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후보군 마련도 쉽지 않을듯…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아
  • ▲ 2017년 2월 자유한국당이 새 당명으로 채택돼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DB
    ▲ 2017년 2월 자유한국당이 새 당명으로 채택돼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DB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당 혁신의 일환으로 당명 개정을 예고했다. 지난해 2월 현재의 당명인 자유한국당으로 '개명'을 한지 불과 16개월 만이다.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가 어디냐에 따라 이번 당명이 몇 번째 새 이름이 될지 계산이 달라진다. 다만 '87년 체제' 이후로 기준을 잡더라도 여섯 번째가 되는 만큼, 보수 정당의 당명 교체는 빈번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더 이상 당명 개정이 줄 수 있는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진부한' 방법론이라는 지적이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당명 개정은 대중의 당에 대한 일차원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매력적인 방안으로 꼽혀왔다. 이는 보수 정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자유한국당의 뿌리는 어디일까? 일단 '보수정당'이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넓게 잡았을 때 그 뿌리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51년 난립하던 여러 보수 정당을 하나로 흡수한 자유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력한 집권 여당의 지위를 이어갔지만 4·19 혁명과 함께 몰락했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혁명으로 정권을 잡아 민주공화당을 세웠다. 민주공화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집권 여당으로서 역할을 했다. 박정희 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던 민주공화당은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후 새롭게 보수정당의 역사를 계승한 정당은 민주정의당.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군부'가 창당을 주도했고, 1987년 민주화 이후까지 소위 5공·6공 시기 내내 집권당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민주정의당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바로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25석을 얻는 데 그쳐, 헌정 역사상 최초로 '여소야대' 정국을 맞이하게 되면서 바로 보수정당사의 역사가 한번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 3당 합당으로 '민자당' 출범,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당시 민정당이 선택한 묘안은 바로 '3당 합당'이다. 1990년 민정당은 당시 김영삼이 이끄는 통일민주당, 김종필이 이끄는 신민주공화당을 흡수해 민주자유당(민자당)을 창당한다.

    3당 합당이 보수정당사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무겁다.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이른바 '군부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동시에 품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때문에 이른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학적 결합이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후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특별법을 제정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전격 구속시키고, 당시 김영삼 정부가 내걸던 '신한국 창조'를 모토로 당 이름을 신한국당으로 개명한다.

    하지만 신한국당조차도 IMF 사태를 맞아 그 생명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15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에 의해 한나라당으로 바뀌게 된다.

    한나라당은 김대중-노무현 10년 정부 내내 야당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선시켜 집권여당으로 화려하게 복귀, 2012년 2월까지 간판을 유지하게 된다.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의 패배로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새누리당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운명을 함께 했다. 박근혜 정부 내내 집권 여당으로서 기능하던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맞아 존립 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 2017년 2월 오늘날의 당명인 '자유한국당'에 이름을 내주게 된다.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또다시 자유한국당의 당명 개정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문제는 새롭게 쓸 당명 후보군부터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당명 교체 시 개정 당시 거론됐던 후보군은 '보수당'과 '보수의 힘', '통합보수당', '통일한국당', '자유한국당', '선진한국당', '좋은한국당' 등이었다. 그러다 보수의 힘·국민제일당·행복한국당·자유한국당 등으로 후보군이 압축됐고,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새 당명을 정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

    게다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당 혁신 작업에 대한 내부 반발까지 터져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당명 개정 작업이 얼마나 동력을 얻을지 역시 불투명하다.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경우 당명 개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