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설계만 잘하면 괜찮다더니… 민주당은 복지부 탓, 복지부는 "확정안 아니다" 발뺌
  • ▲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문재인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을 수술대에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제도발전·재정추계위원회’의 연금 개선안 일부가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연금위원회 개선안에는 ▲현 9% 보혐료율 인상(1.8%~4%p 논의) ▲연금 지급 연령 현 ‘65세’ 변경(68세 논의) ▲연금 납입 연령 ‘현 60세’ 변경(65세 논의)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즉 연금 보험료를 ‘더’ 내고 ‘늦게’ 받으라는 얘기기도 하다. 이에 국민연금 가입자 다수는 반발했다. 실제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5500건에 육박하는 국민연금 관련 청원(13일 낮 12시 기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폐지” “국민연금 의무화에서 선택 수정” 등 눈에 띄는 청원도 존재했다.

    ‘더 내고 늦게’받는 국민연금… 靑 항의 게시물 5500건 

    여권 역시 이를 인지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긴급히 “최근 언론에서 논란이 되는 보험료 인상과 가입연령 상향 조정 등 위원회 자문안은 정부안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수습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복지부 탓’으로 국민연금 논란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에서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이 여과 없이 밖으로 전해져서 큰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복지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권이 국민연금에 앞서 공무원연금을 우선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금개혁에 있어서 국민연금을 우선순위로 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국민연금’보다 ‘공무원연금’ 개혁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보다 더 급한 게 있다. 공무원연금은 매년 수조원씩 적자다. 국민연금은 향후 적자가 될 수 있지만 아직 적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계속해서 “비유를 들면 공무원연금은 ‘암환자’, 국민연금은 ‘감기환자’다.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연금을) 찔끔 개혁을 했다. 이번에 근본적인 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 이후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인해 ‘반쪽개혁’에 그쳤다. 공무원이 내야 할 돈은 7%에서 9%로 찔끔 올라고, 받는 돈은 현행 1.9%에서 20년에 걸쳐 1.7%로 낮춘 게 당시 개혁의 골자다. 이로 인해 재정 절감 효과는 20년쯤 지나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4월 4일 정부가 심의·의결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1433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139조9000억원의 부채가 늘어난 것이기도 하다. 139조9000억원의 부채 중 ‘92조7000억원’은 공무원 및 군인연금에 따른 부채다. 연금개혁에서 국민연금보다 공무원연금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더욱이 수십년 전부터 적자가 발생한 공무원연금은 매년 국민혈세로 메우고 있다.

    “연금개혁하면 정권 재창출 설패”

    일각에서는 ‘연금개혁’을 꺼낸 정권은 그동안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을 주목했다. 실제 노무현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연금개혁을 추진했으나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한국납세자연맹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연금개혁으로 인해 몇몇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것은 공식화하기에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다만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연금개혁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미미했던 연금개혁보다 뚜렷했다”고 밝혔다.

    이 핵심관계자는 그러면서 “연금개혁을 하려면, 앞서 연금정책 자체는 ‘정부와 국민의 약속’”이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얕은 우리나라에서 연금개혁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연금정책을 보면 말바꾸기 행보가 많았다. 또 공무원연금 등과 비교할 때 국민으로 하여금 박탈감도 유발했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게 연금개혁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정책분야의 한 연구원은 “노무현 정권과 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 연금개혁을 추진한 정권이 정권 연장에 실패한 사례가 많다”며 “이유는 다양하다"고 했다. 그는 "당사자들의 충분한 공론을 수렴하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연금정책을 추진하는 점과 사전고민 없이 선거용 공약으로 연금정책을 접근한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면서 "이 경우 유권자들을 정권의 연금정책에 대해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을 거론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9일 KBS초청토론 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어떻게 올리나’를 묻는 유승민 의원 질의에 “나는 설계만 잘하면 국민연금 보험료 증가 없이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文대통령, 설계만 잘하면 된다더니

    한편 선진국에서는 연금개혁에 성공했음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지난 2002년 추진한 ‘하르츠 개혁’이 그 예다.

    당시 독일은 심각한 실업난에 시달렸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슈뢰더 정부는 ▲‘해고 제한법’ 적용대상을 5인 이상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완화 ▲32개월 실업수당을 최소 12개월로 단축 ▲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변경 ▲실업수당과 사회보장급여 통합 등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다만 이는 독일 여론의 큰 반발을 불렀고 2005년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에게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