 마땅한 책임자가 없어 관련 사건이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게다가 게시자의 IP주소가 해외라면 신원 확인이 더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온라인 지라시'가 타깃일 경우엔 책임소재가 좀 더 명확해진다. 위키백과는 편집자의 시각에 따라 충분히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게시자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온라인 지라시의 경우 게시글을 작성하거나 유포하는 행위가 '공공성'을 띠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게시자의 신원만 확인되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가 더 쉬워진다.

    한 연예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위키백과는 누구나 쉽게 정보를 올리고 가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사설 정보지는 작성하거나 유포하는 취지 자체가 불손한 경우가 많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나돌고 있는 지라시들을 보면 증권가에서 파생된 것들도 있지만 유통 과정에서 언론 종사자들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도 보인다"며 "정보의 가치도 없는 개인신상에 대한 루머를 함부로 퍼나르는 행위들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 불특정 다수가 익명으로 정보를 올리고 내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위키백과는 해외에서도 수차례 오보 사태를 빚은 바 있다. 2005년 영어 위키백과에서는 존 시겐설러(John Seigenthaler)라는 미국의 전직 언론인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관여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올라왔다 삭제된 적이 있으며 신바드(Sinbad Heart)라는 코미디언이 사망했다는 거짓 정보가 올라와 미국 전역에 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진 출처 = 김아중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